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닛 서범석 대표
루닛 서범석 대표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이 유바암 데이터 1억장을 보유한 다국적 기업 ‘볼파라’를 인수하면서 미국시장 진출의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루닛은 14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내 2천곳 이상 의료기관에 AI 솔루션을 공급하는 다국적 기업 '볼파라 헬스 테크놀로지(Volpara Health Technologies, 이하 볼파라)'를 미화 1억 9,307만 달러(한화 약 2,525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는 루닛이 창립 이래 처음으로 해외 유망 의료AI 기업을 인수하는 것으로, 루닛은 이번 인수를 통해 세계 최대 의료시장인 미국에서 매출을 본격적으로 올리는 동시에 미국 내 자체 AI 솔루션 판매망을 확보하게 됐다.

 

볼파라 지분 100% 인수…외부 차입 등 인수자금 마련

루닛은 14일 이사회를 열고 볼파라 지분 100%를 1억 9,307만 달러(한화 약 2,525억원)에 인수키로 의결했다. 이는 호주증권거래소(ASX)에 상장된 볼파라 주가를 주당 1.15 호주달러(AUD)로 책정한 것으로, 전일 종가 기준 주당 0.78 호주달러에 프리미엄 47.4%를 붙인 가격이다. 전일 기준 볼파라 시가총액은 1억 9,332만 호주달러(한화 약 1,672억원)다.

루닛은 이번 볼파라 인수를 위해 인수자금을 외부 차입 등을 통해 충당할 계획이다. 이번 계약에 따라 볼파라는 내년 2분기 이내에 주주총회를 열고 주주 75% 동의를 얻어 최종 절차를 마무리하며, 이후 합병 완료까지 약 3~6개월이 소요될 것(2024년 4월 완료 예정)으로 전망된다. 루닛은 볼파라 최종 인수 이후, 자원 효율화 및 사업개발 집중을 위해 볼파라를 호주시장에서 상장 폐지할 예정이다.

왼쪽부터 볼파라 비상임이사 로저앨런(Roger Allen AM), 글로벌 사업개발 부사장 데이터 메초프레트(David Mezzoprete)
왼쪽부터 볼파라 비상임이사 로저앨런(Roger Allen AM), 글로벌 사업개발 부사장 데이터 메초프레트(David Mezzoprete)

볼파라, 미국 내 입지 탄탄한 유방암 검진 특화 AI 기업

볼파라는 지난 2009년 뉴질랜드 웰링턴에 설립된 유방암 검진에 특화된 AI 플랫폼 기업으로, 미국 시애틀에 사무소를 두고 미국 내 임상 및 영업 활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6년 4월 호주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이후 유방암 조기 진단을 위한 AI 플랫폼을 미국시장에 집중 공급하며 매년 견고한 매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미국 전체 유방촬영술 검진기관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천곳 이상 의료기관에서 볼파라 제품을 사용하며, 지난해 기준 미국 내 시장점유율 42% 를 차지할 정도로 미국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다.

볼파라는 지난 2021년 전년대비 57% 증가한 1,970만 뉴질랜드달러(한화 약 158억원), 지난 2022년에는 전년대비 32% 증가한 2,610만 뉴질랜드달러(한화 약 21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23년도 회계연도가 종료된 지난 3월말 기준 올해 매출은 전년대비 34% 증가한 3,500만 뉴질랜드달러(한화 약 282억원)를 달성하는 등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CACR)은 63%에 이른다. 특히 전체 매출의 96.5%가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고, 매출 구조가 병원과의 장기 계약을 통한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등 연간 구독 형태로 발생하고 있어, 추후 안정적인 매출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볼파라는 회사 설립 후 줄곧 연구개발(R&D)에 매진한 기술혁신기업이란 점에서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손실 규모는 지난 2022년 1,640만 뉴질랜드달러(한화 약 132억원)에서 올해 980만 뉴질랜드달러(한화 약 79억원)로 감소 추세에 있다. 루닛은 볼파라 인수 후 양사의 사업적, 재정적 시너지를 통해 흑자전환 시기를 앞당기는 데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서범석 대표는 흑자 전환 시기에 대해 “손실이 내년 30억대로 내려오는 시점이 되면 크로스 될 것 같고, 흑자는 2년 후를 예상하고 있다”며 “2년 후에는 두 회사가 합쳐서 1천억 대 매출이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데이터 1억장 보유한 AI 플랫폼 통해 제품간 시너지 기대

무엇보다 볼파라는 유방암 조기 진단과 검사 과정의 워크플로우(Workflow) 효율화를 위한 다양한 AI 솔루션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120건 이상의 특허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및 유럽 CE 인증 제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대표 제품인 △볼파라 덴서티(Volpara Density)는 유방 조직의 밀도를 정량화해 유방암 위험 평가에 도움을 주는 솔루션으로, 2차원 유방촬영술과 3차원 유방단층촬영술 모두에서 유방 밀도에 대한 객관적 측정값을 제공한다.

특히 볼파라는 유방암 검진에 특화된 정밀한 AI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미국 등 서양권 여성 약 1억장의 유방촬영 이미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데이터는 제품 개발을 위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고객 동의를 얻는 등 이례적으로 법적분쟁 가능성을 모두 해소한 것으로, 루닛은 볼파라 인수 후 추가적으로 연간 약 2천만장 이상의 데이터를 지속 확보할 예정이다.

루닛 서범석 대표는 “유방암 진단 AI 솔루션 개발을 위해 30만장의 데이터를 학습한 것을 감안하면, 볼파라가 보유한 1억장 막대한 양의 데이터는 향후 경쟁사와의 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한 루닛은 볼파라 데이터를 활용해 주로 동양권 여성의 데이터를 학습한 루닛의 유방촬영술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MMG' 및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한 3차원 유방단층촬영술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DBT' 제품 고도화를 꾀할 예정이다.

나아가 루닛은 볼파라가 확보한 방대한 데이터를 초거대 AI에 적용시켜 완벽에 가까운 AI 솔루션을 개발하는 동시에 미래 먹거리로 추진하는 자율형 AI(Autonomous AI) 구축에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루닛은 볼파라가 미국 내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내 볼파라 플랫폼 설치 기관을 대상으로 루닛 AI 솔루션을 추가 공급할 기회를 얻게 됐다. 또한 루닛은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볼파라 AI 플랫폼을 유통함으로써 매출을 극대화시킬 계획이다.

저작권자 © e-의료정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