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치료에 있어 '오니바이드(성분명 나노리포좀 이리노테칸)'의 입지가 더욱 공고해 질 전망이다. 

현재 췌장암 1차 치료에는 '폴피리녹스(FOLFIRINOX, 옥살리플라틴+이리노테칸+5FU+류코보린)'와 AG요법(아브락산+젬시타빈 병용(albumin bound paclitaxel+gemcitabine))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폴피리녹스는 호중구 결핍증이나 혈소판 감소, 신경독성 같은 부작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리스크가 있는가 하면, 프랑스 환자들만을 포함한 3상 연구라는 점,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약제 용량 적용이 일관적이지 않다는 부분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AG요법은 글로벌 3상 연구로 약제의 효과가 비교적 전신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에게도 입증이 되었으나, 폴피리녹스에 비해 효과 측면에서는 여전히 그 우월성이 미지수라는 점이 단점으로 꼽혀 왔다. 

그럼에도 불구, 이를 능가하는 효과를 가진 치료제가 없는 췌장암에서는 이 두 약물을 표준치료로 사용하고 있는 상황. 이에 의료 현장에서는 두 약제 모두 한계점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들보다 효과가 우수하고 치료 근거가 명확한 약제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와중 최근 오니바이드를 기반으로 한 병용요법 'NALIRIFOX(오니바이드+옥살리플라틴+5FU+류코보린)'가 AG요법과의 비교 임상인 NAPOLI 3 연구에서 우월한 효과를 입증, 의료진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NAPOLI 3 연구는 이전 치료 경험이 없는 전이성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NALIRIFOX와 AG요법의 치료 효과를 직접 비교하기 위해 진행된 연구로, 한국을 포함한 18개국 205개의 센터에서 770명의 환자들이 참여한 무작위, 오픈 라벨, 글로벌 3상 임상 연구다. 연구는 NALIRIFOX를 한달에 2회 투여한 환자 383명과 AG요법을 한달에 3번 투여한 환자 387명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연구 결과, NALIRIFOX 투여군의 1차 평가 변수인 mOS(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11.1개월로 대조군인 AG요법 투여군(9.2개월) 대비 2개월 가량 높게 나타났다. 또한 mPFS(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 역시 NALIRIFOX 투여군(7.4개월)이 AG요법 투여군(5.6개월) 대비 31% 길었다. 

이에 본지는 임상에 참여한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를 만나 NAPOLI 3 연구의 의미와 췌장암 1차 치료에서의 오니바이드 치료 효용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

Q: 최근 발표된 NALIRIFOX와 AG요법의 비교 임상인 NAPOLI 3 임상 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연구 결과의 의미와 주요하게 봐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설명해 달라. 

A: NAPOLI 3 임상은 췌장암에서 치료 효과를 보이는 병용요법들간의 직접 비교 연구라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가 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AG요법과 폴피리녹스는 모두 젬시타빈 단독요법을 대조군으로 하여 임상을 진행한 약물들이다. 때문에 두 치료법들 중 어떠한 약제 조합이 더 효율적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이야기하기가 어려웠고, 실제로 각 나라별로 AG요법과 폴피리녹스의 데이터가 상이하다는 한계점이 있었다. 

NAPOLI 3 임상은 NALIRIFOX와 AG요법을 직접 비교해 각 병용요법간의 장단점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첫번째 3상 연구이자, 2차 약제로 사용되고 있는 오니바이드의 1차 치료 효과를 처음으로 확인한 연구다. 연구 결과에서도 오니바이드가 포함된 NALIRIFOX군이 현 표준치료인 AG요법 대비 생존기간을 연장시켰다는 점도 상당히 의미있는 부분이다. 

다만 NAPOLI 3 임상에 참여한 환자들 대부분이 미국과 유럽인들로, 아시아인이 적게 포함됐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20여 명의 환자들이 임상에 참여했고, 일본을 비롯한 타 아시아 국가의 경우 한명의 환자도 참여하지 못했다. 이에 아시아인에서 NALIRIFOX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며, 일본에서 후속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Q: 임상 결과를 보면 OS 중앙값은 NALIRIFOX가 11.1개월, AG요법이 9.2개월이었고, PFS 중앙값도 NALIRIFOX가 7.4개월, AG요법이 5.6개월을 기록했다. 단순 수치만 놓고 본다면 NALIRIFOX의 효과가 AG요법에 비해 크게 우수한 것 같지 않아 보인다. 

A: 대조군이었던 AG요법 역시 과거 임상에서 젬시타빈 단독 투여군 대비 OS 중앙값 2개월을 연장시켰고, 그 효과로 인해 표준치료로 자리를 잡았다. 이러한 차이를 보인 암 종이 췌장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개월의 OS 향상은 상당히 큰 의미가 있는 수치다.

사실 NALIRIFOX는 폴피리녹스에서 이리노테칸 대신 오니바이드를 추가한 치료법으로, 독성이나 치료 효과에 대해 어느정도 예상한 의료진들도 상당수 존재했다. 의료진들의 이러한 심증을 실제 데이터로 보여준 것이 NAPOLI 3 임상이다. 모든 환자들에게 동일하게 적용하기는 어렵겠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에게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수 있는 약물임과 동시에 췌장암 표준치료를 충분히 바꿀 수 있는 수준의 임상 결과라고 생각한다. 

 

Q: 부작용 측면에서 보면 NALIRIFOX 투여군이 Grade 3 이상의 이상반응이 조금 더 많은 것 같다. 

A: 이상반응에 대한 부분은 크게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울 것 같다. 우선 두 군간 약간의 차이를 보이기는 했지만,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수준의 차이는 아니었다. 또한 미국이나 유럽은 대학병원이 아닌 1,2차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는 경우가 빈번한데, 췌장암은 종양의 진행이 빠르고 약제의 독성도 적지 않아서 부작용 대처가 다소 부족했을 수 있다. 실제로 NAPOLI-3 연구에 참여한 환자 절반 가량은 대학병원이 아닌 1-2차 병원에서 등록이 되었다. 오히려 기존 폴피리녹스에 비해 옥살리플라틴과 5FU의 용량을 적게 사용해 백혈구감소증이나 열성호중구감소증, 신경독성 등과 같은 우려했던 부작용은 예상보다 적게 발생했다. 즉, 기존의 폴피리녹스 보다 이상반응이 개선된 셈이다. 물론 오니바이드로 인한 설사 등의 부작용은 조금 더 빈번하게 나타났지만, 이 역시 그간 오니바이드의 다양한 임상 연구와 처방 경험으로 미루어 봤을 때에는 주로 서양인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인 만큼 한국인에서는 충분히 조절이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Q: AG요법의 경우 RCT 임상에 비해 국내 리얼월드 연구에서 데이터가 보다 우월하게 나온 바 있다. 그렇다면 한국인 환자들만을 대상으로 NALIRIFOX와 AG요법의 치료 효과를 비교해 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A: 이미 3상 임상 연구 결과가 발표한 시점에서 추가적으로 비교 임상을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다. 이제는 실제 진료 현장에서의 경험을 쌓은 후 후향적 분석을 통해 국내 환자들에게 어떠한 치료 효과를 보여주는지를 확인해 봐야 한다. 이미 국내 의료진들은 NALIRIFOX의 기반이 된 폴피리녹스에 대한 경험이 많고, NALIRIFOX 이후에 사용할 수 있는 약제도 존재하는 만큼 리얼월드에서의 성적은 NAPOLI 3 임상 보다 좋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Q: NALIRIFOX가 폴피리녹스의 변형인 만큼 AG요법이 아닌, 폴피리녹스와 비교 임상을 하는 것이 더 적합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폴피리녹스가 아닌 AG요법과 비교 임상을 진행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A: 그런 부분에 대한 의견을 이야기하는 의료진들도 있다. 학술적으로는 폴피리녹스와 비교 임상을 진행했다면 가장 이상적이었겠지만, 임상 연구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여러가지 고려사항들이 존재하는 만큼 생각한대로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들도 발생한다. 우선 폴피리녹스는 제약사에서 공식적으로 췌장암 치료로 허가를 받기 위해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 프랑스 의료진 주도로 기존에 있던 세포독성항암제들을 조합해 만든 치료법이다. 따라서 진료 현장에서 사용되고는 있으나, 지금까지도 옥살리플라틴과 이리노테칸의 경우 공식적으로 췌장암 약제 허가가 되어 있지 않다. 허가를 받기 위한 목적으로 임상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췌장암 치료제로 허가가 된 약물과 비교를 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이러한 약제들 중 가장 효과가 우수한 것이 AG요법이었고, 그것이 NAPOLI 3 임상에서 NALIRIFOX와 AG요법을 비교한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또한 폴피리녹스는 의료진들이 임시로 만든 치료법인 만큼 각 국가나 병원마다 사용 요령이 모두 다르다. 한마디로 약제에 대한 용량이나 투약 스케줄이 표준화되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치료법이다. 의료진마다 용량 조절 방법이 다르고 투약 스케줄이 다른 약물을 대조군으로 사용할 경우 임상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할 수 있다. 

Q: NALIRIFOX가 1차 치료에 사용될 경우 오니바이드와 폴피리녹스라는 무기를 동시에 소진하게 되는 셈으로, 후속치료가 다소 부족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ALIRIFOX를 1차 치료에 사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지.

A: 후속치료를 위해 가장 효과가 좋은 약제를 남겨둘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환자들이 견딜 수 있다면 가장 치료 효과가 우수한 약제를 먼저 사용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또한 NALIRIFOX를 1차 치료에 사용하더라도 2차 치료로 AG요법을 사용할 수 있는 만큼 해서 후속 치료의 부재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차 치료까지 생각한다면 약제가 부족할 수 있겠지만, 오니바이드를 췌장암 3차 치료에 사용해 본 경험으로는 3차까지 갈 경우 약제의 치료 효과가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1차 치료에서 가장 효과가 좋은 치료제를 사용하는 이유는 환자들의 컨디션이 제일 좋은 시점이라 장기 생존 가능성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3차 치료까지 받을 수 있는 환자들은 1차 치료 환자의 1/4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오니바이드를 남겨두는 것보다 1차 치료에 NALIRIFOX를 사용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Q: 환자들의 컨디션이 가장 좋은 시점에서 AG요법을 선택하지 않을 거라면, NALIRIFOX가 아닌 폴피리녹스를 선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폴피리녹스보다 NALIRIFOX가 1차 치료에서 더 큰 베네핏이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의료진들도 있은 것 같다. 

A: 충분히 생각해 볼 만한 의견이다. 아무래도 폴피리녹스의 비용이 NALIRIFOX 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과연 NALIRIFOX가 폴피리녹스에 비해 가격 대비 장점이 얼마나 있는지에 대한 고민 중에 나오는 의견이다. 다만, 현 시점에서는 발표되어 있는 근거를 기반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추측이 추측으로 이어가는 것은 본질을 흐트러트릴 수 있다. 

기존 우리나라의 후향적 연구에서 AG요법이 폴피리녹스와 비교적 비슷한 정도의 효과를 보여주었다. 따라서 전이성 췌장암에서는 적어도 부작용이 적은 AG요법이 1차요법으로 많이 사용되어 왔다. 폴피리녹스와 NALIRIFOX가 같은 성분의 약제를 사용한 3제요법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완전히 같은 요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NALIRIFOX는 적절한 1상 연구를 통해 용량의 적정성이 확보된 만큼 부작용 프로파일이 폴피리녹스에 비해 개선된 상태이고, 유일하게 3상 연구에서 AG요법과 비교했을 때 생존기간 개선을 보인 치료법이다. 기존의 데이터를 무시하고, 단순히 ‘이번 3제요법이 AG요법보다 더 나은 효과를 보였으므로 폴피리녹스가 AG요법보다 좋다’고 추측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라고 생각한다. 예후가 좋지 않은 췌장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치료 전략을 짤 때에는 조그마한 차이도 중요하게 생각해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슷한 투약 방법이라고 비슷한 효과를 보일 것이라는 생각은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췌장암에서 새로운 1차 치료법이 등장한 만큼, 향후 어떠한 연구들이 추가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A: NAPOLI 3 임상에서 아쉬웠던 부분이 아시아인의 참여가 적었던 점인 만큼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임상 연구가 진행이 되었으면 좋겠다. 서울아산병원에서도 연구가 개시되자마자 끝나버려서 1명의 환자만 참여할 수 있었다. 또한 향후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NALIRIFOX 리얼월드 데이터와 기존의 다양한 데이터들을 비교 분석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NALIRIFOX와 폴피리녹스의 공통된 단점은 편의성이다. 두 요법에 공통적으로 포함되는 5FU는 2박 3일 동안 투약해야 하는데, 환자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편하고, 이로 인한 삶의 질을 떨어트린다. 때문에 환자 편의성에 대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다행히 이미 다양한 경구용 5FU제제가 출시가 된 상황이다. 이제는 이를 통해 하루 내에 투약을 종료할 수 있으면서 치료 효과는 유지시켜주는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연구를 통해 환자 편의성까지 증대시켜줄 수 있기를 희망하며, 6월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World Congress of GI Cancer 학회에서 S-1을 이용한 3제 요법인 NASOX 요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본 연구는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및 한림대 평촌 성심병원에서 연구가 진행이 되었다. . 

 

Q: 마지막으로 췌장암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메시지가 있다면.

A: 다른 암 종처럼 빠르지는 않지만 췌장암에서도 점진적으로 생존기간을 개선시켜 줄 수 있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수치만 본다면 효과가 크지 않다고 느껴질 수 있겠지만, 이러한 부분들이 점차 누적이 되서 환자들에게 적용된다면 치료 효과의 개선은 클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직 표적항암제나 면역항암제 개발이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현장에서 많은 좌절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췌장암 환자들의 예후가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불량한 예후에 압박 받아 치료를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담당 주치의와 상의하여 치료에 임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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