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간세포암 치료에는 면역항암제와 혈관생성억제 표적치료제의 병용요법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다만, 여전히 30%의 환자들은 이러한 병용요법에도 효과를 보지 못해 새로운 치료 약제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발표된 국내 연구진의 한 연구결과가 화제다. 면역항암제와 혈관생성억제 표적치료제 조합의 치료 효과 및 안전성에 대한 연구인 RENOBATE가 바로 그것. 

해당 연구는 절제불가능한 국내 간세포암 환자 42명을 대상으로 스티바가+옵디보 병용요법의 객관적 반응률(ORR)을 1차 평가 변수로 삼았다. 무진행생존기간(PFS)과 전체 생존기간(OS), 안전성 등은 2차 평가 변수로 지정했다. 

연구 결과, RECIST v1.1 기준 전체 환자들의 객관적 반응률은 31.0%였으며,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은 7.38개월을 기록했다. 또 환자들의 1년 생존율은 80.5%에 달했고,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에는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 안전성 측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부작용은 수족증후군(33.3%)이었고, 탈모(26.2%), 피부발진(21.4%)이 뒤를 이었다. 

이 같은 두 약제의 시너지 효과와 더불어 RENOBATE 연구에서는 TMEM176A/B 발현이 면역항암제의 치료 효과를 떨어뜨린다는 점을 확인, 새로운 항암 치료 타겟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시해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연구자 단독 연구임에도 최근 Nature Medicine에 연구 논문이 게재되기도 했다. 한국 종양학 분야에서 연구자가 단독으로 진행한 임상이 Nature Medicine에 게재된 것은 이번 RENOBATE가 처음이다. 

무엇보다 임상에 참여한 환자 중 3명의 환자들은 2년 이상 종양의 진행없이 해당 약제를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고. 이는 수술이나 색전술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인 만큼, RENOBATE 연구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터.

이에 본지는 이번 연구 논문의 저자인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와 함께 RENOBATE 연구 결과와 그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는 자리를 가졌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

Q: 우선 최근 절제불가능한 간세포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스티바가와 옵디보 병용 연구인 RENOBATE 임상 2상 결과가 Nature Medicine에 발표됐다.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 달라.

A: 이 연구는 면역항암제가 표준 치료가 되기 전인 6년 전에 기획됐다. 옵디보가 간세포암에서 효과가 있다는 점을 초기 연구에서 보여주었으나, 단독요법으로는 10-15% 정도의 효과만을 보였다. 또 기존에 넥사바 이후 2차 요법으로 허가가 되었던 스티바가가 면역 증강 효과가 있다는 전임상 연구 결과에 착안하여 스티바가와 옵디보를 동시에 사용하면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스티바가와 옵디보 모두 당시 간세포암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던 약제들이었기 때문에, 이를 병합하는 것에 안전성 측면에서 큰 우려는 없었지만, 효과면에서 시너지가 얼마나 나타날지가 관건이었다. 

본 연구는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및 분당차병원에서 시행된 다기관 임상연구로, 총 42명의 수술 및 색전술이 불가한 진행성 간세포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반응율 31%, 무진행생존기간 7.38개월을 보여 주어, 연구의 1차 목표를 달성했다. 바이오마커 중개연구에는 국내 기업인 지놈인사이트, 카이스트, 싱가포르 국립암센터 (National Cancer Center Singapore) 및 미국의 UCLA에서 참여를 해주었다.   

임상 연구 결과와 함께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이 기증해 준 혈액을 이용하여, 혈액 종양 DNA 및 면역세포의 RNA 분석도 진행했다. 특히 면역 세포의 RNA 분석을 통하여 면역항암제에 효과가 좋은 환자들이 특징적인 면역세포의 변화를 보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연구에서는 그동안 많이 연구가 되지 않았던 단핵구에 대해 분석하여, 면역항암제의 내성에 단핵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러한 결과는 추후 단핵구를 타겟으로 하는 신약개발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Q:  연구 논문의 저자로서 이번 임상 결과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이번 임상의 의의로는 현재 티쎈트릭+아바스틴과 리보세라닙+칼렐리주맙으로 대표되는 면역항암제와 혈관생성억제 표적 항암제의 병합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스티바가 역시 대표적인 혈관생성억제 표적 항암제인데, 이번 연구에서는 스티바가 표준 용량인 160 mg의 절반인 80 mg을 사용하였다. 기존 경구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의 병합요법이 그 효과에도 불구하고, 선호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가 독성이 증가한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약제 용량을 적절하게 디자인하여, 효과의 저하 없이 독성을 감내 가능한 정도로 낮출 수 있었다. 

 

Q: 세부적인 데이터를 보면 우선 1차 평가변수인 객관적 반응률이 31%를 달성하며 임상에 성공했다. 일반적으로 1차 평가변수에는 PFS나 OS를 지정하는데 이번 임상에는 반응률을 1차 평가변수로 정한 이유가 무엇인가.

A: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면역항암제의 경우 반응율이 장기생존률과의 연관성이 비교적 잘 보고가 되어 있어서, 종양이 30%이상 감소하는 환자의 비율을 이야기 하는 반응율이 약제 효과를 판정하는데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로는 무진행 생존기간 및 전체 생존기간이 보수적인 효과 평가 변수지만, 본 연구 결과를 확인 후에 표준 치료와 비교하는 2상 및 3상 연구를 계획하기 위하여 비교적 빠르게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반응율을 1차 평가 변수로 설정하였다. 

 

Q: 스티바가 단독 치료의 반응률이 10%대에 불과하고, 옵디보 역시 단독 치료의 반응률이 높지 않은데, 두 약제 병용 치료로 인한 반응률이 30%를 넘어섰다. 과거 국내에서 진행된 연구자 주도 1상 연구에서도 옵디보+스티바가 병용 요법은 약 30%의 반응률을 기록한 바 있는데, 이처럼 두 약제가 높은 반응률을 보여준 것은 두 약물이 시너지 효과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A: 그렇다. 바이오마커 연구에서 확인하였을 때 스티바가-옵디보를 같이 사용하였을 때에 특징적인 면역세포 프로파일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면역항암제 단독 요법 사용시에는 나타나지 않았던 것으로, 스티바가로 인해 면역세포들이 면역항암제에 더 잘 들을 수 있도록 변화함을, 즉 두 약물이 시너지가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이 치료를 받은 스티바가-옵디보 병합요법의 결과는 현재 표준치료인 티쎈트릭-아바스틴 요법과 비슷한 범주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는 면역항암제와 혈관생성억제 표적항암제의 조합이 간세포암에서 효과가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 연구가 시작되었을 때에는 티쎈트릭-아바스틴 요법이 국내에서는 허가 및 급여가 되지 않았던 터라,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이 그 시점에서 최선의 치료를 받았음을 결과로 보여줄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된다. 그동안 많은 논란은 두 계열의 약제 조합이 단순히 1+1=2인 추가효과인지, 아니면 1+1=3인 시너지 효과인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었는데, 본 연구에서는 두 계열의 약제 조합이 기전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킴을 보여주었다. 

 

Q: 임상 2상이기는 하지만 이번 연구에는 대조군이 없다 보니 스티바가+옵디보 병용요법 치료의 효과에 대한 근거가 조금 부족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A: RENOBATE 연구는 2상 중에서도 규모가 작은 연구로, 이 연구 결과만을 가지고 허가를 받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현재 본 연구 결과를 근거로 스티바가-키트루다 병합요법 3상 연구가 글로벌 연구로 진행이 되고 있다. 그 연구 결과에 따라서 스티바가-면역항암제 병합요법이 실제 진료 현장에서 사용될 수 있을지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Q: 연구 논문에는 TMEM176A/B에 대한 내용도 포함이 되어 있는데, TMEM176A/B은 무엇인가. 또 이를 활용하여 향후 어떠한 면역치료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A: TMEM176A/B는 염증반응을 일으키는데 있어 주요한 기전 중 하나인 염증소체(inflammasome) 활성을 조절하는 데 관여하는 물질이다. TMEM176A/B가 증가하게 되면 염증소체 활성화를 억제하게 되고, 이것은 우리몸의 단핵구/대식세포가 항암면역을 활성화(M1)시키는 형태가 아닌, 항암면역을 억제(M2)하는 형태로 바뀌는데 기여를 하게 된다. 본 연구에서는 면역항암제 효과가 좋지 않았던 환자들의 혈액에서 이 TMEM176A/B가 반응이 좋았던 환자에 비해 과하게 발현이 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TMEM176A/B 발현 정도가 높아지면 몸의 단핵구/대식세포가 암의 진행을 조장하는 형태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치료 타겟으로서 TMEM176A/B의 역할에 대한 연구는 현재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본 연구를 기점으로 이 표적에 대해서 더 활발한 연구가 되어, 새로운 면역항암제의 타겟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연구팀에서도 지속적인 후속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Q: 스티바가의 경우 수족증후군과 같은 부작용으로 인해 과거 환자들의 삶의 질이 많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었다. 반대로 수족증후군이 발생한 환자에서 약물 치료 예후가 더 좋았다는 평가도 존재하는 것 같다. 이번 연구에서도 수족증후군 발생 비율이 높은 편이었는데, 수족증후군이 발생한 환자들과 발생하지 않은 환자들의 치료 효과 차이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A: 좋은 질문이다. 수족증후군과 같은 부작용은 경구 혈관생성 억제제를 면역항암제와 병합요법으로 쓸 때 가장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스티바가가 단독요법으로 사용할 때의 절반의 용량을 사용하여, 심한 수족증후군(3-4등급)의 발생은 한명도 없었다. 1-2등급의 경도 수족증후군은 38%에서 나타났지만, 대부분 용량 조절 등으로 환자들이 크게 불편하지 않은 정도로 조절할 수 있었다. 수족증후군이 나타난 환자에서 치료효과가 좋다는 것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아직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고, 추후 해당 내용에 대해서도 확인해 볼 계획이다.

 

Q: 향후 간세포암 분야에서 추가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연구가 있다면 어떤 내용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A: 현재 간세포암의 항암제 효과는 10년전과 비교하여 상당한 진전이 있지만, 폐암, 대장암 및 유방암 등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우선 현재 간세포암에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물질들이 현재 표준치료와 병합치료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전통적인 약제의 범주에는 속하지 않지만, 다른 암종에서 효과를 보인 CAR-T나 핵의학치료(PRRT)도 간세포암의 치료 연구가 시행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결과를 지켜보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추가로 간세포암은 다른 암종에 비해 수술, 간이식, 색전술 등과 같이 국소 치료법이 많이 발달해 있고, 치료 효과 역시 좋은 편이다. 새로 개발되는 항암제들이 기존에 많은 환자들에게 시행되어 왔던 국소 치료법들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는 병원 내 여러 전문 분야의 교수님들과 협력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연구 논문의 저자로서 국내 의료진분들이나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메시지가 있다면.

A: 우선 어려운 상황에서도 본 연구에 참여해 준 환자분들 그리고 보호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또 물심양면 도움을 주신 공동 연구자 분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앞으로도 많은 연구를 통하여 국내 간세포암 환자분들이 더 나은 치료 성적을 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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