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가 ‘의학+공학’을 접목한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특별한 길을 열고 있다.

2004년 의과학대학원을 설립하여 184명의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며, 지난 30년간 국내 의사과학자 양성의 절반 이상을 담당한 카이스트는, 그간 양성 시스템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과기의전원)’ 설립을 추진 중이다. 2026년 개원을 목표로 과기의전원 설립을 추진 중인 김하일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학과장을 만나 자세한 계획을 들어보았다.

KAIST 의과학대학원 김하일 학과장
KAIST 의과학대학원 김하일 학과장

 

2026년 과기의전원 설립을 위해 남은 절차는?

2026년 신입생을 받으려면 올해 10월 설립인가를 받고 내년 예비인증 후에 2026년 학생 모집이 가능한데, 아직 의대정원의 배정이 결정되지 않았다.

의대정원 결정이 난 후 2년 반 정도의 진행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미 2026년 설립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래도 목표는 변경하지 않을 것이다.

 

커리큘럼은 기존 의대와 어떻게 다른가?

교육은 의대 평가인증에 틀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많은 변화는 어렵다. 국내 의대 본과 4년 교육과정을 최대한 가능한 범위에서 공학-융합연구과정을 추가하고자 한다. 최근 서울의대나 연세의대에서도 연구를 의대교육과정에 많이 포함하고 있어서 기본적인 골격은 많이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더 중요한 것은 내용이 다르다는 점이다. 처음 2년 동안은 컴팩트한 의학교육을 진행하고 1년은 임상실습, 그리고 마지막 1년은 공학‧융합연구 과정으로 MD-AI, MD-Bio, MD-Physics 실습/연구 교육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다른 의대와 가장 큰 차이는 의전원을 추진한다는 점이다. 의전원을 추진하는 이유는, 이러한 교육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4년 대학을 졸업해서 과학/공학에 대한 기본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연구중심으로 가려면 이공계 대학졸업이 중요하다.

의료계는 의전원이 실패했다고 한다. 그러나 의전원이 없어지고 10년이 지났지만 필수의료 부족은 더 심해졌다. 문제는 의전원 제도가 아니고, 의전원이 다양한 교육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카이스트는 교육의 혁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그래서 의전원 제도를 가져가되, 학생 선발에서 심혈을 기울이고자 한다. 우수성적이 아니라, 일정수준 수학능력 가진 학생 중에 동기를 가진 학생 뽑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의사과학자가 바이오, 공학을 모두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공학 교육을 통해 공대 박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이것은 현재의 의대 교육과정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카이스트에서 혁신적인 교육을 하고자 한다.

 

학생 선발에서 동기 검증 방법은?

50명이 정원이지만 꼭 다 뽑을 이유는 없다. 의사가 되고 싶은 사람은 다른 학교로 가고, 의사과학자로서의 의지가 확실한 사람을 뽑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발에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100% 검증은 어렵겠지만 반복적인 면접을 통해서 찾아내려고 한다. 미국의 경우 학생 선발시 185명 정원 중 집중 면접을 통해 100명만 뽑는다. 이같이 학생을 선발할때 공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 카이스트에서도 학부학생 800명을 선발할 때 이틀 동안 300명 이상의 교수가 참여하여 심층면접을 한다. 우리에겐 이렇게 축적된 능력이 있다. 물론 비용은 많이 들지만, 길게 보면 중요한 투자다.

 

세계 최첨단 병원들에서 실습 기회를 준다는 계획이신데?

의대 교육과정에선 52주 병원실습을 반드시 해야 한다. 국내 대학병원에서는 중환자들은 많이 경험할 수는 있지만, 혁신적 의료 기술의 개발을 경험하기는 어렵다. 이에 하버드의대 메사추세츠 종합병원(MGH), 뉴욕대(NYU) 랭건병원 등 세계 최첨단 병원들에서 한 달 가량의 실습 기회를 주려고 한다. 이를 위해 MGH와는 MOU를 맺었고, 최근 NYU와도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같이 과기의전원에서 추구하는 것은 학생들이 혁신 의료기술을 경험하고 실습하는 것이다.

 

과기의전원 졸업생들의 진출 분야 전망은?

현재 의과학대학원 졸업자들이 가장 많이 진출하고, 또 원하는 분야는 대학교수이다. 그 다음은 회사로 진출하는 것이다. 미국의 MD-phD도 진출 분야이다. 미국의 MD-phD의 경우 진료는 10%, 나머지는 연구에 전념한다. 이외에도 진출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바이오, 의공학, 의료기기 기업이나 변호사가 될 수도 있고, WHO로 가거나, 경제학도 할 수 있다.

보통 직업군을 만들어줘야 학생들이 지원한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진로를 걱정해야 한다면 양성이 필요 없다. 과기의전원 학생들이 새로운 진로, 활로로 변화시키기를 원한다. 실제 성공한 학생들은 모두 선호하는 분야가 아닌 엉뚱한 분야로 진출한 학생들일 것이다.

진로는 전혀 걱정하지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의과학자들이 마음껏 연구할 수 있도록 국가가 의과학연구소를 만들에서 교수가 되는 중간 단계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우수한 연구집단과 서로 영향 주고받으면 좋겠다.

 

의사과학자들이 의료 산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의료AI 산업을 예로 들면 설계는 공학자가 하고, 의사는 자문을 한다. 그러나 의사과학자는 이를 모두 할 수 있다. 공학과 의학이 섞이면 훨씬 더 많은 개발과 획기적인 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삼성 반도체 메모리를 사다 쓰던 애플, 구글같은 회사들이 사용자에 맞게 설계하기 시작했다. 약도 예전에는 ‘발견’을 했다면, 지금은 ‘설계’를 하는 시대로 가고 있다. 이처럼 기술에 있어서 사용자가 필요에 따라 직접 만드는 것이 최적이며, 미래가 나아갈 방향이다. 이것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키워내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물론 의사들이 사람의 질병을 치료하고, 개원하여 의료계를 이끄는 것도 숭고한 일이다. 그러나 현재 임상진료 이외에 다른 쪽의 길도 만들고 싶다.

 

의사과학자 또는 의사공학자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젊은 친구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싶다. 선배들의 현재를 나의 미래라고 생각하지 말고 나의 미래는 스스로 개척했으면 좋겠다. 공학, 과학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취업이 안 된다’, ‘돈이 안 된다’ 고 걱정하는데 그렇지 않다. 그들이 먹고 사는 걱정을 하는 것도 기우다. 생각보다 그들을 원하는 곳이 많고, 개척할 길도 많다. 오히려 그들은 ‘특별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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