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HER2 유방암 치료에 있어 피하주사제 ‘페스코(성분명: 퍼투주맙+트라스투주맙)’가 강력한 치료 옵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간 HER2 양성인 조기,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게는 정맥주사 제형의 허셉틴과 퍼제타 병용요법이 주로 사용되어 왔다. 이에 환자들은 전이 또는 재발을 막기 위해 약 10년의 기간동안 3주마다 병원을 방문해 4~5시간에 달하는 치료를 받아야 하는 불편함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와중 허셉틴+퍼제타 병용요법의 효과와 안전성은 유지하면서, 투약 및 모니터링에 소요되는 시간을 대폭 단축시킨 페스코의 등장은 환자와 의료진들에게 반가운 소식일 터.

페스코는 조기 HER2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 3상 FeDeriCa 연구에서 허셉틴-퍼제타 대비 비열등한 효과와 유사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입증했다. 1차 평가지표였던 7주기의 치료 후 혈중 농도(Ctrough)를 비교한 결과, 허셉틴과 퍼제타 비교치에서 모두 기준값인 0.8을 상회하며 비열등성이 확인됐다. 2차 평가지표인 병리학적 완전관해 역시 페스코 투여군에서 59.7%, 허셉틴-페스코 정맥투여군에서 59.5%로 유사하게 관찰됐다. 안전성 프로파일은 양군이 유사하게 나타났다. 

더불어 전이성 HER2 유방암 환자들은 총 270분(치료 90분, 관찰 180분)에 달하는 치료 시간을 페스코를 통해 20분(치료 5분, 관찰 15분)으로 약 90% 이상 단축시킬 수 있게 됐다. 

이에 본지는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를 만나 페스코의 효용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

 

Q: 유방암 중에서도 HER2 양성 유방암은 생존율이 크게 개선되고 치료제도 다양해졌다. 현재 남아 있는 과제는 무엇인가.

A: HER2 양성 유방암은 상대적으로 다른 아형의 유방암에 비해 굉장히 많은 치료 옵션을 갖고 있다. 종양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고형 종양과 혈액암을 모두 포함한 표적 치료제 역사에서 HER2 양성 유방암은 가장 대표적이자 성공한 타깃으로, 환자의 생존 기간 연장과 완치율 증대에 괄목할 만한 성과와 기여를 한 것이 사실이다.

반면, 가장 큰 현안은 오늘날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에 주로 사용되는 허셉틴과 퍼제타, 페스코, 최근에 나온 ADC까지 아직 보험급여 적용이 되지 않는 치료제들이 있다는 것이다. 보통 세포 독성 항암제와 표적 치료제를 같이 사용해 환자를 치료하는데, 효과 좋은 환자의 경우 나중에는 세포 독성 항암제 사용을 중지하고 표적 치료제만 사용하는 유지요법을 진행하게 된다. 이때 환자들이 오랫동안 편안하게 치료를 받아야 효과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데, 보험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 현실적으로 치료를 지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수술 후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환자들에게 보조적 요법이 꼭 필요한데, 퍼제타 같은 경우 100대 100 비급여로 진료비가 청구돼 현재 가장 빨리 해결이 되어야 할 현안이라고 볼 수 있다. 

 

Q: 출시된 지 오래된 치료제는 임상연구 결과와 축적된 치료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와 보험급여 협상을 시도해 볼 수 있다. 반면, 최근 등장한 치료제들은 실제 처방 후기가 좋더라도 그 사례가 적은 편인데 이때 어떤 근거를 활용해 볼 수 있는가.

A: 대표적으로 세포독성 항암제 도입기라는 것이 있다. 클레오파트라(CLEOPATRA) 임상연구 이후에 현실적으로 최소 6사이클에서 중앙값 9사이클을 치료한다고 볼 때, 그 이후 HPT(허셉틴+퍼제타+도세탁셀)을 유지요법으로 시행하면서 환자들은 주기적으로 종양 평가를 시행한다. 이때 관해가 오래 유지되는 환자군이 많다. 이 환자들은 현재 보험 혜택을 받고 있다. 그러나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 사용되는 경우에는 아직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는다. 

 

Q: 최근 페스코가 투약시간 단축과 편의성 개선을 입증해 국내 허가를 받았다. 페스코가 두 가지 정맥주사를 하나의 피하주사로 합칠 수 있었던 기전은 무엇인가. 또 이를 통해 환자와 의료진이 기대할 수 있는 부분도 설명해 달라.

A: 페스코는 유전공학 성공에 따른 결과물이다. 정맥주사 두 개를 하나로 합치면서 합한 효과를 갖게 됐고, 지난 10년간 HER2 양성 유방암 치료를 위한 대표적인 표적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무엇보다 선진국이든 개발도상국이든, 의료 환경이나 의료 공급 수준과 상관없이 어디서나, 또 누구나 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개발된 약제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에 정맥 주사인 허셉틴과 퍼젭틴 병용요법을 주로 사용해왔다. 특히 미국에서는 정맥 주사 투여에 대한 의료 수가가 매우 높게 책정돼 있는 반면, 환자들은 정맥 주사를 맞기 위해서는 투여 가능한 의료기관을 찾아 몇 시간씩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기존 치료 요법을 따르는 국내의 경우 특히 대형종합병원에서는 항암제 투여를 받기 위해 환자들은 3~4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물론 트랙(track)에 따른 차이는 있다. 예를 들어 병용요법으로 치료 중인 환자가 있고, 허셉틴 피하주사만 투여하는 환자가 있으며 상황에 따라서는 의자에 앉아 주사를 맞기도 한다. 

이 중 유지요법으로 치료 중인 환자들은 매번 외래를 보지 않고 2-3번은 주사(치료)만 맞고 3주에 한 번씩 외래 진료를 받는다. 이로 인해 (만일 페스코를 쓸 경우) 환자가 병원에 머무는 시간이 크게 단축되는 효과가 있다. 단순히 환자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에서도 환자 대기줄이 상당히 줄어들어 결과적으로는 다른 환자들이 시간 혜택을 많이 받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문의 입장에서도 외래 진료 일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이러한 환자 편의성 개선과 의료 시스템 효율성 향상 효과는 페스코 사용으로 더욱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행화학요법을 받는 환자들은 허셉틴과 퍼제타를 모두 정맥으로 투여하지만, 수술 후 완전 관해에 도달한 경우 허셉틴 피하주사만 투여하면 되기 때문에 이때부터는 치료 트랙이 달라져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만약 페스코가 보험급여에 적용되어 보편적으로 사용되면 (이처럼) 치료 효율성이 더 올라가게 될 것이다. 

또한 기존 의료 혜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점이 될 것이다. COVID-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병원에 오지 않고 치료 받을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요구가 실제 의료환경에 필요하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 하게 되었다고 본다. 현재 우리나라는 재택 투여가 가능하지 않지만 임상시험에서 경험을 하면서 향후 실제 환자가 항암제를 집에서 맞는 시대도 곧이어 올 것이라고 전망해 본다. 페스코는 원격적으로 모니터링을 하면서 치료 손해를 보지 않는 방법(tool)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는 굉장히 선진화된 치료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Q: 페스코가 두 개의 제품을 하나로 합친 치료제인 만큼 그 효과와 안정성을 입증하는 것이 가장 요소인 것 같다. 이에 대한 연구들이 있는가.  

A: 대표적인 것이 페스코 3상 임상연구 ‘FeDeriCa’다. 허셉틴과 퍼제타 병용투여 환자군과 페스코 투여 환자군을 비교 실험한 연구로, 약가 동등성을 생화학적으로 검증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실제로 임상시험을 거쳐 환자의 임상경과(Clinical outcome)에도 전혀 차이가 없다고 결과를 확인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 

최근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는 페스코의 시간 단축 효과를 포함해 의료 외적인 부분을 분석한 데이터 결과가 발표됐다. 임상 연구적인 측면 외에도 페스코는 시간과 의료자원, 인력, 의료진의 노동 행위까지 모두 절약할 수 있는 치료제다. 

 

Q: 현재 교수님께서 방문간호사 제도를 활용한 페스코 재택 투여 관련 임상연구(ProHer)에 참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해당 연구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 달라.

A: 해당 연구는 실질적으로는 COVID-19 팬데믹 하에서 아이디어가 나왔다. 페스코는 피하주사제이기 때문에 정맥 주사보다 리스크가 훨씬 적고, 기존에 처방해 본 경험도 이미 많이 있다.

최근 임상시험이 팬데믹을 겪으면서 굉장히 위축된 건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마스크를 끼고 격리하면서도 환자를 다 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는 경쟁력이 있다. 임상시험도 예전에는 환자가 꼭 병원을 방문해야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었고 그 퀄리티가 보증돼서 FDA에서 허가 승인을 해주었다면, 현재의 큰 흐름은 분산형(decentralized) 임상시험으로 가고 있다. 이는 환자 중심의 치료로, 집에 찾아가거나 모니터링을 하고 피하주사 항암제 투여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현재 삼성서울대병원과 고대안암병원이 함께 선행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를 대상으로 선행항암제 치료가 끝난 다음에 수술하고 완전 관해가 온 환자들 중에서 페스코 치료 조건이 되는 환자에게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완전 관해가 온 환자들은 맨 처음에 세 번은 병원에서 투약을 하고, 그 이후부터는 병원과 가정 중에서 무작위로 선정한다. 그리고 집으로 배정된 환자들에게 방문간호사가 환자의 집을 찾아가 치료제를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집으로 방문하는 간호사가 실제로 모바일 닥터 역할을 한다고 보기 때문에 FDA에서도 임상시험 범위로 허가를 했다. 

하지만 국내 규정상 SMO(Site Management Organization, 임상시험 지원기관)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병원에 소속된 간호사가 환자 집을 방문해 주사를 놔주는 형태로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세 차례 진행 후 환자에게 집과 병원 중 어느 장소를 더 선호하는지 조사한다. 

보통 임상 시험할 때 일차결과지표(Primary Outcome)를 평가하는데, ProHer 연구의 일차결과지표는 환자의 선호도(Preference)이다. 과학적 가치에 중점을 두기 보다는 실제로 똑같은 약제를 환자에게 처방 후 모니터링을 하면서 장소만 달리했을 때 환자가 가지는 이점을 조사하고 있다. 이제 중반 정도 연구가 진행됐고, 아마도 약 1~2년 이후에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Q: 국내 방문간호사 제도를 활용한 임상연구의 경우 다양한 허들이 있을 것 같다.

A: 향후 허가는 받겠지만 실질적으로는 보험 급여의 이슈일 것 같다. 최근 고가의 신약들이 많아지면서 급여를 기다리는 치료제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방암 환자들이 어떤 환자들인지 체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유방암 환자의 평균 연령은 50대로, 다른 호발암에 비해 15년 이상 젊은 편이다. 이 환자의 대부분이 사회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는 나이에 중병에 걸리는 것이다. 

또한 치료제는 임상적인 근거(evidence)가 있어야 허가와 보험이 되는데, (페스코는) 더 충분한 근거 자료는 있다고 본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것이 나라 경제적으로 이득인지를 고려해봐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의 검진(screening) 시스템은 어느 나라에 뒤쳐지지 않을 정도로 잘 되어 있다. 이 때 환자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치료 적절성이 훨씬 더 시장성과 경제성을 높일 수 있다. 

나아가 사회적인 재원으로 환원될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앞서 말씀 드렸다시피 유방암은 고형 종양 중 가장 젊은 환자 군이 포함되어 있고 치료를 제때 하는 것이 중요하다. HER2 양성 유방암은 치료를 하지 않으면 1-2년 내 사망할 수 있는 암이다. 

 

Q: 최근에는 트렌드처럼 정맥주사를 피하주사로 바뀌고 있는 추세인 만큼, ProHer 임상연구가 중요할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항암제 뿐 아니라 다양한 치료제들 역시 비슷한 방향으로 치료 트렌드가 바뀔 것 같은데, 이러한 모든 질환군을 방문 간호사로 전부 커버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을 것 같다. 

A: 현실적으로 어떤 스타팅 포인트를 갖고 있는지, 그리고 과연 실현 가능한지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말씀하신 것처럼 면역항암제들이 최근 피하주사 형태로 많이 바뀌고 있다. 이런 흐름이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트렌드라고 했을 때 그럼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되고, 부족한 리소스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해답을 줄 수 있는 피보팅(Pivoting)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추가로 고려할 부분이 있다. 과학적인 시도나 임상연구에 따른 결과가 이미 나왔고, 리소스는 제한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리소스에는 약가 자체도 문제가 되지만, 주사를 놓는 간호 인력이나 지방에서 올라온 환자들의 교통비까지 모든 게 경제성 평가 과정에서 리소스로 작용한다.

이번 ProHer 임상연구 결과가 제한된 리소스의 활용이나 분배 또는 재분배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흔히 하이브리드 모델이라고 말하는데, 하이브리드가 50%든 20%든 상황에 따라서 10%밖에 안 되더라도 기여하는 부분은 단순히 10%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 파급 효과는 충분하며, (물론 접근성 향상에 기여할 경우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겠지만) 충분히 비전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작은 시도들을 통해 또 다른 팬데믹이 왔을 때를 대비하여 아마 정책적으로도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인식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원대한 꿈이 이뤄질 것으로 짐작된다.

 

Q: 최근 페스코가 암질환 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 전문의로서 페스코 급여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해 달라.

A: 페스코가 급여의 첫 문턱인 암질심을 통과했다는 사실은 환영한다. 암질심 통과 이후에 남은 과정도 잘 넘기기를 기대한다. 만약 페스코에 급여 적용이 되고, 추후 자가주입키트가 도입된다면 환자 스스로 투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간호 인력이 정맥주사를 놓으려면 환자 옆에 있어야 하는데, 이는 재원 감소를 가져온다는 부분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선행항암요법은 선별 급여로 30대 70이 적용 되며, 선행항암요법 이후 수술을 받은 이후 완전 관해가 되더라도 처음에 N3 이상 등의 재발의 위험이 높은 환자들의 경우에는 100 대 100으로만 퍼투주맙를 트라스트주맙과 함께 수술후 보조요법을 받을 수 있고 페스코 역시, 수술후 보조요법에서 100대 100을 적용 받게 될 것이다. 재발을 안 하게 하는 게 치료의 첫 번째 목적이라고 할 때 조기 유방암 부분에서의 급여가 시급하게 요구된다.  

항암제는 사용해보지 않고는 실제로 쓸 수가 없다. 산정 특례가 된다면 다행이지만, 안 될 경우 현실적으로 약가와의 간극이 너무 크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치료제가 절대적임에도 불구하고, 약가로 인해 피부로 느끼는 박탈감이 커서 보험이 안 되면 결국 보편적으로는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퍼제타와 허셉틴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며, 수술 후 보조요법이 사용된 지도 10년이 되어가는데 아직도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의료 공급적인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라고 생각한다.

 

Q: 일각에서는 정부가 보조요법 치료제에 대한 보험급여 적용에 적극적이지 않은 입장이며, 특히 재발 위험이 높은 유방암 질환 특성상 보험이 적용될 경우 재정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한다는 의견도 있다.

A: 실제로 (무엇이 이득인지) 계산을 해봤으면 좋겠다. 가령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의 경우, 치료 효과가 있을 경우, 계속 더 오래 치료를 받게 된다. 치료의 기회가 다신 없을 까봐 중단을 할 수도 없다. 전체적으로 보면 무상 진료가 지닌 흑과 백 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전이성이 되면 모든 걸 올인해서 치료받을 수 있느냐, 사실 이것도 아니다. 거꾸로 보조요법만 보험을 해주는 약도 있다. 예를 들면 PEG-GCSF가 있는데, 4기암 환자들은 골수 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으므로 센 항암제를 썼을 때 백혈구 수치가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현행 기준은) 이 약(PEG-GCSF)들을 완치 목적의 치료에 썼을 때에 한해 보험을 적용해준다. 명백하게 보험 적용으로 재정 부담이 된다면, 무엇이 더 이득인지 제대로 계산을 해봤으면 좋겠다. 

근래 암 연구의 추세는 ‘예방’이다. 아마도 향후 50년 이후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쭉 스크리닝을 해서 어디에 암이 생길지 미리 진단해 치료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암이 아니라 교통사고나 재난이 제일 큰 사망 원인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4기 진단을 받은 27세 삼중음성유방암 환자에게 이러한 희망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현재 암환자에 대한 적용도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볼 수 있겠다. 암 치료의 근간에 따라 당연히 4기암 환자를 치료해야 되지만, 그렇다고 조기암 환자는 치료를 혜택을 못 받아도 된다는 맥락이라고는 절대 생각할 수 없다.

 

Q: 유방암 환자들이 일상 복귀를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나 사회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A: 실제로 환자 얘기를 들어보면 복귀를 너무나 원하는 사람도 있고, 반면에 병 때문에 이제 일하지 않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환자가 바라는 대로 해주는 것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사회 리소스의 환원, 즉 그러니까 사회적으로 환자에게 혜택을 주고 치료를 한 다음 다시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 과연 건강한 사회인지는 열린 질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의료진 입장에서 말하자면, 환자 본인이 생계 활동을 해야만 가정이 유지되는 그런 사람들이야 말로 치료를 더 적극적으로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구를 차별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 환자들에게 제대로 치료의 공급이나 분배가 이뤄져야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가정의 가장이면서 암 치료를 받으며 일상생활을 이어 나가는 가운데, 아이까지 돌보고 있는 환자들이 가장 많은 병 중의 하나가 유방암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도움이 절실한 환자에 대한 치료 지원이) 사회적인 재생산이나 치료 혜택에 대한 공급 불균형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허가를 받을 때 요구되는 요건들이 있다. 우리나라 환자들이 실제 임상연구에 참여해야 하고, 결과가 어느 정도 이상 나와야 하며 그 결과가 통계적으로도 우위에 있어야 한다는 기준 요건들이 그것이다. 그 다음에 FDA 승인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EMA 승인이 돼야 한다. 그렇다면 이를 전부 만족시켰을 때 당연히 허가가 되고 이어서 보험이 적용돼야 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허가가 되지 않는 경우는 앞서 언급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경우) 외에 별로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허가와 보험급여 적용 사이의 간격만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바꿔 말하면, 임상시험의 기회를 제외하고 일반적인 치료의 공급 측면에서 보면 점점 거꾸로 뒤처져 가고 있는 셈이다. 이것이야말로 우리나라가 첫 번째로 해결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Q: 마지막으로 유방암 치료 중인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A: 일단 먼저 치료를 열심히 받으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 다음으로, 올바른 정보에 기반해 치료 받으시길 바란다. 보통 3주 간격으로 환자들을 만나 진료하는데, 그 사이에 주변으로부터 암 치료에 관한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듣고 시간과 돈을 써버리는 환자들이 있다. 물론 환자 분들의 불안한 마음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한순간 잘못된 정보에 솔깃해 이를 쉽게 믿고 병원 치료에 쓰기도 모자란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한다.

사실 이러한 부분들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많이 해결해 줄 수 것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의사가 환자를 만나지 못하더라도 병원 프로그램이 (환자가 잘못된 처방을 따르는 경우를) 발견해서 앱이나 이런 걸로 환자를 계속 관리한다면 효율적으로 케어할 수 있다고 본다. 올바른 정보를 병원이 직접 제공해 줄 수 있다면 더욱 좋고, 검증된 정보를 습득하기를 강조하고 싶다. 

세 번째로, 긍정적인 노력을 해주길 당부 드린다. 의사가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하는 말은 의학적인 근거에 기반한 이야기들뿐이다. 환자가 얼마나 살 수 있을지는 의사도 알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는 환자를 포기할 수 없다. 

추가로, 국내에 참여할 수 있는 임상연구가 많으니 담당 의사와 상의해 기회를 잘 활용하길 바란다. 다른 어떤 질환보다 유방암은 그동안 임상시험을 통해 환자들의 생존율 향상과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수 있었다. 난치일수록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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