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 분야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뇌신경마취를 담당하는 대한뇌신경마취학회가 2년 뒤면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대한뇌신경마취학회 정진용 회장(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은 지난 30여 년간 아시아 학회를 주도할 만큼 학술발전을 이룬 것에서 나아가, 더 넓은 국제 교류 증진과 임상 현장에서의 역할 확대를 통해 대내외적인 위상을 높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아시아 넘어 미국‧유럽 학회와 교류의 장 확대

“우리 학회가 2년 뒤 창립 30주년을 맞습니다. 그동안 학회는 아시아 뇌신경마취학회를 주도할 정도 발전을 했습니다. 향후에는 국제적 학술 활동을 폭넓게 확대하는 한편, 임상진료 현장에서의 뇌신경마취 의사들의 역할 증진에도 주력해 나가겠습니다.

1995년 대한마취통증의학회의 첫 세부전공학회로 창립한 학회는 뇌수술 뿐만 아니라 척추 수술, 뇌파 관련 연구 등 뇌신경 전 분야에 관련된 학문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지난 30년 동안 아시아 뇌신경마취학의 학술을 주도할 정도까지 학술적 발전을 이뤘다. 2003년 학회 주도로 한중일 뇌신경 마취심포지움을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2년마다 아시아 각국에서 학술대회가 개최되고 있으며, 2008년에는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뇌신경마취학회가 참가하여 제 1회 Asian society of neuroanesthesia and critical care(ASNACC) 학술대회를 북경에서 개최했다. 그 후 제 4회 아시아뇌신경마취학회를 2015년 부산에서 성공적으로 치른데 이어, 2023년 올해에는 7회 학술대회를 필리핀 마닐라에서 진행하기에 이르렸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아시아 뇌신경마취학회는 한국이 주도해서 만든 학회라고 할 수 있다”며 “매회 아시아 학술대회에 한국에서 40~50명의 회원들이 참석하여 30~50편의 초록발표를 하는 등 한국이 지금까지 주도적인 역할을 해 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제 아시아 학회를 넘어 미국, 유럽 뇌신경마취학회와 교류의 장을 넓혀 한국의 뇌신경마취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국제적 학술 활동 강화와 함께 임상진료 현장에서 뇌신경마취 의사들의 역할 확대에도 나설 방침이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임상진료 현상에서 수술 중 마취관리 뿐 아니라 수술 후 중환자실 관리까지 진료 범위를 넓혀나가기 위해 학회 차원에서 지원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학회 내적으로는 뇌신경마취학회 인재풀을 이용해 새로운 연구 아이디어를 소개하고 함께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뇌신경과 신경계 모니터링과 관련된 기초연구까지도 연구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이 밖에도 환자들이 뇌신경 수술에서 안심하고 좀 더 전문적인 마취를 받을 수 있도록 뇌신경 마취 펠로우과정을 통해 뇌신경 마취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만들 예정이다.

어려운 뇌신경수술서 이기기 위한 최적의 환경 만든다

뇌신경마취학회는 마취 분야에서도 뇌신경이라는 섬세하고 중요한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현재는 예전에 비해 마취약제의 발전과 마취기법의 전문화 등으로 수술 중 뇌부종 등과 같은 합병증을 잘 조절할 수 있지만, 뇌신경마취학회 발족 당시인 90년대만 하더라도 수술중 뇌부종 등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했을 때 뇌신경분야의 마취지식이 부족하면 집도의가 수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뇌 상태를 만들지 못해 환자를 잃는 경우가 많았다. 이같이 수술 중 마취의의 역할에 따라 수술의 결과도 많이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하는 정 회장.
 
“과거 천하무적으로 불리던 로마 군대는 토목공사에 강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같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잘 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대한뇌신경마취학회는 어려운 뇌신경 수술에서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의 수술 환경을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즉, 뇌, 척추 수술 중 집도의가 편안하게 수술을 진행할 수 있는 환자의 상태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마취의 질에 따라 환자의 예후도 영향을 받는 것도 물론이다.

현재는 수술 중 환자를 깨워서 환자의 뇌병변 부위를 확인하며 수술할 수 있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이러한 마취 방법의 발전으로 수술 직후 환자의 호흡을 포함하여 마취에서 회복 시간이 많이 짧아졌다”며 “앞으로는 유전적, 후천성 질환 분야를 포함하여 뇌파를 분석하는 등 더 안전한 뇌신경 마취가 될 수 있도록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뇌신경 마취에 적합한 마취 약제들도 계속 개발되고 있는 것도 발전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뇌신경 마취를 위해서는 효과가 빠르게 발현되면서도 마취가 끝나면 빠르게 사라지고 마취 이외에 다른 심혈관계에는 영향이 적은 약제가 이상적인데, 최근 이런 효과를 가진 ‘레미마졸람’이 나왔다”며 “이와 함께 역전재 투여를 통해 마취 회복을 더욱 빠르면서도 심혈관계 작용이 상대적으로 적어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노인 환자들에게 흔히 있을 수 있는 수술 후 섬망과 같은 인지장애의 발생을 줄여 줄 수 있는 약제와 마취 방법에 대한 연구가 이미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어려운 환자 마취’ 위한 워크샵 등 교육 강화

“어려운 환자를 마취하는데 도움이 되는 학문적 교류를 위해 학술대회와 워크샵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복잡한 마취 과정에서도 환자를 가장 최적의 상태로 유지할 수 있도록 역량 강화에 더욱 힘쓰겠습니다.”

임상 현장에서는 여러 종류의 어려운 마취 케이스가 존재한다. 일례로 거대 뇌동맥류 같은 경우 수술 중 동맥류가 터지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런 경우 혈압의 변화를 최소화하여 우발적 동맥류의 터짐을 예방하고, 동맥류 결찰시 인위적으로 혈압을 많이 낮추어 집도의가 결찰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또한 동맥류로 집도의가 접근이 용이하도록 뇌압을 낮추어 수술후 환자의 의식장애와 같은 합병증을 줄이고 환자의 예후를 좋게 도와줄 수 있다는 것.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되려면 전공의 수련과정에서 워크샵을 1회 이상 이수해야 한다. 이에 학회는 2022년 세부전공학회로는 최초로 전공의 워크샵을 개최한데 이어, 2024년에도 진행 예정이다. “지난 워크샵에서는 초음파유도하 중심정맥도관 삽입술과 어려운 기도관리 환자에서 굴곡성 기관지경을 이용한 기관내 삽관을 교육했는데, 강사 1인당 전공의 비율이 적어서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다”며 “추후에도 전공의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학술대회나 워크샵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어려운 환자에서도 최적의 수술 환경을 마련하고 수술 후까지 환자 곁에서 긴장을 놓지 않는 뇌신경마취 의사들의 노력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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