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원인 질환으로 콩팥의 기능이 떨어지거나 해부학적인 이상이 지속되는 질환 '만성콩팥병'. 환자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유병률이 높아지는 질환인 만큼 고령화 추세의 가속화와 더불어 만성콩팥병 환자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만성콩팥병은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체내 노폐물인 요소를 몸 밖으로 배출하는 기능이 저하되어 요독증을 일으키게 된다. 요독증은 투석 치료와 심혈관 질환의 위험인자 중 하나인 만큼 증상 완화가 만성콩팥병 치료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다수의 의료진들은 요독증이 발생한 만성콩팥병 치료에 있어 요독소를 흡착하여 대변으로 배설을 돕는 약제인 AST-120(제품명 크레메진)이 효율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더욱이 최근에는 환자들의 복약 순응도를 높이기 위한 속붕형 제제까지 출시되면서 환자와 의료진들의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는 상황.

이에 본지는 국립중앙의료원 신장내과 차란희 교수를 만나 만성콩팥병 치료의 중요성과 크레메진의 특장점에 대해 들어봤다. 

국립중앙의료원 신장내과 차란희 교수
국립중앙의료원 신장내과 차란희 교수

Q: 만성콩팥병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 달라.

A: 만성으로 콩팥이 안 좋은 상태를 의미한다. 콩팥 기능(사구체여과율)이 떨어져 있거나, 기능에는 큰 문제가 없더라도 소변 검사 시 혈뇨나 단백뇨 등 이상을 보이거나 영상 검사(CT, 초음파 등) 시 해부학적인 이상이 있는 것 (소변이 내려가는 곳이 막히는 수신증, 물혹이 여러 개 있는 다낭신 등)을 동반하는 이상 소견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을 의미한다.

 

Q: 최근에 만성콩팥병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그 원인은 무엇인가.

A: 말기신부전 환자의 통계 기준으로 당뇨 환자가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출처: 2021년 대한신장학회 factsheet). 당뇨 환자가 늘어나는 것이 큰 원인 중 하나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인구의 고령화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 비만과 관련한 대사 장애(고혈압, 요산 수치가 높아지는 것, 통풍 등)로 인해 콩팥의 문제가 수반되어 발병하기도 한다. 

 

Q: 콩팥병 환자의 경우 적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면 요독증이 생긴다고 알고 있는데, 요독증에 대해서도 설명해 달라. 

A: ‘요독’이란 콩팥 기능이 정상적일 때 콩팥을 통해 배출이 되는 물질들이 기능이 떨어지면서 체내에 쌓이는 것으로, 우리 몸의 대사 기능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요독증상은 콩팥 기능이 굉장히 많이 떨어진 후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어르신들의 경우 콩팥 기능이 많이 떨어지지 않더라도 요독증상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의 경우 곧 투석을 요하는 정도의 상태가 됐을 때 요독증이 생긴다. 요독증의 증상은 흔히 전신미약감, 구역, 구토, 불면 등이며 이에 따라 먹는게 줄어 체중감소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근육경련이나 이상감각, 의식 저하 등도 발생할 수 있다.

 

Q: 요독증이 악화되는 경우 어떤 치료방법이 있는가.

A: 일반적으로 먼저 약물치료를 진행한다.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구토억제제나 식욕촉진제 등을 처방하며 보존적 치료를 하고, 효과가 없거나 악화되는 경우에는 투석을 진행하게 된다.

 

Q: 요독소는 장내 미생물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

A: 장내 미생물은 또 하나의 내분비 기관이라고 할 정도로 우리 몸 속에서 하는 역할이 많은데, 특히 여러가지 물질(탄수화물, 단백질, 담즙 등)을 대사 시키는 기능을 한다. 그 중에 단백질과 결합하여 몸에서 잘 제거가 되지 않는 형태의 요독들이 있는데, 이처럼 단백질을 독소로 만들어내는 효소를 가지고 있는 유해균은 요소가 높아진 상황에서 증가한다. 요소(urea)가 올라가게 되면 장벽이 느슨해지며 장 안에 있는 것들이 혈액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상태가 만들어진다. 곧 요독이나 세균에 의한 대사 산물들이 장벽을 통해 혈관으로 쉽게 이동해 전신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소화되지 않은 탄수화물을 대사하여 만들어 내는 물질인 ‘단쇄지방산(short chain fatty acid)’은 콩팥의 입장에서 좋은 기능들이 많다. 만성콩팥병의 진행을 완화시켜주고, 급성신손상을 회복시키는데 좋은 영향을 준다는 실험연구 결과가 있다. 콩팥기능이 저하되어 요소가 올라가는 상황에서는 요독을 만들어내는 유해균이 증가하고, 단쇄지방산을 생성하는 유익균은 감소하는 불균형이 일어나게 된다.

 

Q: 콩팥 기능이 저해되는 경우 어떤 치료방법이 있는가.

A: 기존에 나와있는 여러가지 치료방법들이 있는데 알부민뇨가 동반된 경우 ACE 억제제나 ARB 등 약물을 사용하거나 당뇨환자들의 경우에는 당 조절을 잘하고, 수반되는 고지혈증이나 혈압 조절 등을 통해 콩팥 기능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게 가장 중요하다.

요독 자체를 줄여줄 수 있는 약물로는 AST-120(제품명: 크레메진)이 대표적이다. 크레메진은 요독과 그 전구체를 대장에서 흡착해서 대변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나 신바이오틱스(synbiotics)도 요독을 줄이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약물 치료 외에도 몸에 좋은 것을 잘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에 나온 연구 중에는 실험용 쥐에게 함황아미노산(sulfur amino acid)이 풍부하게 함유된 음식을 투여했더니 장내 미생물 구성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유해 효소의 활동성을 떨어뜨려 만성콩팥병의 진행을 완화시킨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즉 식재료를 섭취하면 꼭 장내 미생물 구성이 바뀌지 않더라도 기존에 있는 균으로도 좋은 결과를 보일 수 있다.

다만, 만성콩팥병 환자들의 경우 좋은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콩팥 기능이 꽤 많이 남아 있는 초반(1~2단계)에는 좋은 식재료를 포함한 균형 잡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많이 진행된 후에는 해당 식재료를 섭취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요독을 흡착하는 약물 등으로 치료해 볼 수 있다.

 

Q: 크레메진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A: 현재 크레메진의 급여기준은 혈청 크레아티닌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2.0-5.0 mg/dl) 사구체여과율 30 이하 정도의 진행된 만성콩팥병 환자(Advanced CKD)로 되어있다. 이미 진행된 환자의 경우에는 먹는 것으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요독을 조절해야 하는 입장에서 크레메진은 좋은 약제다. 크레메진을 사용한 환자 대상 연구에서 요독의 농도를 약 40%로 낮출 수 있었다.

기존 크레메진 세립의 경우 제형의 특성상 환자들이 복용하기 어려웠으나 지난해(2022년) 제형을 개선한 크레메진 속붕정을 출시해 복용 편의성을 높인 점도 장점이다.

현재까지는 급여 기준이 제한되어 있지만 다양한 기존의 연구 결과와 실제 복용한 환자에서의 임상결과를 근거로 AST-120이 좀 더 적극적인 치료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급여기준이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약은 빨리 써야 하는데 증상이 많이 진행된 후에 약을 쓰게 되면 약물의 효과가 저감될 수 있고, 이미 환자들이 먹고 있는 약들이 많기 때문에 새로운 약을 추가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

 

Q. 크레메진과 같은 구형흡착탄에 대해 어떤 연구가 추가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A: 요독은 콩팥 기능을 떨어뜨리는 것에도 연관이 있지만, 그 외에 여러가지 합병증(심혈관계질환, 골다공증, 근감소증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사구체여과율을 변화시키는 방향으로는 이미 수많은 연구를 진행했으나 유의미한 결과를 발견하기 어려웠고, 향후에도 그럴 것으로 예상됨. 이외에 다른 합병증에 대한 연구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구형흡착탄을 활용해 만성콩팥병 환자에서 신체 기능을 보는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약제를 투여한 경우에 보행 속도가 좋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해당 연구는 이 계열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첫 번째 연구였다.

근감소증을 줄이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만성콩팥병 환자에서는 요독을 줄이는 것이 좋은 개입이 될 수 있다. 요독을 줄이는 방법으로 AST-120가 하나의 역할을 할 것이고, 더불어 AST-120와 바이오틱스를 결합한 약물이 근육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만성콩팥병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A: 제일 중요한 것은 먼저 주치의와 좋은 관계를 쌓고, 이를 바탕으로 처방된 약에 대한 순응도를 잘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균형 잡힌 식단도 중요한데, 콩팥 기능이 떨어져 있으면 그 자체로 제약이 생긴다. 만성콩팥병 환자들은 전반적으로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은 경우가 많아 몸에 좋은 음식을 섭취하기 어려운 환경이지만, 되도록이면 좋은 음식을 섭취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당뇨가 있는 분들은 혈당을, 고혈압이 있는 분들은 혈압을 평소에도 잘 관리를 해야 하고,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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