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고령화로 내분비질환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래 대비를 위한 학술적 모색이 진행되고 있다. 대한내분비학회는 지난 2022년 창립 40주년 및 국제학술대회 10주년을 변곡점으로, 앞으로 40년은 예방의학으로서 역할을 정립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새해를 맞아 1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대한내분비학회 제34대 회장인 박정현 교수(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내분비대사내과)를 만나 새해 추진 사업 및 내분비의학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고령화 따른 내분비질환 급증…정밀의학의 선두 될 것

“내분비대사학은 굉장히 범위가 넓고, 기초의학과 연계가 가장 깊은 의학 분야입니다. 각 세부 분야를 다루는 자학회도 많은 만큼, 모학회로서 내실을 강화하고, 전문분과학회들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젖줄 역할을 하겠습니다.”

의학 발전 및 국내 인구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내분비대사 질환들이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현재 대한내분비학회는 전통적인 내분비질환에 대한 임상 및 기초연구 이외에도 노화(senescence)와 환경호르몬, 즉 EDC(Endocrine Disrupting Chemicals: 내분비교란물질)에 대해서도 관심을 넓혀가고 있는 상태다.

1982년에 창설된 대한내분비학회는 내분비대사학 전반을 아우르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학술단체로, 당뇨병, 갑상선질환, 골대사질환, 이상지혈증 등 내분비대사 관련 질환을 다루며, 해당 질환들을 전문으로 하는 다양한 분과학회들의 모학회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학회는 지난해 창립 40주년과 함께, 국제학술대회 SICEM 개최 10주년 및 Endocrinology and Metabolism(EnM)의 국제학술지 도약 10주년을 맞이한 의미 있는 해이기도 했다.

이와 함께 앞으로 40년 내분비의학의 변화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박 회장은 “급속한 인구 고령화에 따라 내분비대사 질환들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며 “전통적 임상의학을 넘어 예방의학 및 개인 맞춤치료 기반의 정밀의학으로 변화되는 미래의학에서 내분비대사학이 그 선두에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현실에서는 내분비대사학을 전공하고자 하는 젊은 의사들의 숫자는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어서 학회의 고민이 깊다.

이에 대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현재 국내 복잡한 의료 현실이 제일 중요한 원인”이라고 꼽으며, “이는 단기간에 바뀔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 이에 “내분비대사학의 임상적 측면에 보다 더 내실을 기하고, 정부 및 국회 등 필요한 기관들과의 원활한 소통이 될 수 있도록 인적 자산들을 활용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일환으로 학회는 젊은의사들에게 내분비내과를 더 잘 알리고, 젊은 연구자 지원과 육성을 위해 최근 ‘내분비의 새 봄을 준비한다’는 모토로 미래위원회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미래위원회는 ▲학생 대상 내분비학 홍보 캠페인 ▲전임의 지원 프로그램 상시 운영 ▲내분비 대사 전문의 진료 캠페인 등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박 회장은 미래 후배들에게 “인구 고령화가 증가하면 내분비대사 관련 질환들, 즉 갑상선결절, 갑상선기능이상, 비만, 당뇨병, 이상지혈증, 그리고 골다공증 등의 질환들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임상의학적 측면에서 분명한 장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또한 내분비대사학은 의학모든 분야들 중에서 가장 인문학적인 색채가 강한 분야의 하나”라며 “그만큼 진단과 치료에서 생각하고,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다는 뜻으로, 학문 자체가 재미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나날이 발전하는 당뇨병 치료…‘노화학’도 미래의학의 중요 분야

내분비의학 중 가장 큰 학술 분야라고 할 수 있는 당뇨병은 현재 새로운 치료제들이 등장하면서 더욱 강력한 효과를 보이며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SGLT2 억제제와 GLP-1 수용체 자극제 두 가지 약물들은 단순한 혈당 조절뿐 아니라 심부전과 신질환의 진행을 강력하게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며 “그러나 이 약제들의 작용 기전이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아니라서 많은 논문들이 연이어 발표되고 있는 가운데, 관련 학회들은 새롭게 발표되는 내용에 따라 진료지침을 계속 수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한 지난 10월 열린 ‘SICEM 2023’ 국제학술대회에서는 캐나다 브리티쉬 컬럼비아 대학 티모시 키퍼 교수가 당뇨병의 근원적인 치료 방법일 수 있는 ‘재생치료’에 대한 강의를 진행해 첨단 치료에 대한 최신지견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를 비롯해 “추계 국제학술대회에서는 기존의 고식적인 약물 치료를 넘어서서 손상된 중요 장기들의 재생과 복원에 대한 내용들이 비중있게 다루어 졌다”고 소개했다.

한편, 박 회장은 현재 대한내분비학회 노년‧노화 내분비연구회 회장, 내분비교란물질(EDC)연구회 회장, 동남권항노화학회(SEAS) 회장으로도 활약하며 ‘노화학’ 관련 다양한 연구를 펼치고 있다. “노인에게 발생한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대한 학문을 노인병학(geriatrics)이라고 한다면, 노화와 관련된 다양한 과학적 연구들은 노화학(gerontology)이라고 한다”고 소개했다.

이 같이 노인병학과는 개념이 다른 노화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전국 의과대학의 40여 명의 교수들과 함께 2년 전 노화학 한글판 교과서를 출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소아는 성인의 축소판이 아닌 것처럼, 노인 역시 성인의 연장판이 아니다”라며 “소아 환자들은 꼭 필요한 약물만 필요 시기에 복용해야 하는데 비해, 노인들은 동반 질환들이 많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여 더욱 세심하게 챙겨야 하는 것이 노화학의 핵심”이라며, 미래의학에 있어 중요한 학술분야라는 점을 강조했다.

 

희귀질환 진료지침 마련 및 기존질환 지침 세분화도 필요

“내분비대사 영역에서는 매우 흔한 질환들도 많지만, 극히 드문 질환들도 많습니다. 당뇨병 같이 유병률이 높은 질환들은 공식 진료지침들이 잘 나와 있지만, 희귀질환들은 관심이 적은 편이죠. 희귀질환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진료지침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흔한 질환 뿐 아니라 희귀질환들에 대한 가이드라인 마련도 학회가 해야 할 중요한 사업이라고 꼽는 박 회장. 또한 “유병률이 높은 중요 질환들의 기존 진료지침들 역시 다양한 시각의 진료지침으로 세분화가 필요하다”며 “미국의 경우 당뇨병 진료지침을 3가지나 사용하고 있다”면서 “학회 실무진들과 이 부분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내분비학처럼 특별한 처치나 시술이 없는 임상분과는 수가에서도 불리한 측면이 있다고 토로하며,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정부 및 관련 단체들과 소통을 통해 하나씩 개선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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