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내에서 특정효소(GBA, glucocerebrosidase)가 결핍이 되어 리소좀 내 당지질이 축적되는 희귀 질환 '고셔병'.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면 장애를 유발하고 평균 수명을 단축시킬 뿐더러, 심할 경우 합병증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다. 

고셔병은 일반적으로 간과 비장의 비대, 혈소판 감소 및 빈혈, 멍이 잘 들고 잦은 출혈이나 막연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등의 전신 증상이 나타나며, 뼈의 통증과 골감소 및 병적 골절과 같은 증상들도 비특이적으로 발생한다. 신경계에 침범이 일어날 경우에는 성장 지연, 안구운동 장애, 경련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처럼 신체 조직과 장기에 진행성 손상을 일으키는 고셔병은 다양한 체내 기관에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조기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질환에 대한 인지도와 사회적인 공감대가 낮다 보니 진단과 치료가 늦어질 뿐더러, 치료를 받는 환자의 비중 역시 20%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낮은 실정이다. 

이에 본지는 10월 1일 ‘세계 고셔의 날(International Gaucher day)’을 맞아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이범희 교수를 만나 고셔병의 특징과 조기 진단 및 치료의 중요성에 대해 들어봤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이범희 교수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이범희 교수

Q: 고셔병 발병 원인과 주요 증상에 대해 설명해 달라.

A: 고셔병은 유전자 변이로 베타-글루코세레브로시다아제(Beta-Glucocerebrosidase)라고 하는 효소가 결핍되어 발생하는 상염색체 열성 유전질환이다. 부모님들이 무증상 보유자일 때, 자녀가 환자가 될 확률이 25% 이다. 주 증상은 간과 비장이 커지며, 골수 파괴도 일어난다. 혈액 검사 시 빈혈과 혈소판 수치가 낮게 나타나고 뼈의 통증을 보이는 게 특징이다.

 

Q: 고셔병의 발병률은 어느정도인가.

A: 인종마다 발병률의 차이가 큰 편이다. 유대인의 경우 1천 명당 1명이라고 보고된 바 있다. 우리나라는 발병률이 낮은 편에 속하며 10만 명당 1명 정도다. 전국적으로 1년에 새로운 환자가 발견될 확률은 1년에 1명 정도로, 현재 우리나라에는 70여 명 정도의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다.

 

Q: 고셔병은 증상이 다양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진단은 어떻게 이루어는가.

A: 기본적으로 혈액 검사 시 빈혈이 있고 혈소판 수치가 떨어지며, 간과 비장의 크기가 클 경우 의심을 하게 된다. 진단은 우선 효소 분석을 진행하게 되며, 백혈구에서 GBA라는 효소의 수치가 떨어져 있으면 고셔병으로 진단하게 된다. 최근에는 세포 내 당지질(Gb1)이라고 고셔병일 경우 특이적으로 증가하는 생물학적 표지자가 있는데 그 수치가 올라가 있으면 고셔병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소견이 된다. 최종적인 진단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서 돌연변이를 발견하면 고셔병으로 진단할 수 있다.

 

Q: 환자들이 고셔병임을 의심해볼 수 있을 만한 증상들이 있다면.

A: 간과 비장이 조금 크면 배가 좀 불룩하게 나오게 된다. 평소에 빈혈과 혈소판 수치가 떨어져 있다는 얘기를 듣거나 이로 인해 어지럽다면 의심해볼 수 있다. 뼈 통증의 경우는 고관절 통증이 대표적인 증상이며, 이러한 증상이 있을 경우 의심해 볼 수가 있다.

 

Q: 고셔병은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고 알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고셔병에서 조기 진단이 중요한 이유는 병이 진행될수록 간이나 비장이 점점 커지면서 골수도 점점 파괴되기 때문이다. 치료가 안 된 상태로 있게 되면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으며, 특히 조기 치료를 놓치게 되면 뼈의 기형이 오는 현상들이 생길 수 있다. 골수이형성증으로 진행될 경우 종양의 위험성이 증가하는 추세로 가게 된다. 이러한 위험들을 방지하기 위해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Q: 고셔병의 조기 진단율을 높일 수 있는 유전 상담 및 가계 검사의 국내 현황이 궁금하다. 또 유전 상담과 가계도 분석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설명해 달라.

A: 최근 다양한 유전 질환에 대해 진단하는 것이 보편화 됐다. 문제는 진단 이후다. 환자분들이 대게 진단받는 순간 엄청난 정신적 충격 받는다. 이 환자분들에게 정서적인 지지도 필요하며, 질병 관리에 있어 올바른 의료 정보도 함께 제공해야 된다. 또한 가족 내 위험성이 있거나 재발 위험성이 있는 분들을 선별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젊은 부부의 아이에게 유전된 것으로 진단이 되면, 다음 번 임신에 대한 위험도 평가 및 재발 위험도 평가가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환자분들이 진단받은 후 나라에서 어떤 의료적인 지원이 있는지, 그리고 나와 같은 고통을 받고 있는 환자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나 환자 자조 모임에 대한 소개 등을 총망라한 것이 유전상담이다. 단순히 가계도를 그리거나 진단만 하는 것뿐만 아니라 진단 후 여러 가지 사후 관리, 가족 관리를 통해 정서적인 지지도 같이 진행되는 큰 범위의 전문적이고 복잡한 의료 서비스인데 이에 대한 공감대가 많이 부족한 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전 상담사를 전문적으로 교육시키기 위한 교육 기관이 3개의 의과대학에 있으며 대학원 과정을 통해서 양성되고 있다. 다만 아직 공식적인 직종으로 인정을 못 받고 있다 보니 해당 과정으로 마친 후에 전문성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부족한 상태다. 이에 대해 정부의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고셔병과 같이 열성 유전질환은 환자의 형제 자매 중에도 환자가 있을 수 있다.

고셔병의 경우, 다양한 치료제도 있고 치료가 가능한 질환 중 하나이기 때문에 진단 후 질환의 관리나 치료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이에 대한 의사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짧은 시간 내에 환자 진료를 해야 되는 의료 시스템에서는 조금 더 여유를 갖고, 환자분들을 정서적으로도 지지하면서 치료에 대한 올바른 의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굉장히 필요하다. 고셔병 중에서도 증상이 심하면 매우 어릴 때 사망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 부모가 첫째 아이가 사망한 후 다음 번 자녀 계획 시 굉장히 두려움이 많게 된다. 이러한 부분에 대한 정보제공을 유전 상담을 통해서 해줘야 한다.

 

Q: 유전상담 시 수가가 책정되어 있나.

A: 그렇지 않다. 이 때문에 상당수의 전문 인력이 양성됨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인 의료 체계에서 업무를 수행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Q: 고셔병 치료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될 부분은 무엇인가. 또 어떤 치료방법들이 있는지도 설명해 달라.

A: 고셔병 치료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현재 표준치료는 재조합으로 만들어낸 효소 치료제를 2주에 한 번씩 주사로 투약하는 치료법으로, 역사가 굉장히 오래됐다. 효소 치료가 가장 첫 번째로 적용된 질환이 고셔병이다. 최근에는 효소가 처리를 못하는 전구 물질들의 생성을 억제해 이 전구물질이 축적되지 않도록 하는 전구물질 억제제가 있다. 그 다음은 효소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약물을 투약해 효소의 잔존 능력을 향상시키는 치료가 있다. 샤페론 치료라고 한다. 치료를 하면서 중요한 점은 혈소판이나 빈혈 등이 호전되는지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와 더불어 간과 비장의 크기가 줄어드는 지와 뼈가 파괴되었던 부분들이 얼마나 호전되는지 봐야 한다. 말씀드렸던 대로 생물학적 표지자가 있는데, 그 생물학적 표지자 수치가 얼마나 잘 떨어지는지 봐야 한다.

Q: 고셔병은 시간이 날수록 여러 장기와 뼈의 손상이 나타나는 진행성 질환이다. 이에 치료가 늦어지게 될 경우 발생하는 증상 및 합병증은 무엇인가.

A: 뼈가 파괴되는 비가역적인 변화가 되면 뼈의 변형이 올 수 있다. 간과 비장이 너무 커져 있는 상태로 오래 되는 경우에는 빈혈이 올 수 있다. 혈소판 수치가 낮은 상태가 너무 오래되면 이로 인해 생길 수 있는 합병증들이 있게 된다. 심장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심각한 내장 출혈의 위험이 있을 수도 있다. 비장이 커져 있으니 어떤 충격으로 손상을 받으면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고셔병의 경우, 골수를 침범하다 보니 골수에서 골수이형성증과 같은 위험성이 있다. 골수로 인한 백혈병의 위험성도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생명을 위협하는 부작용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치료를 조기에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경계적 증상이 생기는 사람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지만 신경계적인 증상도 나중에 생길 수 있는 합병증이다.

 

Q: 고셔병 환자를 가운데 진단이나 치료 시 기억에 남는 환자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A: 고셔병이 굉장히 역사가 오래됐고, 우리나라도 효소 치료가 도입된 지 20년 정도 됐다. 하지만 아직 진단이 안 된 채 지내는 분들이 꽤 많은 것 같다. 얼마 전에 온 고등학생은 비장이 거의 여기 골반까지 내려와 있는 상황이었고, 항상 빈혈 증상이 있었다고 한다. 혈소판 수치도 떨어져 있고 코피도 자주 나며, 한 번 난 코피가 잘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고셔병이라는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떨어지다 보니 빈혈 치료만 하고 지냈던 것이다. 그러다 갑자기 비장이 커져 있고 암이나 백혈병 아닌지 확인하고자 검사를 진행하다 고셔병으로 진단된 사례다. 고셔병 치료 후 현재는 빈혈이나 혈소판 수치도 많이 정상화됐고, 비장 크기도 많이 줄어든 상태로 코피나 어지러운 증상 없이 잘 지내고 있다.

 

Q: 고셔병 치료제를 선택하는데 있어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이 있는가. 

A: 개인적으로는 효소 치료 요법을 선호한다. 효소 치료는 2주마다 주사를 맞아야 되며, 우리 몸에 부족한 효소를 투약한다는 측면에서 조금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치료법은 전구물질 억제제다. 전구물질 억제제는 떨어져 있는 효소를 도와주는 치료가 아니며, 효소가 부족해서 몸에 쌓이는 물질을 제거해 주는 치료다. 다만 전구물질 억제제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위험성이 있을지에 대한 걱정도 있어, 저는 효소 치료를 조금 더 선호하고 있다.

중추신경계의 신경학적 증상이 있을 경우에는 효소치료와 함께 샤페론 치료를 고려해 보아야 하며, 가능한 최대한 빨리 증상이 시작될 때 치료하면 효과가 훨씬 좋은 것 같다.

 

Q: 고셔병 치료 환경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이 우선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A: 아직 인지도가 좀 떨어지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 새로운 환자가 1년에 한 명 나오는 정도이다 보니 이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높지 않다. 최소한 빈혈 증상이 있고 혈소판 수치가 낮으며, 간과 비장이 커져 있는 환자에게 고셔병은 꼭 한 번은 의심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총 인구가 5천만명으로 봤을 때 500명 정도의 환자가 있어야 하며, 약 7~ 8배의 환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본다.

 

Q: 대부분 유전질환의 경우, 나라에서 선별적으로 관리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A: 고셔병은 리소좀 축적 질환 중 하나다. 리소좀 축적 질환에 대해 신생아 스크리닝을 급여로 시행하는 게 지금 심의 중이라고 들었다. 올해 안에 리소좀에 대한 신생아 스크리닝 검사가 급여화가 될 수도 있다고 들었다. 이렇게 되면 환자들을 놓치는 경우도 조금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Q: 마지막으로 고셔병 환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있다면.

A: 신경 증상이 없는 고셔병 같은 경우는 많은 부분이 치료로 다 해결된다. 많은 분들이 치료를 빨리 받아서 큰 문제없이 삶의 질을 유지하고 있다. 고셔병 진단을 받아도 불치병이라는 인식 보다는 ‘치료가 가능한 병이다’는 의미로 전환이 됐다. 최근에는 이 질환을 가지고 있으면서 효소 치료를 잘 받으면서 임신과 출산을 잘하신 분들도 있다. 일상생활을 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으니 질환에 대해 너무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좋겠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신경학적 증상이 있는 분들의 비율이 높다 보니 효소 치료 중에도 신경학적 증상이 생긴다면 빨리 샤페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저작권자 © e-의료정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