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문장 최민호 변호사
법무법인 문장 최민호 변호사

최근 법률 자문을 담당하고 있는 병원이 ‘보험사가 보험사기를 이유로 병원을 조사하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물어오는 사례가 다수 있었습니다. 병원을 대리하여 보험사를 상대하기도 하였는데, ‘치료 횟수 부풀리기’, ‘입원 일수 부풀리기’, ‘영수증 쪼개기’ 등 전형적인 보험사기 행태를 따지는가 하면, 임의비급여 진료 행위를 문제 삼는 사례가 있어 그에 관한 법리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 보험사는 ‘병원이 법정비급여 진료 행위(A)와 임의비급여 진료(B)를 동시에 하였음에도 진료비 영수증에 A에 관한 내용만 기재하고 B에 관한 사항은 누락함으로써 환자의 보험사기 행위를 방조하였다’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보험사의 주장은 그 자체로 모순되거나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판단됩니다.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 체계에 따르면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한 진료 행위는 급여와 비급여로 구분되고, 비급여는 다시 법정비급여와 임의비급여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임의비급여는 공식적인 정의 없이 의료계 또는 보건당국이 관행적으로 사용해오던 용어로 ‘의료기관이 급여 또는 비급여 어느 것으로도 규정되어 있지 않은 의료행위를 한 후 임의로 (법정) 비급여인 것처럼 환자에게 진료비를 부담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임의비급여 진료 행위는 그 비용을 환자로부터 받았을 때 비로소 ‘위법’한 것이지, 해당 진료 행위 자체로 위법하다거나 불법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같은 취지에서, 우리 법원 역시 임의비급여 진료행위를 하고 환자에게 비용을 받는 행위가 위법하다고 하면서도, 의학적으로 필요한 행위라면 요양급여 기준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환자에게 시행한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습니다.

다시 보험사의 주장으로 돌아가 살펴보면, 병원이 환자에게 임의비급여 진료행위를 한 후 진료비를 청구하지 않은 것은 ‘정당’하고, 보험사기 또는 보험사기 방조 행위라고 볼 수 없습니다. 또한, 법정비급여 진료 행위 비용은 병원과 환자의 진료 계약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되므로 임의비급여 진료 행위 비용을 법정비급여 진료 행위에 대한 비용에 포함했다는 주장은 입증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보험사의 주장은 임의비급여 진료 행위에 관한 법리 또는 국민건강보험 체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보험사의 ‘찔러보기식 합의 유도’에 단호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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