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신의료기술의 보험급여여부를 판단하면서, 그 전제조건으로서 신의료기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관련 학회나 협회의 의견에 근거해 판단해왔다.
그러나 신의료기술과 관련하여 각 학회나 협회간의 의견충돌이 빈번히 발생함에 따라, 신의료기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하여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체계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도달하게 되었고, 이러한 반성적 고려에서 2007년 4월 28일에 신의료기술평가제도가 도입되었다.

신의료기술의 평가는 ① 평가위원회가 신청에 따라 특정 의료기술이 신의료기술 평가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한 후, ② 전문 소위원회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에 관한 검토를 거쳐 최종적인 심의결과를 보건복지부장관에 보고하면, ③ 보건복지부장관이 고시 형식으로 평가결과를 공포하는 3단계 과정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신의료기술 평가의 3단계 과정 중 법적으로 논란이 되는 것은 1단계인 “특정 의료행위가 신의료기술의 평가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현행법령은 ‘신의료기술’을 ① 안전성·유효성이 전혀 평가되지 않았거나, ② 신의료기술 평가를 받았으나 사용목적, 사용대상, 시술방법이 변경된 의료기술로서 보건복지부장관의 평가가 필요하다고 인정된 의료기술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신의료기술 중 안전성·유효성이 전혀 평가되지 않은 의료행위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미 평가를 받은 의료행위의 경우 그 사용목적, 사용대상, 시술방법이 기존 기술과 변경되었다고 평가하기 위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보건복지부는 2007년 4월 28일 이후 안전성과 유효성이 새롭게 인정된 신의료기술에 대해서는 사용목적, 사용대상, 시술방법을 고시하고 있으나, 2007년 4월 28일 이전에 이미 급여 또는 비급여 대상으로 인정된 의료행위는 그 사용목적, 사용대상, 시술방법이 별도로 고시된 적이 없기 때문에, 해당 의료행위는 의료인 개인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에 따라 수행되어 왔다.
이 때,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는 급여 또는 비급여대상의 의료행위의 사용목적, 사용대상, 시술방법에 관한 법적 기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평가위원이 제시하는 의학적 기준과 다른 경우라면, 해당 의료행위가 신의료기술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
즉, 의료인은 자신의 전문적 판단에 따라 환자를 위한 최선의 치료방법으로서 급여 또는 비급여대상의 의료행위를 수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해당 의료행위가 신의료기술로 평가될 경우, 해당 의료행위의 진료비에 대한 환수처분은 물론, 형사고발 등의 법적 위험까지 감수해야하는 불합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더구나, 오늘날 의료시장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위와 같은 제도의 맹점을 이용하여 경쟁관계에 있는 의료인들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해당 의료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의료 관련 업체들이 특정 의료행위에 사용되는 약제, 치료재료 등을 독점하기 위한 목적으로 신의료기술 평가를 신청하는 등 신의료기술평가제도 자체가 악용될 소지도 적지 않다.

신의료기술평가제도는 전술한 바와 같이 신의료기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체계적이고 객관적으로 검증하여,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함은 물론 신의료기술의 발전을 촉진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개별 환자와 직접 대면하는 의료인의 임상적 판단을 간과하고, 특별한 법적 고지도 없이 공적 기관의 일방적 판단에 따라 해당 의료행위의 허용여부를 평가한다면, 재량권이 좁아진 의료인은 더욱더 방어적 의료행위에 나설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하여 신의료기술의 발전이 지체됨은 물론, 궁극적으로 국민의 건강권을 해치게 되는 결과를 야기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위와 같은 제도의 취지를 고려하여 신의료기술 평가에 있어서는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특히 이미 법으로 인정된 의료행위가 신의료기술 평가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법령으로 명시된 기준에 위반되지 않는 한 전문가인 의료인의 재량권을 보다 존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법무법인 세승 박재홍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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