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외과적 조직은행들의 연합학술단체 회장을 한국에서 맡게 됐다.

최근 아시아-태평양 조직은행 연합회(APASTB, 이하 아태 연합회) 회장으로 선출된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정진영 교수(정형외과)는 앞으로 2년 동안, 아태 지역의 인체조직 기증 활성화와 안전한 사용을 위한 기준 마련에 주력할 방침이다.

 

아태지역 조직기증 활성화 및 안전한 활용 노력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 지역의 경우 장기기증은 관심이 높지만, 조직기증에는 관심이 적은 편입니다. 홍보를 통해 조직기증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전 세계 조직은행 관련 단체와 긴밀히 공조해 인체조직에 관한 연구 및 인간존엄성을 바탕으로 안전한 활용을 위한 노력을 펼쳐 나가겠습니다.”

인체조직 기증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 조직기증의 중요성에 대해 일반 국민들이 알아야 하고, 다음은 의료진이 알아야 하며, 이어 공공기간이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정 회장. 그동안 아태 연합회에서도 노력해 왔으나, 장기기증에 비해 홍보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는 것.

특히 조직기증의 경우 사회적 이념이나 종교적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종교적으로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물들의 솔선수범이나 동참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대해 “2009년 김수환 추기경 선종 때 장기기증의 홍보 효과 때문에 인식과 동참률이 높아졌다”며 “조직기증도 이러한 선례를 참고로 삼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아시아-태평양 조직은행 연합회는 한국, 일본,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인도, 호주, 태국, 중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외과적 조직은행들의 연합학술단체이다.

연합회의 주요 사업 중 하나는 각 나라 조직은행 기준의 제정 및 개정이다. 정 회장은 “세계 조직은행 연합회 산하에 미국, 유럽 및 아-태 조직은행 연합회가 있다”며 “조직은 표준화된 규정으로 다뤄야하기 때문에 각 지역 연합회 별로 기준을 제정한다”는 것. 이어 “이 밖에도 연합회에서는 인체조직 관련 연구 및 SCI 저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아태지역의 교육과 기술 지원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전 세계 조직은행 연합회에서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윤리적 문제’와 ‘안전한 활용’이다. 인체조직은 돈과 관련될 수 있기 때문에 윤리적 문제를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것.

이에 2016년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조직은행학회(APASTB 2016)에서는 인체조직 활용시 윤리성을 강조하는 서울 선언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이같이 인체조직이 ▲어느 정도까지 이윤을 허용할 수 있는지 ▲조직은행 유지를 위한 비용은 어느 정도가 적정선인지 ▲어디까지가 인체조직이고 의료기기인지 ▲각 나라별 조직 채취시 제외기준이나 포함 기준의 차이 ▲세균이나 바이러스 처리의 기준 등의 세계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이에 “세계 조직은행 연합회는 아태 연합회를 비롯해 각 지역별 연합회는 이러한 이슈들에 대해서도 주기적으로 만나 합의점을 찾는 일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인체조직 80%가 해외수입…병원 조직은행 및 검사 지원 필요

간, 콩팥, 신장, 폐 등의 장기기증은 잘 알고 있지만, 조직도 기증할 수 있다는 사실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정 회장은 “가장 대표적인 인체조직으로 뼈 조직을 비롯해 인대, 근막, 심장 판막, 혈관, 신경, 피부, 양막 등이 수많은 인체조직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리거나 건강을 회복하는 데 쓰여질 수 있다”며 “장기는 뇌사 상태나 사람이 숨을 쉬고 있는 상태에서만 기증할 수 있는데 비해, 조직은 사망 후 일정 시간 내에도 채취가 가능하다. 그래서 장기와 조직기증을 같이 하면 장기 먼저 기증한 다음에 조직 채취팀이 조직을 채취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차이는 장기는 일부 인공 장기를 제외하고 대체물이 없지만, 조직은 대체제가 있다는 점이다. 뼈, 피부 등의 조직은 인공 대체제가 있고 동물 조직을 사용할 수도 있다. 또한 가공 처리하여 다른 제품으로 만들어 사용할 수도 있고, 특히 뼈는 인공관절이나 고관절 수술시에도 환자 동의하에 기증받을 수도 있다.

“인체조직은 이렇게 기증받을 수 있는 방법이 많고, 활용범위도 넓은데 문제는 이러한 조직을 채취, 관리하기 위한 조직은행의 유지비가 많이 들고 운영 기준이 엄격하다 보니 대학병원에서 조직은행의 운영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에 국내 자체 생산 조직은 줄고 80% 가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국가에서도 공공조직은행을 운영하고 있지만, 상업적 조직은행에 비해 생산성이 매우 낮고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정 회장은 “대체제가 많다고 해도 사람에게 가장 좋은 것은 인체조직”이라며 “조직의 안전성을 위해 몇 가지 검사를 필수로 진행해야 하는데, 2년 전까지는 보건복지부 지원이 있었지만, 지원이 끊기면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보니 병원들이 조직은행 문을 닫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정책적인 문제이므로 검사비 지원이나 의무 검사에 대한 수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른 사람의 질병을 치료하는 귀한 선물 ‘조직기증’

“장기기증이 생명을 살리듯이, 인체조직도 그에 못지않게 많은 사람의 질병을 치료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죠. 조직기증은 다른 사람들을 위한 귀한 선물이고, 조금만 신경 쓰면 수많은 조직 얻을 수 있으므로 국민, 의료진, 정부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국내에는 장기조직 기증을 관리하고 활성화하는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이 있지만, 여기서도 역시 장기기증에 비해 조직기증은 많이 활성화 되어 있지 않다.

장기기증이 1년에 500건이라고 하면 기증이 훨씬 쉬운 조직은 5000건이 돼야 맞지만, 현실은 100건도 안 된다는 것. 정 회장은 “장기기증 서약시 설명만 충분히 해 주면 조직기증도 함께 할 수 있는데 관심이 없다 보니 귀중한 조직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한다.

또한 “각 대학병원이나 수술시 조직들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며, “공공조직은행이 병원들과 협약을 맺고 수술시 뼈 조직을 기증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돼 있는데도 협약이 미미하여 수 많은 뼈들이 폐기 처분되고 있다”며, “그런 것들부터 공공조직은행에서 적극 나서서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최근에는 화장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조직기증이 늘어날 수 있지만, 문제는 대중에 대한 홍보 부족으로 인해 잘 모른다는 점이다. 이에 “뼈 기증을 해도 표시가 안 나게 봉합을 하여 장례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보건복지부에서도 홍보 영상을 통해 안내하고 있지만 아직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대중 홍보가 많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질병을 치료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국내 및 아시아 태평양 지역 인체조직 기증 활성화에 적극 나서는 정 회장의 노력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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