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이상 신장 기능이 지속적으로 저하되는 '만성신장병(CKD, chronic kidney disease)'. 전세계 성인의 10% 이상이 만성신장병 환자로 분류될 정도로 유병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최근에는 10대 사망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등 시급한 관리가 필요한 질환으로 부상하고 있다. 

신기능 저하 속도는 환자마다 다르지만 보통 5~10년에 걸쳐 신장 기능이 악화되는데, 만성신장병은 별다른 증상이 없어 환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2형 당뇨병 환자들의 경우 환자 2명 중 1명은 만성신장병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신장기능 보호와 만성신장병 조기 발견을 위한 주기적인 검사가 중요하다고 의료진들은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와중 최근 2형 당뇨병 및 심부전 치료 효과를 보유한 SGLT-2억제제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이 만성신장병 치료제로 적응증을 획득해 주목받고 있다. 

자디앙은 EMPA-REG OUTCOME 3상 임상 연구의 하위 분석을 통해 신장질환 발병 또는 악화 위험 감소 효과를 입증해 보였다. 연구 결과 신장질환 주요 사건의 발병 또는 악화 위험을 위약 대비 39%, 투석 등의 신장 치환 요법 시작의 위험은 55% 감소 시킨 것. 시간 경과에 따른 신장 기능 저하에서도 위약 대비 지연되었다.

또한 다양한 기저 원인 및 동반질환을 보유한 만성신장병 환자 6,609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규모 연구인 EMPA-KIDNEY 3상 임상에서도, 신장병의 진행 또는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의 위험을 위약 대비 28% 감소시키는 효과를 보였다. 이와 함께 모든 원인으로 인한 입원(최초 및 재입원) 위험은 위약 대비 14% 감소시켰다. 자디앙의 이러한 효과는 2형 당뇨병 동반 여부 및 알부민뇨 유무에 관계없이 일관적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업데이트된 국제신장학회 가이드라인(KDIGO)에서는 2형 당뇨병이 없는 환자에게도 SGLT-2억제제인 자디앙 사용을 권고하고 나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형당뇨병·만성심부전·만성신장병에 대한 치료 효과를 모두 입증하며 심장-신장-대사질환(CRM) 통합 관리가 가능한 자디앙에 대해 전세계 의료인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터.

이에 본지는 당뇨병 및 신장 질환 전문가로 꼽히는 호주 모나쉬 대학교 당뇨병학과 멀린 토마스(Merlin Thomas) 교수를 만나 자디앙의 만성신장병 치료 효과와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 

호주 모나쉬 대학교 당뇨병학과 멀린 토마스(Merlin Thomas) 교수
호주 모나쉬 대학교 당뇨병학과 멀린 토마스(Merlin Thomas) 교수

Q: 최근 SGLT-2억제제를 비롯한 다양한 약물들이 만성신장병 치료제로 등장하며 치료 환경이 개선됐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간 만성신장병 치료 환경의 한계가 무엇이었는가.

A: 과거에도 만성신장병 악화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 요인을 감소시키는 치료는 존재했으나, 질환의 진행을 지연시키고 직접적으로 신장 사건 위험을 감소시키는 약물은 제한적이었다. 예컨대 혈압, 체중, 콜레스테롤 조절 및 식단 조절, 생활 습관의 변화 등은 만성 신장병의 진행을 늦추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기는 했지만, 신장 기능의 저하는 방지할 수 없었고, 이는 결국 신부전으로 이어지게 됐다.

 

Q: 최근 EU, FDA에 이어 한국에서도 자디앙이 만성신장병 적응증을 획득했다. 자디앙의 만성신장병 치료 적응증 획득은 어떠한 의의가 있는가.

A: SGLT-2억제제는 신장 기능 저하 속도를 지연시킬 수 있음을 확인한 치료제로서 만성신장병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치료 환경의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만성신장병의 치료 및 질환 진행의 지연을 위한 기초적인 치료제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과거에는 신장 기능 손상을 발견하더라도 혈당과 혈압 등 위험 요인 관리 외에는 쓸 수 있는 치료제가 없었기 때문에, 신장 검사를 적극적으로 시행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디앙의 만성신장병 적응증 확대를 통해 만성신장병으로 진단 받은 환자에게 SGLT-2억제제를 통한 치료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신장 기능 손상을 지연시킨다는 것은 환자의 생명을 최대 수십 년 연장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Q: 자디앙은 EMPA-KIDNEY 연구를 통해 만성신장병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해당 연구가 기존 SGLT-2억제제 연구들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A: 일단 자디앙은 다양한 연구에서 일관된 신장 혜택을 보였다. 2형 당뇨병 환자 대상 대규모 심혈관계 결과(CV outcome) 연구인 EMPA-REG OUTCOME의 하위 분석 연구를 통해 신장 기능 저하 속도의 감소를 확인했으며,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대규모 연구인 EMPEROR의 하위 분석 연구에서도 신장 기능 저하 속도가 크게 지연된 것을 확인했다.

앞서 언급한 연구에서 부차적인 평가 변수로 신장 혜택을 확인했다면, EMPA-KIDNEY는 만성신장병 환자를 대상으로 자디앙의 신장 혜택을 1차 평가변수로서 평가한 연구다. 

EMPA-KIDNEY는 국제신장학회 가이드라인(KDIGO)의 분류에 따라 신부전의 위험이 있는 환자군을 폭넓게 모집해, 중증도에 상관없이 신장 질환과 관련한 모든 카테고리의 환자에서 일관된 신장 혜택을 입증했다. EMPA-KIDNEY의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자디앙 10mg이 한국에서 만성신장병으로 적응증을 확대했으며, KDIGO에서도 2형 당뇨병과 만성신장병을 동반한 환자에게 1차 치료제로 SGLT-2억제제를 권고하고 있다.

EMPA-KIDNEY 연구에서 주목할 또다른 점은 자디앙이 만성신장병 환자에게 혜택을 주면서, 기존 연구와 유사한 안전성 데이터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신장에 효과가 있는 다른 치료법의 경우 의사가 약의 증량을 위해서는 혈액 및 혈압 등의 지속적인 측정이 필요한데, 자디앙은 단일 용량(10mg)이라 증량을 위한 복잡한 모니터링 절차가 요구되지 않는다. 또한 1일  1회 복용에 내약성이 우수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사용할 수 있다.

SGLT-2억제제가 만성신장병 환자에서 비용 효과성이 뛰어나다는 점도 확인했다. EMPA-KIDNEY에서 모든 원인에 의한 입원율은 자디앙 치료 환자에서 14%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즉, 자디앙 사용 시 투석 및 입원, 조기 사망 등 실질적으로 높은 의료비 부담을 유발하는 요인이 크게 감소하므로 환자 입장에서나 보험 당국 입장에서나 비용 절감에 기여할 수 있는 약제라고 볼 수 있다. 

 

Q: SGLT-2억제제는 2형당뇨병 치료제로 출시됐을 당시 부작용 발생 논란이 있었다. 이에  만성 질환을 주로 다루는 1차 의료기관에서는 여전히 처방에 거부감이 존재하는 것 같다. 개원가에 치료 전략과 관련한 제언을 부탁드린다.

A: SGLT-2억제제는 심장-신장-대사 질환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약제로, 개원가에서 최적의 치료제가 될 수 있다. 이를테면 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다른 기저 질환이 존재하고, 심장과 같은 다른 기관에 또다른 합병증을 야기할 수 있는데, SGLT-2억제제는 심장-신장-대사질환의 위험을 통합적으로 치료하기에 적합하고 안전성과 내약성이 높은 약제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과거에는 당뇨병 치료의 목표가 혈당이나 지질, 혈압 조절 등의 목표에만 국한됐었다면, 최근에는 추가 합병증을 예방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향후에는 당뇨병·심부전 등의 질환 관리의 핵심이 SGLT-2억제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만성심부전이나 만성신장병으로 진단이 된다면 SGLT-2억제제의 선제적인 사용을 통해 질환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것이 중요하므로, 개원가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SGLT-2억제제를 처방할 필요가 있다.

요당 배설을 유도하는 SGLT-2억제제의 기전 특성상 회음부 감염이나 생식기 감염에 대한 우려로 인해 처방을 꺼리는 경우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감염은 위생 관리 등을 통해 조절하거나 적절한 처치를 통해 충분히 해결 가능한 이상반응으로, 이러한 우려로 인해 생명에 위협을 미칠 수 있는 만성 신장병의 치료를 위한 SGLT-2억제제의 처방을 포기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

Q: 만성신장병에서 자디앙 외에도 일부 SGLT-2억제제가 적응증을 확보했다. 그렇다면 이를 SGLT-2억제제의 계열 효과(class effect)로 봐야 할지, 혹은 성분별 효과 차이가 크다고 봐야 할지 궁금하다.

A: 계열 효과(class effect)는 학교 교실(class)에 비유할 수 있다. 같은 교실 내에서도 그 중 더 우수한 성적을 보이는 학생이 있듯이, SGLT-2억제제 계열 약물 간에도 혈당 강하 효과와 신장 기능 저하 효과에 일부 차이가 있는 상황이다. 

자디앙은 심부전과 같은 심장질환 환자와 신장 질환 환자에서 효과를 확인하였고, 내년에 급성심근경색환자를 대상으로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및 사망 위험 감소 효과를 평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될 예정으로, 같은 계열 내에서도 기대되는 약제라고 볼 수 있다. 

 

Q: SGLT-2억제제는 2형당뇨병 치료제로서 처음 출시된 만큼, 만성신장병 환자보다는 2형 당뇨병 환자 중 만성신장병을 동반한 환자에게 쓰이는 약제라는 인식도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이 듣고 싶다. 또 SGLT-2억제제가 2형 당뇨병과 만성신장병 중 어느 질환에 더 높은 효용성이 있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A: 최근 미국심장협회(AHA)에서 2형 당뇨병과 심장질환, 신장질환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지 말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권고 사항을 발표했다. 이들 질환이 통합적으로 작용하고 서로 연결된 질환이라고 설명하며, 이를 'CKM(cardicvascular-kidney-metabolic)'이라고 명명했다. 즉, 당뇨병 환자에게 당뇨병에 대한 치료 뿐 아니라 심장·신장에 대한 치료를 함께 시행하며, 이는 심장질환이나 신장질환 환자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는 의미다. 환자가 가진 모든 위험 요인, 즉 심장-신장-대사 질환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SGLT-2억제제가 어떤 질환의 치료제인지를 구분하기보다는 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약제라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당뇨병 환자는 다양한 동반 위험 인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당뇨병 치료제는 꼭 당뇨병에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추가적인 혜택이 존재할 수 있다. GLP-1RA가 당뇨병 치료제에서 비만약으로까지 쓰이게 된 것처럼 말이다. 

 

Q: 향후 만성신장병에서 SGLT-2억제제가 어떠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는가.

A: 신장 질환 위험 인자가 있는 환자에게 SGLT2억제제를 선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이상적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디앙은 고혈압, 고콜레스테롤혈증 등 신장 질환 위험 인자가 있는 환자를 위한 적응증은 보유하고 있지 않아 현재로서 선제적인 사용은 어렵다. 

다만 여러 학회에서 신장 사건 위험 감소 효과에 대한 SGLT-2억제제의 혜택을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당뇨병학회에서는 만성 신장병 진행 가능성이 있는 2형 당뇨병 환자에게 SGLT-2억제제를 높은 수준으로 권고하고 있으며, 심부전 진료지침에서도 만성심부전 환자에게 SGLT-2억제제의 사용을 권장한다. 이는 SGLT-2억제제가 혈당 강하 효과나 심부전 치료 효과뿐 아니라 신장 사건의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는 혜택이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때문에 신장 질환의 위험 요인이 있는 환자는 지속적인 신장 기능 검사를 통해 추적 관찰하고, 만성 신장병 진단을 받았을 경우 SGLT-2억제제를 통한 조기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환자 데이터베이스 대량 구축으로 환자의 위험 요인을 더 잘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고위험군 환자를 발굴하는 것이 하나의 과제가 됐다. 그러나 이러한 선별(screening)을 하더라도 환자의 위험 요인에 따른 치료 개입까지 제대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심장·신장 등 여러 분야의 글로벌 치료 가이드라인도 단순 위험 수준의 분류를 넘어 환자의 실제 위험 요인이 무엇이며 위험 요인을 완화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 가운데 SGLT-2억제제는 향후 관련 질환에 있어 일종의 표준 치료제로 자리잡고, 다른 치료제가 추가되는 방식의 치료가 이뤄지지 않을까 기대된다.

환자들 또한 인터넷으로 많은 건강 정보를 얻고 있어 먼저 선별(screening) 검사를 요구하기도 한다. 환자들은 간단한 검사의 추가를 통해 위험 요인을 발견하고, 위험 신호가 감지됐을 때부터 조기에 미리 신장을 관리하고 보호함으로써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호주의 경우, 신장 질환의 위험이 있는 모든 사람에 대해 1년에 한번씩 신장 건강을 확인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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