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 사망률 1위인 '폐암'은 조기 발견이 어렵고 수술 후 재발률도 높아 예후가 좋지 않은 암종으로 꼽힌다. 국내 폐암 환자 중 약 40%는 비흡연자이며, 특히 여성 환자의 경우 88%가 흡연 경험이 없는 비흡연 폐암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특징은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변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실제로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 환자군에서는 EGFR 변이율이 약 50%에 달해, 서양인에 비해 2~3배 높은 수준을 보이기 때문. 

이처럼 EGFR 변이가 흔한 국내 폐암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 옵션으로,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NSCLC) 치료제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가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타그리소는 전 세계 100만 명 이상에게 사용된 글로벌 표준 치료제(Global backbone therapy)로, 한국 폐암 진료지침은 물론 미국 NCCN 가이드라인에서도 1차 치료에 가장 높은 권고 등급인 Category 1의 선호 요법으로 지정된 바 있다. 

특히 최근 발표된 FLAURA2 임상 3상 연구에서 타그리소와 항암화학요법 병용은 타그리소 단독요법 대비 뚜렷한 생존 이점을 입증해냈다. 

FLAURA2 연구 결과 타그리소 병용군의 무진행생존기간(PFS)은 29.4개월로, 단독요법군(19.9개월) 대비 9.5개월 연장되었고,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은 38% 감소(HR 0.62; p<0.001)했다. 또한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중추신경계(CNS) 전이 환자에서도 병용군의 무진행생존기간은 24.9개월로, 단독요법군(13.8개월)보다 11.1개월 더 길게 나타났으며, 종양 크기 감소율도 94%에 달했다. 무엇보다 타그리소 병용군의 전체 생존 중앙값은 약 4년(47.5개월)로, 단독군(37.6개월)보다 생존 기간이 유의하게 길었고, 사망 위험은 23% 감소(HR 0.77; p=0.02)했다. 이는 단순한 질병 조절을 넘어, 생존 연장이라는 궁극적 치료 목표에 대한 가능성을 입증한 것으로 평가된다. EGFR 변이 유형별 하위 분석에서도, 국내에서 특히 흔한 Exon 19 결손 변이 환자에서 PFS가 27.9개월, L858R 치환 변이 환자에서는 24.7개월로 연장되어, 국내 환자에게 더욱 적합한 치료 전략임이 확인됐다.

이에 본지는 충남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이정은 교수를 만나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의 최신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타그리소 병용요법의 임상적 의의와 실질적인 치료 적용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충남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이정은 교수
충남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이정은 교수

Q: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의 병기별 치료 전략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A: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의 치료는 병기에 따라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1기와 2기는 완치적 절제술이 가능한 초기 병기다. 다만 림프절 전이를 포함한 재발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진 수술 후 소견이 있을 경우, 세포독성항암제를 이용한 보조항암요법을 시행해 왔다.

특히 3A 병기는 일부 환자에서 수술이 가능하지만, 병기 특성상 미세 전이가 이미 존재할 가능성이 높아 수술만으로는 재발률이 높다. 따라서 수술 후 세포독성 항암제를 이용한 보조요법이 병행되었으나, 여전히 재발 위험이 높고 5년 생존율 개선의 효과는 미미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지적되어 왔다.

그러나 ADAURA 임상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완치적 절제술을 받은 EGFR 변이 양성 환자에서 수술 후 타그리소(오시머티닙)를 보조요법으로 투여하는 치료 전략이 도입됐다. 이를 통해 수술 단독으로는 한계가 있었던 재발 위험을 낮추고, 궁극적으로 ‘완치(cure)’ 가능성을 높이는 보다 적극적이고 정밀한 치료 접근이 가능해졌다.

과거 3B기 이상에서는 동시항암방사선치료(CCRT, Concurrent Chemoradiation Therapy)가 표준 치료로 권고되었으나, CCRT 후에도 재발이 빠르고 4기 환자와 예후가 유사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바로 이 부분을 획기적으로 바꾼 것이 LAURA 임상연구다. LAURA 연구는 수술 불가능한 3기 EGFR 변이 환자에서 CCRT를 완료한 후 (병이 진행하지 않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유지•공고 요법으로 타그리소를 투여한 3상 연구다.

타그리소 군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39.1개월, 위약(Placebo)군은 5.6개월(HR 0.16, 질병 진행 위험 84% 감소)로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전체생존(OS)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무진행생존기간(PFS)에 대한 HR이 0.16으로 국내에서도 사용 허가를 받게 됐다.

4기는 진단 후 EGFR 변이 여부를 확인하고, 그 결과에 따라 표적항암제를 시작하는 단계다. 일반적으로 1주 내 검사 결과가 나오며, 이후 3세대 EGFR-TKI인 타그리소 또는 레이저티닙 등이 주로 사용된다.

기존 1세대 TKI는 중추신경계(CNS) 투과율이 낮아 뇌전이 재발의 한계가 있었으나, 3세대 약제는 이를 상당 부분 극복했다. 그럼에도 2세대와 3세대 TKI에 대한 직접 비교연구가 드물어, 임상의들에게는 2세대 TKI 사용 후 T790M 돌연변이를 확인하고 3세대 TKI를 사용하는 순차 치료 옵션에 대한 기대가 아직 남아있다. 2세대 사용 후 내성이 생기면 3세대로 전환해 최대 4~5년 가까이 표적치료만으로 생존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음을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3세대를 1차 치료로 사용하면 평균 치료 기간이 2~2.5년에 그치고, 이후에는 주사제 등으로 전환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임상 현장에서는 EGFR (변이 폐암) 4기 환자에서 중추신경계(CNS) 전이가 가장 큰 고민거리다. 예를 들어, 2세대 약제 사용 중 뇌전이가 발생하면 3세대로 전환해야 하지만, 전신 병변이 완전 관해(CR)에 가까워 T790M 검사를 위한 조직검사 부위를 찾기 어려운 경우 결국 3세대 EGFR-TKI를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실제로 뇌전이가 아니더라도 이와 같이 추가적인 획득 유전자를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한 환자가 30% 가량이다. 따라서 타그리소와 같은 3세대 약제를 1차로 선택하는 부분은 모두가 동의하는 바다.

그럼에도 3세대 TKI 사용 후에도 재발 부위가 뇌인 경우가 많고, 그때는 더 이상 뇌전이에 효과적인 약제를 선택할 수 없어 세포독성 항암제로 변경하면서 환자가 빠르게 악화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FLAURA2 임상연구는 EGFR-TKI 치료 전략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FLAURA2 연구 결과, 3세대 TKI인 타그리소와 세포독성항암제(페메트렉시드·백금제)의 병용이 기존 타그리소 단독요법보다 전체생존기간(OS)과 중추신경계 무진행생존기간(CNS-PFS)을 모두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개월 이상의 CNS-PFS 연장 효과는, EGFR 변이 폐암 환자 치료에서 가장 해결이 어려웠던 뇌전이 조절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순차적으로 타그리소와 세포독성항암제를 사용하는 현재 치료에서, 후에 사용하는 세포독성항암제의 사용기간이 길지 않다는 현실을 고려할 때 FLAURA2의 최종 전체생존(OS) 데이터는 임상가들에게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결론적으로, 타그리소와 항암화학요법 병용이 타그리소 단독요법보다 생존 이점을 보였고, 특히 뇌전이 환자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임이 입증되면서, 현재는 이 병용요법이 새로운 표준 치료로 부상하고 있다.

 

Q: FLAURA2 연구에 따르면 타그리소-항암화학 병용요법의 최종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mOS)은 약 4년(47.5개월)으로, 타그리소 단독요법(37.6개월) 대비 약 10개월 정도 연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 결과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A: 이 결과가 갖는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2세대 TKI 순차 치료 전략의 실제 임상자료(RWD)와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1차 치료 전략 수립에 있어 주요 고려사항 중 하나는 2세대 TKI(아파티닙 등)를 우선 사용하는 순차 치료 전략이었다. 실제로 한국 등에서 보고된 대규모 리얼월드데이터(RWD)에 따르면, 1차 아파티닙 사용 후 2차 타그리소를 사용한 환자군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이 48.6개월 수준으로, 타그리소 단독 1차 치료 임상(FLAURA)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 38.6개월)보다 길게 보고됐다. 이는 2세대 TKI 순차 치료 전략의 유효성을 뒷받침하는 주요 근거로 활용되어 왔다.

하지만 FLAURA2 임상시험(RCT) 데이터는 이러한 리얼월드데이터(RWD)와 직접적인 비교가 가능한 수치를 제시했다. FLAURA2 병용군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29.4개월로, 아파티닙 1차 리얼월드연구(RWS)에서 보고된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 약 20.2개월)을 이미 상회했다.

물론 전체생존(OS) 데이터 자체는 리얼월드데이터(RWD)의 순차 치료 데이터가 더 길게 보일 수 있지만, RWD는 임상시험보다 다양한 긍정적 변수가 개입되어 결과가 양호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FLAURA2라는 임상 데이터(RCT)가 1차 치료 단계에서부터 RWD의 무진행생존기간(PFS)을 넘어섰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데이터 비교에서 특히 격차가 두드러진 부분은 예후가 불량한 뇌전이 동반 환자군이다. 2세대 TKI의 리얼월드연구(RWD)에서 뇌전이 환자군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약 14.9개월,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은 32.2개월로 보고됐다. 이 RWD의 환자들이 (질환) 진행 후에 타그리소 또는 페메트렉시드-백금 요법을 받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반면 FLAURA2(RCT)에서는 뇌전이 환자군에서 타그리소+항암화학 병용군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이 24.9개월,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mOS)은 40.9개월을 기록했다. 이는 FLAURA2 병용 요법이 타그리소 단독 요법(mPFS 13.8개월, mOS 29.7개월) 대비 우월한 것은 물론, 2세대 TKI 순차 치료 RWD에서 확인된 뇌전이 환자군의 전체 생존기간(mOS 32.2개월) 보다도 8개월 이상 긴 결과다.

FLAURA2 임상시험 데이터는 1차 치료에서부터 가장 강력한 병용 요법을 사용하는 전략이 타당함을 보여준다. FLAURA2는 RCT라는 엄격한 설계 안에서 2세대 RWD의 mPFS를 능가하고, 특히 뇌전이 환자군에서는 mOS까지 뛰어넘는 결과를 보였다.

이는 순차 치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T790M 외 내성 발현이나 2차 치료 실패 등의 불확실성을 감수하는 것보다, 1차 치료 시점부터 가장 효과적인 병용 요법을 투입하는 것이 환자에게 더 확실한 생존 이익을 제공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Q: 진료 현장에서 타그리소-항암화학 병용요법은 어떤 환자군에게 주로 적용되고 있는가.

A: FLAURA2 임상 데이터에 근거하여, 고위험군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권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뇌전이를 동반한 환자다. FLAURA2 연구에서 뇌전이 환자군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24.9개월을 달성하며, 타그리소 단독군(13.8개월) 대비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또한 엑손 21(L858R) 치환 변이를 가진 환자도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어 병용요법을 적극 고려한다.

나아가, TP53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에서도 효과가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종양의 이질성(tumor heterogeneity)이 높다고 판단되는 환자에서도 더 나은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실제 임상에서는 이러한 이질성을 다발성 전이(multiple metastases)의 형태로 예측해 볼 수 있으므로, 다발성 전이 환자도 병용요법의 주요 대상이 될 것이다.

하지만 뇌 전이가 있다고 해서 단순히 병용요법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단일 종양 병변만 존재하고 뇌 전이 개수가 1~2개로 적은 환자라면, 이 환자의 연령이나 기저질환, 활동 능력(PS)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즉, 환자가 과연 장기간에 걸친 항암화학요법을 감당할 수 있을만한 상태인지를 판단하여 병용요법 여부를 최종적으로 선택하게 된다.

 

Q: 타그리소 병용요법 사용 후 영상학적으로 종양 크기 감소가 확인된 환자 사례가 있거나, 기억에 남는 케이스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A: 최근 폐에 물이 차고 뇌 전이가 심한 환자들이 기억에 남는다. 보통 뇌 전이 병변이 10개 미만이면 초기에 감마나이프 치료를 병행하고, 다발성으로 퍼져 있으면 전뇌 방사선치료(WBRT)를 고려한다. 하지만 WBRT는 뇌 기능 저하나 시력, 청력 저하 등 부작용이 커서 가급적 피하고자 한다.

이러한 상태의 환자 세 분에게 타그리소 병용요법(FLAURA2 요법)을 적용했는데, 세 분 모두 영상학적으로 뇌 병변이 매우 빠르게 호전되는 것이 확인됐다.

타그리소 단독요법도 대부분 효과가 좋지만, 병용요법 시 반응 속도가 훨씬 빠르고 부작용도 우려했던 것보다 적었다. 타그리소와 병용하는 페메트렉시드의 부작용은 대부분 장기 치료 시점에서 나타나며, 대체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다. 임상 데이터에서도 병용 시 부작용이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됐고, 제 실제 치료 경험에서도 임상 데이터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즉, 타그리소 병용요법은 각 약제의 단독요법 대비 부작용 차이가 거의 없었고, 환자들의 영상학적 반응은 매우 우수했다.

최근에도 환자 한 분에게 병용요법을 처방했는데, 올해 6월부터 타그리소에 건강보험 부분 급여가 적용됐지만 화학항암요법은 여전히 비급여인 점을 설명하고 치료를 진행했다.

타그리소 단독요법만으로도 환자 상태가 빠르게 좋아지는 경우가 많지만, 병용요법은 그 속도가 훨씬 더 빠르고 특히 뇌 병변에서 차이가 확연하다. 누적 발생률 기준으로 병용요법군의 뇌전이 진행률이 단독요법 대비 월등히 낮은 것도 주목할 점이다.

솔직히 타그리소와 페메트렉시드가 이렇게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는 모두들 예상하지 못했다. 실제로 병용요법을 사용해본 후에는 오히려 단독요법을 선택하는 것이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이전에는 '병용요법을 사용해야 할까?'를 고민했다면, 지금은 '이 환자는 단독요법만으로 괜찮을까?'를 고민하는 방향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다만, 모든 환자에게 병용요법을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고령 환자의 경우 병용요법은 부담될 수 있다. 페메트렉시드는 장기간 유지가 필요한데, 만약 86세 환자가 치료를 2년간 지속하면 88세가 되므로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이런 경우 단독요법을 고려하며, 일반적으로 70대까지는 병용요법을 고려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또한, 종양 이질성이 적고 변이가 비교적 단순한 환자, 혹은 소수 전이(oligometastasis)만 동반하여 방사선 치료를 병행할 수 있는 환자는 단독요법을 우선 선택할 수 있다. 반면, 전이 범위가 넓거나 종양 이질성이 크다고 판단되는 환자는 병용요법이 보다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Q: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은 초기 4주기 동안 병용 투여가 필요하기 때문에, 초반에는 부작용으로 인한 환자 부담이 다소 클 수도 있을 것 같다. 부작용 관리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초기 치료 이후 리스크는 어느 정도 감소하는지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설명 부탁드린다.

A: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의 부작용은 투여 용량에 따라 다르다. 국내에서는 일반적으로 해외보다 낮은 용량을 사용하고 있으며, 해외에서는 1회 투여 기준 75mg을 투여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평균 60mg 수준이다. 특히 고령 환자는 초회부터 전체 용량의 75~80% 수준으로 감량해 투여하기도 한다. 고용량 투여가 반드시 치료 효과를 높인다는 근거는 없기 때문에, 환자 상태에 따라 용량을 조절하면 부작용으로 인해 치료가 중단되는 사례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백금 기반 병용요법이 4주기까지 진행되는 동안 피로도가 점차 누적되는 경향은 있다.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의 가장 큰 부작용은 골수 기능 억제로, 치료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골수 기능이 떨어졌다 회복되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이로 인해 단백질과 영양분 소모가 커지고, 백혈구 수치가 급격히 감소하기도 하며 4주기쯤 전신 쇠약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초반부터 용량을 잘 조절하고, 환자 상태에 맞는 보조요법을 병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절히 관리하면 대부분 스케줄 변경 없이 4주기 치료를 완주할 수 있다.

병용요법 이후에는 페메트렉시드 단독 유지요법으로 전환되며, 이 시점부터 부작용은 거의 없다. 다만, 페메트렉시드를 10차 이상 단독 사용 시 부종 등 부작용이 서서히 누적되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부작용은 현재까지 경험한 바로는 대부분 경미한 수준이고, 환자들이 잘 견디고 있어 치료 독성에 대해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간헐적으로 일부 환자에서 만성적인 골수기능저하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용량을 조절하거나 치료 간격을 1주 연장하는 등의 치료로 대부분은 호전된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페메트렉시드 사용 시 전 처치로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것이다. 초기 연구부터 스테로이드를 함께 사용하도록 디자인되어 있으나,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사용하면서 환자의 전신 쇄약감, 전신 부종, 신기능 저하 등 다양한 부작용이 동반됨을 경험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페메트렉시드 사용 시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근거를 찾아보았는데, 일부에서 피부 발진(skin rash)이 생기는 환자들 때문에 사용한다는 내용 외에는 근거가 부족했다.

그래서 저희 기관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페메트렉시드를 사용할 때 스테로이드를 무조건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후 오히려 페메트렉시드에 대한 내약성이 매우 좋아졌다. 유지 치료의 형태로 사용하는 약물이다 보니, 치료 시작 단계부터 장기간에 걸쳐 누적되는 독성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

 

Q: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3세대 EGFR-TKI는 두 가지가 있는데, 안전성 측면에서 환자들에게 어떤 약제를 우선 권고하는지 궁금하고, 또 특정 환자군에서 부작용 위험을 고려하더라도 약제 사용의 혜택이 있다고 판단하시는 경우가 있다면 그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린다.

A: 약제의 선택은 환자를 담당하는 의사가 환자와 상의하여 효과 및 부작용에 대해서 충분히 고민한 후 결정하는 것이 좋다.

의사 입장에서는 효과가 비슷하다면 무조건 독성이 적고 많이 처방한 경험이 있는 약제를 선택할 것이다. 그렇다면 타그리소의 처방이 조금 더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제의 효과가 월등하다면 독성을 감안하고서라도 환자를 설득해 볼 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마리포사(MARIPOSA) 3상 임상연구를 기반으로 하는 레이저티닙-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은, FLAURA2에서의 최종 전체생존(OS)보다 더 길 것으로 예상되는 등 더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요법은 치료 독성 문제 이전에, 약제비 부담 때문에 현재 모든 환자에게 쉽게 추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특히 초기 임상 연구 단계부터 혈전 색전증 발생률이 매우 높게 보고되어 주의가 필요하다. 혈전 색전증은 급작스러운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부작용으로 연구 초기에 매우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었다. 하지만, 현재는 일정 수준의 모니터링 체계가 구축되어 있고 예방적 치료의 가이드라인도 제시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우 신중한 관리가 필요하다. 또 두 약제를 병용할 경우 독성 그 자체보다, 그 부작용을 관리하기 위한 추가적인 약제 사용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자 부담이 커진다.

FLAURA2의 병용요법에 대한 경험이 충분히 축적되는 사이에 레이저티닙-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이 환자들에게 처방 가능한 수준으로 가격의 경쟁력이 생기고, 레이저티닙이 갖고 있는 다양한 부작용을 조절하는 노하우가 쌓인다면 추후에 다시 한번 고민해볼 것이다.

 

Q: 약제들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의료진마다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는 것 같다. 말초신경염 또는 신장 기능 저하를 우려하는 경우도 있고, 타그리소는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레이저티닙을 선뜻 시도하기가 어렵다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 

A: 레이저티닙의 부작용 중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말초신경병증이 맞다. 구체적으로 근육 약화나 경련 같은 말초 운동 신경병증(Peripheral motor neuropathy), 그리고 손발이나 입 주위가 저릿하거나 무감각해지는 말초 감각 신경병증(Peripheral sensory neuropathy), 신경통(Neuralgia)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서 아미반타맙 병용이 말초신경염을 악화시킨다기보다, 문제의 핵심은 레이저티닙 단독으로도 이러한 말초신경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부작용은 조절이 매우 어렵고, 환자들이 겪는 통증 강도 또한 심각하다.

예를 들어 수면 중 다리에 돌발적으로 쥐가 나는 듯한 통증을 매일 반복해서 겪는 상황을 상상해 보신다면, 이런 통증을 하루 한 번 겪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하루에도 여러 번 반복되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는 점에서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물론 최근에는 이러한 부작용을 고려해 초기부터 레이저티닙 용량을 많이 줄여서 처방하고 있다. 용량을 감량하면 부작용은 확실히 감소하며, 의료진들도 점차 용량 조절을 통한 안전한 처방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Q: 타그리소-항암화학요법은 지난 6월 타그리소에 대한 건강보험 부분 급여가 적용되며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개선됐다. 이러한 변화가 치료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하다.

A: 과거에는 타그리소 병용요법이 비급여였기 때문에 진료 현장에서 실제 사용하기에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 6월부터 타그리소-항암화학 병용요법 중 타그리소에 대한 부분 급여가 적용되면서 치료 접근성 허들이 상당 부분 낮아졌다.

실제로 진료실에서 치료 옵션을 설명하면 대부분의 환자가 타그리소 병용요법을 선택하겠다고 말씀하신다.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기 전에도 타그리소 병용요법을 희망하는 환자가 적지 않았으며, 이번 (부분) 급여 확대는 진료 현장에서도 매우 긍정적인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제는 단독요법과 병용요법 사이에서 고민하는 경우가 줄어들었고, 보다 명확하게 병용요법을 권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고 본다.

 

Q: 현재 다양한 치료 옵션이 존재하는 만큼, 전체적인 치료 전략을 고려했을 때 교수님께서는 어떤 치료 시퀀스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하시는지 궁금하다.

A: EGFR 돌연변이를 가진 진행성 비소세포폐암에서 가장 이상적인 전략은 EGFR 돌연변이에 대한 표적 항암제를 가능한 한 여러 차수에 걸쳐 사용하는 것이다.

다만, 현재 1차 치료로 FLAURA2(타그리소+항암화학요법)를 선택할 경우, 해당 요법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표적 항암제는 사실상 타그리소 하나이다 보니, 효과적인 2차 치료제가 시급한 과제가 된다.

여기서 아미반타맙의 역할을 고민해볼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제도적으로 허용된다면, FLAURA2 요법 이후 다음 치료 차수에서 아미반타맙 기반의 병용요법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향후 OSTARA 연구(타그리소-아미반타맙 병용) 데이터가 공개된다면, 1차 타그리소 유지요법 중에 아미반타맙 병용으로 '전환(switch)'하는 형태의 새로운 전략도 구상해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아미반타맙이 후속 치료 옵션으로 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가장 큰 문제일 것 같다. 이때 병용하는 3세대 EGFR-TKI가 반드시 레이저티닙일 필요는 없다고 보며, 아미반타맙 자체가 제공하는 이점은 명확하다고 생각된다.

Q: 일각에서는 FLAURA2 임상 연구의 다양한 하위 그룹 중 중국인을 제외한 아시아인(Asian non-Chinese) 데이터를 근거로 타그리소의 한국인에 대한 효과가 낮다는 의견도 있다. 

A: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전혀 그렇지 않다. 그 주장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론을 도출할 수 없는, 소규모 표본을 근거로 한 것이다.

첫째, FLAURA2와 같은 대규모 글로벌 임상시험에서 진행하는 하위그룹 분석(subgroup analysis)은 대부분 탐색적(exploratory) 목적이다. 즉, 해당 하위그룹(여기서는 '중국인을 제외한 아시아인')만으로 독립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통계적으로 설계(power)되지 않았다. 표본 수(n)가 매우 적기 때문에 데이터의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고, 우연에 의한 결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탐색적 결과를 가지고 특정 인종, 특히 한국인 전체의 효과를 재단하는 것은 통계적 오류다.

둘째, 더 근본적으로 EGFR-TKI의 효과가 아시아인들 사이에서 인종적(ethnicity)으로 다르다고 볼 만한 강력한 생물학적(biological) 근거가 없다. EGFR-TKI는 'EGFR 유전자 변이'라는 명확한 바이오마커를 타깃으로 하는 약물이다.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모두에서 이 변이가 발견되면 약물은 동일한 기전으로 반응한다.

우리가 가끔 한국이나 일본의 실제 임상자료 연구(RWD)에서 OS(전체 생존기간)가 유독 길게 나타나는 것을 보게 된다. 하지만 이는 한국인이나 일본인의 인종적 특성 때문에 약효가 더 좋은 것이 아니다. 이것은 의료 시스템의 차이, 즉 높은 의료 접근성, 적극적인 T790M 변이 검사, 그리고 1차 치료 실패 후 2차, 3차 치료로 이어지는 후속 치료(sequential treatment) 전략이 다른 나라보다 더 잘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다.

따라서 FLAURA2의 소규모 하위그룹 데이터로 한국인에 대한 약효를 의심하는 것은 근거가 매우 빈약하다고 생각한다.

 

Q: 일부 의료진은 오히려 반대로 타그리소가 한국인에게 더 적합한 약제라고 말씀하기도 한다. 이에 대한 교수님의 의견을 듣고 싶다.

A: '적합하다'는 표현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다. 만약 '한국인에게 생물학적(biological)으로 더 잘 듣는다'는 의미라면, 저는 동의하지 않는다. 앞서 말씀드린 맥락과 같다. EGFR-TKI는 인종이 아닌 'EGFR 변이'라는 바이오마커를 표적으로 작용하며, 이 기전이 한국인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를 이유는 없다.

하지만, '레이저티닙과 비교하여 한국의 임상 환경에 더 적합하다'는 의미라면, 그 의견에 일리가 있다. 오랜 기간에 걸친 풍부한 사용 경험의 축적과 내약성 관리의 숙련도 때문일 것이다.

타그리소는 T790M 2차 치료제로 국내에 도입된 이후 1차 치료제까지 굉장히 오랜 기간, 수많은 환자에게 사용됐다. 그 결과, 한국 의료진은 이 약제에 대한 방대한 리얼월드데이터(RWD)를 축적하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우리가 타그리소의 주요 이상반응(예: 간질성 폐질환(ILD), 피부 발진, 손발톱 주위염 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으며, 부작용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노하우(내약성 관리)가 최고 수준이라는 뜻이다.

약효가 아무리 좋아도 부작용 관리가 안 되어 치료를 중단하면 의미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타그리소'는 한국 의료진이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즉 환자에게 가장 안전하게 오래 투여할 수 있는 약제 중 하나가 된 것이다.

따라서 '생물학적 적합성'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약제 사용 경험’라는 측면에서 '한국인에게 적합하다'는 표현을 쓰신 것이라 생각한다.

 

Q: 타그리소의 치료 혜택이 조금 더 크다고 보는 의료진들은 타그리소가 2016년에 국내 도입된 만큼, 오랜 기간 약제를 사용하면서 부작용 관리와 위험성에 대한 경험이 충분히 축적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내 환자들에게 타그리소가 상대적으로 더 안전하고 익숙한 치료 옵션일 수 있다는 의미인 것 같다. 

A: 같은 3세대 EGFR-TKI 인 두 약제의 효과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객관적으로 비교하려면 더 많은 환자를 포함한 리얼월드데이터(RWD)가 필요하다. 다만, 질문하신 '안전성'과 '익숙함'의 맥락에서 볼 때, '약제의 최대 용량(maximal dose)을 유지하기 어려운 점'은 실제 진료에서 매우 중요한 이슈다. 임상연구(RCT)는 상대적으로 건강하고 활동능력(ECOG PS)이 좋은 환자들이 최대한의 용량을 사용하면서 좋은 결과를 보여준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는 80세 이상의 고령이거나 ECOG 2 정도로 전신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들도 많다. 여기서 두 약제의 내약성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타그리소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최대 용량(80mg)을 큰 문제없이 유지하는 반면, 레이저티닙은 부작용으로 인해 상당수의 환자들이 용량을 감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것이 임상연구에서 보여준 결과와 우리가 실제 현장에서 기대할 수 있는 효과가 과연 같을 것인가 고민이 되는 지점이다. 결론적으로, 두 약제 중 어느 한쪽이 더 우수하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 이는 각 임상연구의 설계가 서로 다른 환자군을 대상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임상 현장에서는 두 약제 모두 3세대 EGFR-TKI로 평가되며, 어떤 약제가 더 우수하다는 개념보다는 환자가 조금이라도 덜 힘들어하고 의사가 관리 가능한 수준의 부작용을 보이는 약제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Q: 해외 가이드라인에서는 타그리소 병용요법에 대해 어떻게 권고하는가.

A: 타그리소-항암화학 병용요법(FLAURA2 요법)은 'Category 1(카테고리 1)'으로 권고된다. 미국암종합네트워크 가이드라인(NCCN Guidelines)에서 '카테고리 1'은 최고 수준의 임상 근거(High-level evidence)와 광범위한 합의(uniform consensus)가 확립되었다는 의미다. FLAURA2 요법을 최고 등급의 근거를 갖춘 표준 치료 옵션 중 하나로 인정하면서도, 타그리소 단독 요법을 우선적인 '선호 요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Q: 일부 폐암 환자 분들이 수도권에 위치한 병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지역 거점 병원의 의료진으로서 지역 거점 병원의 역할과 장점에 대해 한말씀 부탁드린다.

A: 최근에는 예전보다 서울로 치료를 받으러 가는 환자분들이 줄어든 것 같다. 오히려 요즘은 부모님의 연고지에 가까운 병원에서 치료받도록 결정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는 항암 치료가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이어지는 긴 과정이라는 점을 보호자분들께서 잘 인지하시기 때문인 것 같다. 환자 본인이 생활하는 집에서 무리 없이 꾸준히 다닐 수 있는 병원을 선택하는 것이 환자의 삶의 질(QoL)이나 치료의 지속성 면에서 훨씬 수월하다.

또한, 현재는 지역 병원의 약제 선택이나 치료 수준이 서울의 대형 병원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 많이 알려지면서, 지역 병원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 같다.

그래서 저는 환자분들이 병원을 옮겨야 하는 상황이 생길 경우, 병원의 네임밸류보다는 "환자분의 말씀을 잘 들어주는 의사를 찾아가라"고 말씀드린다.

항암 치료 중에는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데, 환자가 느끼는 불편함을 의료진에게 편하게 말하지 못하면 치료 독성이 생겨도 인지하지 못한 채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치료 과정에서는 의료진과의 긴밀한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담당 의사를 자주 볼 수 없는 병원이라면 가시지 말라'고 당부드리기도 한다. 환자가 아무리 많아도, 담당 의사가 환자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몇 마디라도 편하게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치료를 받다 보면 병원을 여러 번 옮기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항암제 부작용은 해당 약을 처방한 주치의가 가장 잘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항암 치료를 담당하는 주치의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므로 보다 가까운 곳에서 꾸준히 진료받을 수 있는 병원이 적합하다.

개인적으로는 저를 믿고 지속적으로 함께 치료를 이어갈 수 있는 분들이 오시면 좋겠다. 어느 병원이든, 환자 분이 신뢰할 수 있는 환경에서 계속해서 치료를 잘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Q: 마지막으로 폐암 환자 및 보호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A: 가장 중요한 것은 담당 주치의와 환자 사이의 ‘신뢰'다. 아무리 좋은 약이 있더라도, 그 치료제를 제대로 관리할 수 없는 의사나, 약의 효과를 신뢰하지 못하는 환자에게는 충분한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담당 주치의가 충분한 임상 경험과 근거를 바탕으로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판단하여 권하는 치료제에 대해 환자 또한 신뢰를 갖고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광고나 소문에 흔들려 약제를 선택해서는 안 된다.

좋은 의사일수록 환자의 상태와 치료 우선순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능한 치료 옵션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1번이 가장 좋은 옵션이지만, 이러한 이유로 어렵다면 2번이 가능하고, 이 선택에는 이러한 이유가 있다”와 같이 2~3가지의 치료 옵션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근거를 설명해 줄 수 있는 의사라면 충분히 신뢰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환자의 질문에 최대한 그 원인을 의사답게 전문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는 의사라면 믿으셔도 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의료진과 함께 상의하신다면, 어떤 약제든 환자에게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제가 항상 환자분들과 보호자분들께 드리는 말씀이 있다. 바로 '서로의 마음을 조금 더 가까이 나누라'는 것이다. 암 치료는 긴 여정이다. 이 과정에서 환자 본인이 느끼는 고통과 보호자가 느끼는 불안감이, 안타깝게도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힘들수록 서로의 마음을 더 열고 의지하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두 가지만 더 당부드리고 싶다.

첫째는 '수면'이다. 잠을 잘 자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불안감 때문에, 혹은 통증 때문에 잠을 이루기 어렵다면 참지 마시고, 때로는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충분한 수면을 취하도록 노력하셔야 한다.

둘째는 '변비'다. 변비를 가볍게 보지 마시고 최대한 적극적으로 치료하시길 권한다. 최근 많은 연구에서 보듯, 장의 상태가 환자의 전반적인 면역 상태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치료 과정이 물론 힘드시겠지만, 의료진을 믿고, 가족을 믿고, 또 스스로를 믿으면서 조금 더 긍정적이고 씩씩하게 치료를 이어가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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