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직장인들 중에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단순한 허리 통증이라고 수수방관하다가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허리 통증은 허리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고관절, 즉 엉덩이 관절 질환일 가능성도 높다.

웰튼병원 송상호 원장은 “고관절 질환은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생소해 환자들이 처음부터 쉽게 인지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며 “내원 환자들을 보면 대부분 엉덩이뼈 통증이 있을 때 디스크 질환이라고 판단하고 허리 치료를 받다가 정작 고관절 질환이 한참 진행된 이후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고관절은 절구 모양의 골반 골과 공 모양의 둥근 넙다리뼈머리로 이뤄진 관절로, 흔히 ‘엉덩이 관절’이라고도 부른다. 우리가 걷고 달리는 모든 활동을 가능하게 해 주는 중요한 신체 부위지만 정작 고관절 질환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해 조기에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고관절 질환 다수가 30~50대 직장인

직장인 김민관 씨(35세)는 몇 달 사이 허리가 통증 때문에 걸을 수 없어 점심 식사도 거르고 있다. 디스크 문제인 것 같아 물리치료까지 받고 있지만 효과는커녕 통증이 더 심해지고 가만히 앉아 있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결국 병원 몇 곳을 전전긍긍하던 끝에 고관절 질환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들었다. 진단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현재 김 씨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4기’로 인공고관절수술을 앞두고 있다. 그 동안의 과정을 생각하면 낭비한 시간과 돈도 문제지만 통증이 있을 때 일찍 병원을 찾지 않았던 게 가장 후회스럽다. 

고관절 질환 환자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9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집계에 따르면 국내 고관절 수술건수는 4년 새 약 5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의 원인에는 젊은 층의 고관절 환자가 증가한 것도 주요하다. 실제로 웰튼병원에서 지난 2년간 인공고관절수술을 받은 환자 중 노인성 골절 환자를 제외하고, 30~60대 인공고관절수술 환자 비율이 전체의 8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관절 질환의 종류는 퇴행성 고관절염, 활액막염 및 점액낭염, 대퇴골두 무혈성괴사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에서 대퇴골두에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뼈가 괴사하는 ‘대퇴골두 무혈성괴사’는 전체 고관절 질환 환자의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율이 높은데 특히 30~50대 남성들에게 주로 나타나 젊은 층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의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과도한 음주나 스테로이드 과다 복용, 골절 등의 외상 등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술로 스트레스를 푸는 직장인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위험이 높다고 볼 수 있다.

▶ 허리 통증으로 오인해 방치하기 쉬운 고관절 질환

주로 사무실에 앉아 있는 직장인들은 허리 통증을 단순히 잘못된 자세의 문제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 또 바쁘다 보니 정확한 진료를 받을 시간 내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고관절은 매우 중요한 신체 부위인 만큼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어깨 관절 다음으로 운동 범위가 큰 고관절은 우리가 움직이는 모든 신체 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걷거나 움직일 때 체중을 지탱해 하중을 분산시켜 주는 역할을 하며, 달리거나 격한 운동 시 체중의 10배가 되는 하중을 견딘다.

문제는 고관절 질환의 통증이 한 지점에서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고 엉치, 허벅지, 사타구니 부위에서 느껴지기 때문에 허리 질환으로 오인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그래서 척추 치료를 하다 나중에서야 발견해 조기에 치료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송 원장은 “고관절은 두꺼운 인대가 감싸고 있기 때문에 무릎 등 다른 관절보다 쉽게 나빠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고, 무릎 관절에 비해 발병 비율이 약 25% 정도로 낮은 편이지만 일단 발병하면 잘 낫지 않고 수술적 치료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최소절개’ 고관절 수술로 일상 복귀 빨라

고관절 질환이 심한 경우에는 고관절 인공관절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인공관절수술이란 망가진 관절 부의를 제거하고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수술적 치료법이다.

고관절 질환 중 다수를 차지하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초기 단계에는 약물치료 또는 뼈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혈액순환을 돕는 ‘다발성 천공술’로 치료할 수 있지만 괴사 부위가 넓고 이미 뼈가 주저앉은 상태라면 인공관절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에는 ‘최소절개 인공관절수술’을 통해 환자들의 일상 복귀가 빨라지고 탈구 등의 부작용도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과거에는 수술 시 절개 부위가 기존에는 20cm 이상이었다면 최소절개술은 절개 부위가 8~10cm로 절반 이상 적고 절개 시 근육과 힘줄을 끊지 않고 외회전근을 젖혀 수술하기 때문에 회복이 빠르고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다.

수술 시 근육과 힘줄이 보존돼 조기 재활 치료가 가능하고 빠른 일상 복귀도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2주 가량 지나면 퇴원해 무리 없는 생활이 가능하다.

송 원장은 “고관절 질환은 무엇보다 조기 발견이 중요하기 때문에 통증이 있는 경우에는 주저 말고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며 “나이와 상관 없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젊다고 방심하지 말고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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