드라마나 영화 장면 중에 이제 막 첫 아기를 출산한 가정을 묘사할 때 꼭 한번은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밤새 잠을 보채는 아이 때문에 남편과 아내가 잠도 못 자고 보채는 아이를 밤새 어르고 달래는 장면이다.

간신히 잠을 재워도 바닥에 눕히면 귀신같이 알고 잠에서 깨어 다시 어르고 달래기를 반복하기도 하고, 같이 지쳐서 그 자리에서 잠들기도 하고, 결국 늦게 잠에 든다. 실제로 출산 후에 부부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에 하나가 아기 재우는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나면 새벽시간이 되기도 하고, 잠에 든다고 해도 이미 취침 시간이 지나 건전한 수면이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에 다음 날 생활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날이 매일 지속이 되면 수면 습관이 잘못 잡혀 만성적인 수면장애를 유발할 수도 있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위 상황을 다르게 보면 부부들이 고생하는 이유는 아기가 잠들고 싶어도 자지 못해 괴로워하는 것 때문이다. 이런 아기들을 빨리 재우기 위해서 공갈 젖꼭지나 흔들침대를 이용하다가 치아형성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거나 ‘흔들린 아이 증후군’과 같은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또 이런 조건이 없으면 잠에 들지 못해 올바른 수면습관을 익히는데 악영향을 미쳐 어려서부터 수면장애와 이에 따라 파생되는 증후군들로 고생하게 되는 것이다. 부부 스스로 뿐만 아니라 아기의 수면습관에도 관심을 가질 때, 가족 모두가 건전한 수면을 향유할 수 있다.

아이들의 건전한 수면은 부모들의 깊은 관심 으로부터 가능하다. 영유아 수면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주디스 오언스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진행된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볼 때, 영유아 5명 중 1명이 밤에 제대로 잠들지 못하고 있고 잠을 자다가 중간에 깨는 등의 수면장애를 겪고 있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외적 요소로서 수면장애를 판단 할 수 있는 것이 코를 곤다거나 입을 벌리고 자는 모습일 수 있는데, 어린 아이들은 이비인후과 구조상 숨쉬는데 크게 지장이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호흡 증상은 거의 나타나진 않는다.

그러나 코골이나 호흡관련 문제 때문에 수면장애가 건강상 문제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잠 자는 아기를 세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자는 자세를 통해서 아이가 수면하는 동안 편한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는데, 바른 자세로 자지 않는다면, 호흡이 불편하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몸이 반응한다고 할 수 있다.

서울수면센터 한진규 원장은 “잠을 괴롭게 잘 경우 성장 호르몬이 가장 분비가 되는 깊은 수면상태에 들어가지 못해 아이의 발육과 성장을 더디게 한다. 게다가 면역기능까지 저하시켜 감기나 호흡기 질환에 쉽게 걸리게 된다. 따라서 아이들이 잠에 들지 못해 괴로워하는 모습에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부모들의 이런 관심이 세심하게 필요한 이유는 아이들과 의사소통이 되지 않거나 혹은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데 있다. 따라서 아이가 자주 울거나 행동이 산만하다면 수면의 양을 늘려봐야 한다. 만약 수면을 늘렸음에도 행동에 변화가 없을 경우에는 수면장애와 관련된 수면 습관에 대하여 전문가의 상담을 요한다.

한진규 원장은 “아기들의 수면 습관이 성장뿐만 아니라 얼굴형태와 성격발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감안할 때, 수면장애 징후가 보인다면 바로 전문가와 상담하도록 해야한다”며 ‘잠잘 때 몸을 자주 뒤척이거나 움직임이 심하고, 똑바로 자지 못하거나 엎드려 자고, 식성이 좋음에도 또래들보다 체격이 작다면 꼭 상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e-의료정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