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전반에 분포되어 있는 신경(nerve). 이에 필연적으로 신경계 관련 질환은 광범위하게 발병하는데, 이 중 신경계 희귀질환의 경우 발병 기전이 밝혀지지 않아 치료제도 전무한 상황이 지속되어 왔다.

다행인 것은 최근 시신경 척수염 범주질환(NMOSD)이나 척수성 근위축증(SMA)과 같은 신경계 희귀질환들의 발병기전이 하나 둘 밝혀지면서, 이들 치료제들의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이에 환자들의 치료 환경 개선과 더불어, 치료 목표도 높아지는 등 긍정적인 신호들이 포착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신약들의 등장에도 국내 신경계 희귀질환 환자들의 시름은 여전히 깊다. 대부분의 신약들이 고가이다 보니, 치료제가 있어도 급여에 막힌 환자들이게는 그저 '그림의 떡' 인 실정이라는 것.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에서도 희귀질환 치료제들에 대해 보험 급여 혜택을 적용했지만, 신약 허가 후 급여까지 수년의 기간이 걸리는데다 보험 급여가 적용된다 하더라도 까다로운 조건으로 인해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더욱이 질환의 특성이나 임상 현장과 맞지 않는 보험 급여 조건들이 설정되는 경우들도 빈번해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은 상황. 

이에 본지는 임상 현장에서 신경계 희귀질환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신하영 교수를 만나 신약 접근성 저하에 따른 환자와 의료진들의 고충에 대해 들어봤다.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신하영 교수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신하영 교수

Q: 신경계 희귀질환에서 신약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치료 목표에 변화도 생겼을 것으로 보인다.

A: 최근 신경계 자가면역질환, 신경계 염증질환 치료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과거에는 질환의 기전에 바탕을 둔 치료 약제들이 없어 거의 경험적인 치료 위주로 진행했다. 대표적인 치료 방법이 이들 질환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스테로이드이다. 스테로이드와 같은 비특이적인 약제는 치료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여러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질환들의 발병기전이 밝혀지면서 최근에는 특정 발병기전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치료제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치료제들의 등장으로 부작용은 최소화하면서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게 되었고 치료 목표가 상향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유전질환의 경우는 치료조차 어려웠는데 유전자 치료 방법이 등장하면서 불치에서 치료 가능한 질환으로 바뀌어 치료 목표도 완전히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Q: 최근 접근성 개선이 기대되고 있는 신경계 희귀질환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중추신경계 자가면역질환에서는 시신경 척수염 범주질환이나 다발경화증 등의 질환에서 신약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신경근육질환의 경우 중증 근무력증, 만성 염증성 탈수초 다발성신경병증과 같은 질환 등이 있다. 유전질환에는 척수성 근위축증과 듀센근디스트로피 등이 대표적이다. 

 

Q: 희귀질환 치료 접근성 개선을 위해 정부에서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A: 정부의 많은 노력 덕분에 새로운 약제들이 임상 현장에서 쓰이고 있다. 다만, 치료제가 허가되고 임상 현장에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기까지의 기간이 다른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오래 걸리는 편이다. 현재 우리나라와 경제 수준이 유사한 국가에서는 보험급여가 적용되는 치료제들이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급여 논의 중일 때는 안타까운 마음만 든다. 

 

Q: 신경계 희귀질환 환자들의 치료 과정에서 제한적인 신약 접근성으로 겪은 어려움은 없는가.

A: 기존 방법으로 치료하면 효과에 대한 부족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시신경 척수염 범주질환의 경우, 최근까지도 신약들이 보험급여 적용을 받지 못하고 리툭시맙까지만 급여 적용이 되어 리툭시맙 치료에도 재발을 겪는 환자들은 다음에 사용할 수 있는 약제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증 근무력증의 경우 역시 기존 치료제로는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들이 상당 수 있으며, 비특이적인 기존 치료제의 장기간 사용으로 부작용이 흔히 발생한다. 예를 들어 스테로이드의 장기간 사용으로 골다공증이 발생하여 잦은 골절을 겪거나 당뇨병이 생기는 등 여러 문제를 겪고 있다. 

이들 질환에서 최근 개발된 신약들은 임상시험 결과나 신약을 먼저 사용하고 있는 국가들에서의 사례들을 보면 환자들에게 현 치료 환경에서 벌어지는 한계를 충분히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급여가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어 아쉬움이 많다. 

 

Q: 시신경 척수염 범주질환은 신약이 여럿 등장하기도 했고, 최근 급여화 소식도 들렸다. 임상 현장에서 매우 반가운 소식일 듯하다.

A: 시신경 척수염 범주질환은 한 번의 발병이나 재발만으로 휠체어를 타야할 정도로 하반신 마비가 오거나 시력이 소실될 수 있는 질환이다. 따라서 재발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한 질환이다. 

이 질환에서 최근 사트랄리주맙이라는 치료제가 보험급여 적용이 되었다. 환자, 의료진 모두에게 반가운 소식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조건에 대한 아쉬움이 다소 남는다. 사트랄리주맙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급여기준에 따른 리툭시맙 치료에도 재발이 발생하여야 하는 조건이 있다. 그런데 아자티오프린이나 마이코페놀레이트 모페틸을 쓰다가 재발을 해야 리툭시맙을 급여기준에 맞게 투약할 수 있어 사트랄리주맙을 처방받기 위해서는 최소 3번의 발병과 재발을 겪어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환자가 효과적인 재발 예방을 위해 본인 부담으로 리툭시맙을 비급여로 바로 사용했다면 사트랄리주맙 급여 조건에서 제외되어 이 약제를 사용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재정 부담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것은 이해한다. 그렇지만, 시신경 척수염 범주질환의 특성과 치료 옵션이 많지 않은 점을 고려해서 개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이 과정 역시 장기화되면 그사이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이 늘어날 수 있으므로 최대한 빠르게 논의가 되었으면 한다. 

 

Q: 가장 먼저 시신경 척수염 범주질환에 등장한 솔리리스는 정작 급여가 지연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보험 재정 때문이라고 본다. 솔리리스는 이미 혈액 질환에서 급여 적용되다가 시신경 척수염 범주질환으로 적응증을 확대하고자 하고 있고 사트랄리주맙은 최초 적응증을 받는 경우라 상황이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신약의 경우 급여 처리 기한이 정해져 있어 사트랄리주맙의 경우 급여가 빨리 진행되었으나 솔리리스의 경우 적응증 확대이다 보니 신약으로 분류되지 않고, 2년이나 지난 지금도 급여가 언제 될지 모르는 답답한 상황이다.  

Q: 올해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에 대한 급여 문제는 업계 주요 이슈 중에 하나였다. 급여 문제로 실제 환자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궁금하다.

A: 치료제가 고가이다 보니 급여 조건도 까다롭다. 현재는 급여 조건이 개선됐으나, 얼마전까지 성인 환자의 경우 3세 이전에 발병한 증거가 있어야 투약이 가능했다. 이 조건은 약제 기전을 고려했을 때 적절하지 않은 급여 기준이었다. 임상 양상이나 근력, 동작 등이 개선되어야 지속 투약이 가능하도록 설정되어 있는데 그 조건이 엄격하다 보니 기전적으로 환자에게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돼도 사용을 못 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척수성 근위축증의 유전자 치료제인 졸겐스마는 영구적인 인공호흡기 사용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사용하지 못해 현장에서 약을 투여하기 전에 기관 삽관이나 호흡기를 달아야 하는 순간에도 약물 사용에 문제가 될까봐 다른 방법을 시도하다가 환자분들이 오히려 불편을 겪게 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Q: 일부 전신 중증 근무력증 신약들이 올해 비슷한 시기에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신약들과 마찬가지로 급여화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을 것 같다. 

A: 다른 질환의 신약이 급여화되는 시기를 미루어 보아, 전신 중증 근무력증 신약 또한 급여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급여 과정이 길어질수록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계속 증가하고 고생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을 정부와 제약사 양쪽이 모두 인지하고 빠른 급여화를 위해 노력하길 바란다. 

 

Q: 건강 보험 재정이 제한적이다 보니, 만성질환처럼 유병률이 높은 질환에 좀 더 혜택을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A: 희귀질환을 보는 의료진으로서는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언제든 나도 그 소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희귀질환을 앓는 환자들에 대한 관심도 커져야 한다. 시신경 척수염 범주질환처럼 심각한 신경학적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질환에서도 뛰어난 효과를 보이는 새로운 치료제로 장애 발생을 막아 환자들의 예후를 현저히 개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들 약제들이 고가여서 건강 보험의 도움이 없이는 환자들이 치료받기가 어렵다. 보험의 본질적인 목적을 고려할 때 고가의 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들이 건강 보험의 혜택을 받는 대상이 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신경계 희귀질환 환자들과 의료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A: 신경계 희귀질환 환자분들께서는 치료가 어렵고 드문 병으로 난치라는 점, 희귀 질환이라는 점에서 제도적으로도 소외되고 많은 고생을 하고 계시고 있다. 최근에는 신약이 개발되고 치료법도 개선되고 있어 머지않은 미래에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의료진들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으니 지금 고생스러우시더라도 잘 견뎌내시길 바란다. 의료진과 잘 협력해서 새로운, 더 높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치료법을 적용 받을 수 있는 날이 곧 올 것으로 기대한다.

희귀질환 환자들의 수가 매우 드문 것처럼 희귀질환을 진료하는 의료진도 많지 않다. 소수의 전문가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계시는데, 같은 동료로서 깊이 감사드린다. 치료 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조금 더 같이 힘을 모아 노력했으면 한다. 지금은 약가가 저렴한 스테로이드가 처음 개발됐던 1940년대에는 소의 부신에서 추출하거나 소의 담즙으로 합성하여 소량 1g을 만드는 데 많은 수의 소가 필요할 정도로 매우 고가였다고 한다. 이후 기술 발달로 스테로이드의 비용이 낮아진 것처럼 최근 개발되고 있는 신약들도 그 비용이 점차 낮아질 것이다. 신약 개발 자체가 어려운 일이지만 해냈듯 신약과 관련된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 더 노력하면 차차 치료 접근성도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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