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비만 치료가 해를 거듭하며 큰 발전을 하면서 국제적인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대한비만학회는 지난 30여 년간 비만 치료에 대한 인식개선에 앞장서 온 가운데, 학술적으로 큰 발전을 하며 아시아 대표적인 학회로 인정받고 있다. 대한비만학회 김성래 신임회장(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을 만나 비만 치료의 역사 및 발전과 앞으로 추진할 주요 사업에 대해 들어보았다.

 

30여 년간 비만 인식개선 주도 및 국제적 위상 높여

“그동안 여러 비만 관련 학회들이 생기고 사라졌지만, 30년 이상 역사를 유지해 온 정통 비만학회는 대한비만학회밖에 없습니다. 자부심과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제적 위상을 더욱 높이고 올바른 비만 치료체계를 정립해 나가겠습니다.”

대한비만학회는 1991년 창립하여 30여 년간 큰 발전을 이뤄왔다. 창립 30주년 기념사업단장을 맡아 학회의 사업 활동 정리를 맡았던 김 회장은, 지난 그동안 가장 큰 발전으로 비만에 대한 인식개선을 꼽았다. “예전에는 비만이 질병이라는 인식이 국민은 물론 의료인들에게도 없었다”며 “학회가 인식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고, 앞으로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것도 자랑할 만한 일로 꼽았다. “그간 선후배님들이 해 온 노력이 최근 빛을 발하면서 미국, 유럽을 비롯해 여러 외국 학회들과 MOU를 맺어 나가고 있다”며 “보통 서명작업으로 끝나는 MOU도 많지만, 비만학회는 실제적으로 활발한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실제 대한비만학회는 지난 5월 유럽비만학회에서 아시아 대륙을 대표하는 학회로 소개받은 데 이어, 5개월 뒤인 10월 15일 미국 댈러스에서 열린 ‘비만주간학회’에서 한미공동심포지엄을 열며 국제적인 위상을 자랑했다. 또한 “올해 5월 베네치아에서 열리는 유럽학회에서 세계 참석자들 앞에서 양국의 학회 이사장이 좌장을 볼 예정”이라며, “이 같은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라고. 학회지 ‘Journal of Obesity & Metabolic Syndrome(JOMES)’도 그동안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PubMed, DOAJ 등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높은 임팩트 팩터를 유지하며 SCIE 등재를 앞두고 있다.

한편, 김 회장은 올해 주요 추진 사업으로 기존 시행 중인 비만 인증의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고, 올바른 비만 진료지침 제안과 국민의 비만에 대한 인식개선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학회에서 비만 치료에 특화된 ‘비만 인증의’ 교육을 진행해 왔는데, 명칭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서 명칭 변경과 함께 더욱 특화된 교육 과정을 준비하고 있다”며 “비만치료를 하는 의사들이 올바른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할 것”이라고. 이외에도 2년 전부터 진행해 온 지방 순회 연수강좌 프로그램(ODOT)도 올해는 더욱 활성화할 방침이다. “찾아가는 서비스 개념으로 지역 개원의나 준종합병원 의사들에게 토요일 반나절 코스로 비만에 대해 전반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라며 “올해 6번의 순회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획기적 비만 치료제들 등장, 국내 문턱은 높아

한국의 비만 환자 수는 1500만 명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을 정도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만 치료제도 발전을 거듭하며 최근에는 장기간 안전성이 입증된 약제들이 나오면서 치료 무기가 많아지고 있다.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치료제는 단연 오젬픽, 위고비 같은 GLP-1 유사체의 계열 치료제이다. “기존 지방 섭취를 줄여주는 약제나 지금은 사라진 식욕 자체를 떨어뜨리는 약제를 거쳐, 최근에 당뇨병 치료제로 나온 GLP-1 유사체는 뇌에 작용해서 식욕을 떨어뜨리고 위장관 운동을 늦춰주면서 전체적으로 체중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며 “기존 약제들은 5~10% 체중감소 목표였다면, 이러한 최근 약제는 20% 이상 체중감소가 되다 보니 환자 만족도가 외과적 수술에 버금간다”고 전했다.

이같이 국제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오젬픽과 위고비는 지난해 국내 허가를 받았지만 국내 출시는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 회장은 이 같은 효과 좋은 약제를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국내 환경에 대해 지적했다. “최근 당뇨병 치료제 포시가가 특허 만료로 인해 약가인하가 예고되면서 국내 철수를 결정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비만약 역시 국내 약가가 저렴한 편이다보니 중국 같은 인근 국가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 제약사들이 한국 출시를 일부러 늦추는 것”이라고. 이어 “결국 무조건 낮은 약가 정책이 국민 전체의 건강을 위해 바람직한 것인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며, “적절한 약가 수준에 대해 토론 등을 통해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올바른 비만 치료 위한 인식개선 및 양극화 개선 노력

“환자들은 단기간에 치료하기를 원하지만, 비만 치료는 상당한 인내심을 갖고 질병 이해와 함께 장기간 꾸준히 치료에 접근해야 합니다. 그런 차이에 대해 환자와 의료진 간의 공감이 이뤄지지 않으면 치료가 쉽지 않죠.”

비만 치료는 100미터 달리기처럼 전력질주하면 요요현상 등으로 인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잘못된 정보에 매달리지 말고 의료진과 상담하면서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하는 장거리 달리기를 하는 마음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한편 비만은 국내 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경제적 하류층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치료제가 대부분 비급여에 고가이다 보니 정작 혜택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치료받을 수 없는 양극화 현상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같이 비만에 대한 잘못된 치료 인식이나 양극화에 따른 치료적 접근 개선들은 아직 우리 사회가 넘어야 할 숙제다.

이러한 인식개선을 위해 학회가 최대한 나서겠다는 것. 이러한 일환으로 3월 4일 비만의 날 시민 참여형 걷기 행사를 비롯해, 비만의 역학 사업과 사회단체, 복지부와의 협업을 통해 인식 개선을 위해 적극 나설 방침이다.

학회는 국내 건강검진의 BMI기준 개선도 추진하고 있다. “동양인은 BMI 25 이상을 비만으로 정의한 지 오래됐지만, 현재 국가검진에서는 BMI 30 이상을 비만으로 판독하고 있다”며 “학회가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바뀌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23~25까지 과체중, 25 이상이면 비만으로 정의하는 게 적정하므로 지속적으로 기준 변경을 요구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닥치고 있는 비만에 대해 올바른 치료를 위한 인식 및 제도 개선과 함께 학술적으로 국제적 위상을 높여나가고 있는 비만학회의 도약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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