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고령화 등으로 어지럼 질환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평형의학회가 질 높은 어지럼클리닉 환경 조성에 나선다. 최근 대한평형의학회 제13대 회장에 취임한 김병건 교수(노원을지대병원 신경과)는 어지럼클리닉 및 센터의 정도관리를 위한 교육을 확대하고, 관련 학회들과 통합 국제학술지 발간 및 아시아 국가들과 협력을 통해 아시아 평형의학회로의 발전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교육 확대로 질 높은 어지럼클리닉 환경 조성  

“어지럼은 외래와 응급실을 찾는 흔한 원인 중 하나이지만 진단과 치료가 잘되지 않는 경우가 흔합니다. 어지럼 관련 유일한 학회로서 관련 질환들의 국내 데이터 구축과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질 높은 어지럼클리닉 및 센터가 늘어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습니다.”

질 높은 어지럼클리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정도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김 회장. 이를 위해 몇 년 전부터 학회서 진행해온 전정검사 기사 교육이 갈수록 참여 인원인 늘어나고 있다고. 이에 대해 “교육을 원하는 사람은 많아지는데, 1대1로 진행되는 워크샵 형태라 모두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인원 대상으로 교육을 확대하고, 전정 검사실 운영에 대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하는 등 정도 관리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한평형의학회는 1999년 어지럼 및 평형의학 분야의 임상과 기초의학을 연구하고자 창립된 학회다. 이비인후과와 신경과 전문의를 주축으로 가정의학과 등 다양한 분야의 의료과 직역이 모인 다학제 학회로, 정회원만 1천 명이 넘는다.

학회는 어지럼 진료에 대한 개원의 진료역량 향상을 위한 교육활동, 평형기능검사의 정도 관리, 각종 검사의 신의료기술 적용, 어지럼 극복을 위한 맞춤 전정운동 보급 등 학술발전과 의료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지럼’은 가장 흔한 증상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비인후과나 신경과 전문의가 개원하기 전 가장 먼저 공부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평형기능은 귀부터 소뇌, 눈, 말초신경까지 다양한 신체 여러 부위에서 통합하여 분석하고 있다”며 “평형의학은 이러한 다양한 원인을 망라하여 통합적으로 연구하기 때문에 다학제 연구가 중요한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어지럼 원인 중 청력과 연관된 어지럼은 이비인후과가, 뇌로 인한 어지럼은 신경과가 전문 분야이기 때문에, 20여 년 동안 두 과가 주축이 되어 번갈아 가며 회장을 맡고 있다. 대학에서 어지럼 관련 심포지움을 할 때도 서로의 연자들을 초대하는 등 소통과 다학제가 잘 이뤄지고 있는 대표적인 학회이기도 하다고. 김 회장은 “우리 학회의 최고 장점인 다학제 학회로서의 강점을 극대화하여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조화롭게 소통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어지럼 원인 다양하고 진단 어려워…고령화로 계속 증가

어지럼은 호소 환자는 많지만 진단과 치료가 잘 안 되는 질환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어지럼의 원인이 귀, 뇌, 심혈관계을 비롯해 마음에서 오는 원인까지 매우 다양해서 한 전문 분야에서만 판단하기가 어렵기 때문. 김 회장은 “20년 전까지만 해도 어지럼을 의대에서 체계적으로 가르치지 않았다”며 “어지럼 환자를 평가하는 다양한 검사방법들이 있지만, 아직도 진단의 상당 부분을 병력 청취, 신경이과적인 진찰  및 임상경험에 의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두통학회 회장이기도 했던 김 회장은, 두통과 어지럼의 공통점으로 ‘외래에서 가장 흔한 증상들이고, 원인 질환은 수백 가지가 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발병 연령대에서는 차이를 보인다”며 “편두통은 젊었을 때 많이 발병하는 반면, 어지럼은 40~50대에서 주로 발병하고 나이가 들수록 전정기관, 눈, 말초신경, 심혈관 문제, 복용 약 등 다양한 이유로 어지럼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어난다”는 것.  

치료에 있어서도 차이가 크다. 병의원을 찾는 두통의 대부분이 편두통이기 때문에 비교적 타겟이 쉬운데 비해, 어지럼 원인이 다양한 만큼 치료법도 다르다는 것. 그중에서도 “양성돌발체위현기증과 편두통, 심인성,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인한 원인이 가장 대표적”이라며 “편두통이 원인인 어지럼의 경우  새로운 항CGRP 치료제 등 부작용을 줄인 좋은 편두통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어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또한 “양성돌발체위현기증은 이석정복술을 통하여, 전정신경염은 전정재활훈련을 통한 치료로, 심인성은 항우울제인 SSRI 같은 약제가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노인성 어지럼은 좀 더 복잡하여, 평형기능을 담당하는 신체 여러 기관의 기능이 떨어지고, 당뇨병 등 노인성질환까지 복합되어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자율신경계 이상에 의한 어지럼의 경우 근본적인 치료가 없어서 가장 치료가 어렵다는 것.

김 회장은 “예전에는 어지럼 치료를 잘 안 했지만 나이가 많아질수록 이석증으로 인한 어지럼이 늘어나면서 치료에 대한 홍보가 많이 되면서 어지럼클리닉이나 진료 병원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최근에는 코로나19와 백신으로 인한 어지럼 호소도 부쩍 늘어났으며, 스트레스가 많은 사회이다 보니 심인성 어지럼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합 국제학술지 발간 등 국제화에 주력

“대한평형의학회지의 국제학술지화 및 평형교과서 개정작업, 아시아지역 평형 관련 연구 교류를 위해서도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학술행사를 비롯한 해외 유관학회와 교류 활성화에도 힘써서 학회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겠습니다.”

국제학술지화를 위해서는 영문학술지를 발간해야 하지만, 비용과 현실적인 문제 등으로 수월치가 않다. 이에 김 회장은 “하지만, 신경과와 이비인후과 회원들의 연구역량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국제학술지로 도약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학회는 2016년 평형의학 분야 분야 최고의 국제학회인 바라니(Barany)학회를 유치해 성황리에 개최한 바 있다. 이를 발판 삼아 국제화 도약을 위해 “오는 10월 한일 양국 평형의학회 MOU를 맺어 정기적인 학술대회를 마련하고, 나아가 아시아 평형의학회로 발전시키고자 한다”며, 또한 “아시아 개최 기회가 오는 시점에 바라니 학회의 재유치에도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지럼은 워낙 흔하기도 하고 잘못된 정보도 많은 질환이다 보니,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일반인에게 정확한 정보전달을 위한 대국민 홍보활동도 준비하는 평형의학회의 활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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