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안면신경학회가 현재 통일되어 있지 않은 안면신경 치료의 표준화에 나선다.

학회는 지난해 안면신경의 날 제정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무엇보다 빠른 치료가 중요한 안면마비 질환에 대해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3대 회장을 맡아 12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대한안면신경학회 여승근 회장(경희대학병원 이비인후과)은 이를 이어받아 질환 알리기에 적극 나서는 한편, 통일되어 있지 않은 다학제간 치료 표준화에도 매진해 나간다는 다짐이다.

 

‘안면마비의 날’ 제정하여 질환 제대로 알린다

“안면마비의 치료 골든타임은 48시간이며 빨리 치료할수록 치료율이 높습니다. 이같이 잘 알려지지 않는 안면마비에 대한 정보를 국민과 의료계에 제대로 알리고, 진료과마다 다른 치료 지침을 통일하여 치료 표준화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대한안면신경학회는 국내 최초로 안면마비에 대한 학술, 연구, 대국민 홍보 활동 등을 목적으로 이비인후과, 성형외과, 신경과,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안과 등 다양한 임상의, 대학교수, 석박사, 물리치료사, 기초학연구자 등으로 구성된 다학제 학회다. 지난 2019년에는 대한안면신경학회 창립 및 제1차 학술대회를 개최한데 이어, ’22년에는 제14회 국제안면신경학회를 서울에서 성공리에 유치하여 진행한 바 있다. 또한 학회는 지난해 처음 7월 7일 안면신경의 날로 정하고, 선포식 및 대국민 포럼을 통해 질환 알리기에도 본격 나서고 있다.

안면신경의 날에 대해 여 회장은 “안면마비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아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 이를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기 위한 것이 첫 번째 이유”라며, 이어 “안면마비는 무엇보다 빠른 치료가 중요한 질환이므로 안면마비 질환에 대하여 의사들도 관심을 가지고 협업하여 제대로된 좋은 치료할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한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전했다.

국내 안면신경장애 환자 수는 2011년 6만3128명에서 2020년 8만946명으로 최근 10년간 42% 증가했고, 최근 5년간 비교하면 14% 증가했다. 이같이 환자 수가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안면마비가 발생하였을 경우 빨리 병원에 가지 않고, 기다리거나 민간요법에 의지하는 경우도 있고”, 또한 “안면마비로 치료를 하여도 심한 신경손상이나 후유증으로 완치되지 않는 환자들이 쌓이면서 늘어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면마비 골든타임은 48시간…치료 빠를수록 후유증 감소

안면마비는 안면신경의 염증, 중이염, 종양, 외상, 감염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말초성 안면신경마비와 뇌졸중 같은 뇌경색이나 뇌출혈, 뇌종양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중추성 안면신경마비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가장 흔한 원인은 말초성 안면신경마비인 ‘벨 마비’이며, 정확한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다. 안면마비의 67%는 원인은 벨마비와 람세이 헌트 증후군에 의해 발생된다. 그 외 13%는 귀 주변을 포함한 두부외상, 10%는 귀나 침샘의 종양이나 염증이며, 나머지 10% 미만에서 선천성, 의인성, 혹은 중추성 안면마비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면마비의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빠른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를 들어 팔베개를 하다가 팔이 저리면 빨리 빼야 저림이 풀리는 것처럼, 안면마비의 흔한 원인 중 특발성 안면마비인 벨 마비나 이성대상포진인 람세이 헌트 증후군 등은 48시간 이내에 스테로이드와 항바이러스 제제를 사용해야 완전 회복률이 높아진다”면서, “스테로이드에 항바이러스를 같이 병용하는 이유는 염증을 완화시키고, 안면신경을 손상시키는 이유 중 가장 흔하게 알려진 원인이 바이러스 감염이기 때문이고, 더 이상의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신경검사를 통해 90% 이상의 신경변성이 있을 정도로 마비가 심하여 회복이 안될 경우가 예상되는 경우 뼈에 덮혀있는 안면신경을 열어주는 감압수술을 하기도 한다”며 “감압수술도 빠를수록 좋으며 보통 14일 이내에 하게 돼 있다”면서 “그래서 저 같은 경우, 적응증이 맞으면 언제든지 최대한 신경이 돌아올 수 있도록 응급수술로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안면마비 치료에 있어서 3주까지는 급성기로 보고, 3주에서 3개월까지는 아급성기, 3개월 이후는 만성기로 본다. 급성기에는 주로 이비인후과, 신경과 등에서 치료하며, 안면신경이 부으면 압박으로 인해 허혈 및 신경괴사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급성기 치료에서 조기에 약물치료가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이외에 물리치료나 도수치료를 병행하는 것도 치료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하는 여 회장.

그래도 마비가 회복되지 않으면 마비 반대쪽 얼굴에 보톡스 주사를 통해 대칭을 맞추는 치료를 하기도 한다. “만성화로 넘어가면 신경이 잘못 연결되어 원치 않는 신경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도 물리치료, 도수치료와 보톡스가 이용된다”며 “그러나 1년이 넘어가면 마비된 신경이 영영 회복이 되지 않기 때문에 안면마비는 무엇보다 빠른 치료가 중요한 것”이라고 재차 재차 강조했다.

‘다학제 협력해 통일된 가이드라인 만들 것’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안면마비에 대한 공통된 가이드라인이 없이 각 과마다 다른 치료가이드라인을 혼용해서 쓰고 있습니다. 뇌신경은 12개가 있는데 7번째 신경만을 단일적으로 다루는 학회는 우리 학회 밖에 없는 만큼, 다학제 협동과 일치된 의견을 수렴하여 통일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안면마비는 다학제가 중요한 질환이지만, 문제는 공통적인 치료 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같이 다학제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여 회장은 “초기에는 약물치료를 하면서 도수치료‧물리치료를 병행하고, 이후에도 마비가 돌아오지 않으면 수술을 해야 한다”며 “따라서 초기 치료에서는 이비인후과, 신경과, 내과, 가정의학과 및 재활의학과에서 치료하고,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는 이비인후과, 성형외과, 안과 등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학회 회원도 이비인후과, 성형외과, 재활의학과, 신경외과, 안과, 기초의학자 등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특히 일차의료 치료도 중요하므로 내과 및 가정의학과, 신경과 등의 개원의들에게도 학회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고.

이같이 다양한 과가 치료하는 분야인 만큼 학회는 각 과별로 조금씩 다르게 사용되고 있는 약물과 약의 용량, 다양한 항바이러스 제제, 스테로이드와 항바이러스제제의 병행용법과 약제의 사용기간 등을 비롯해 다양한 보조치료제의 병용 사용 등에 대한 국내 표준화를 마련해 나갈 방침이다. 그 첫 번째 성과로 ‘한국형 안면마비의 진료지침서’를 준비하고 있으며, 내년쯤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여 회장은 안면신경 치료의 임상적 수준은 세계적이지만 기초연구는 아직 많이 부족한 점을 지적하며, 기초연구분야의 활성화를 위한 방안도 모색해 나갈 방침이다.

안면마비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무엇보다 빠른 치료가 중요한 점을 널리 알리고, 진료와 치료 체계의 표준화를 만들어 나가는 대한안면신경학회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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