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계 6대 제약 강국으로 도약’ 목표를 위해 제약계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노연홍 회장은 이 같은 정부의 목표 실현에 힘을 보태기 위해 취임 초부터 바쁜 행보를 펼치고 있다. 취임 초 제약주권 확립과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 구축 주력이라는 사업목표를 제시한 노연홍 회장을 만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제약산업 발전 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제약산업, 큰 변화 앞둔 변곡점에 서 있어

“제약바이오 산업은 정부 규제가 많은 산업이다 보니 정부와 산업체 역량이 잘 어우러져야 시너지가 날 수 있습니다. 현재 정부도 그 어느 때보다 노력하고 있고 산업계 의지도 강하므로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노 회장은 지난 3월 취임 후 2달 여 동안 제약주권 확립과 제약강국 실현의 목표 달성을 위해 정책본부 내 산업진흥팀을 신설하고, 기업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보험유통본부내 공정경쟁팀을 별도 분리했다. 또한 정부의 잇따른 제약바이오산업 육성 전략 발표에 대해 협회의 목소리를 내고, 산업 육성을 위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실질적인 요구사항을 전달하기 위해 바쁘게 뛰어 다녔다.

지난 2달 동안 느낀 점에 대해 노 회장은 “10여 년 전 식약처장,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등 공직에 몸담고 있을 때보다 제약바이오산업의 위상이 정말 많이 올라갔다는 것을 느꼈다”며 “단순히 비례적으로 발전한 것이 아니라 산업이 진짜 크게 변화할 수 있는 변곡점에 서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현장에 와보니 산업계의 어려움이나 더 절실함도 크게 다가왔다는 노 회장. “산업체는 양질의 의약품을 만들기 위해 처절히 노력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회사 존폐의 위기가 될 수도 있다”며 “산업체 이해가 바탕이 된 정책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절실히 깨닫게 됐다”는 것.

한편, 노 회장은 지난 3월 취임시 ‘제약바이오산업은 성과를 내지 않으면 죽는다’며, 민관협력과 산업계 경쟁력 강화를 통해 성과를 내는데 주력할 것이라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에 올해는 ‘제약강국 실현으로 국민건강과 국가경제 선도’라는 비전 아래, 제약주권 확립과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 구축을 협회의 사업목표로 잡고 있다. 이를 위해 ▲블록버스터 신약 창출 생태계 조성 ▲의약품 자급률 및 산업 경쟁력 동반 제고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 기반 마련 ▲산업 고도화 환경 구축이라는 전략을 마련하고 핵심과제를 적극 추진 한다는 계획이다.

 

AI 신약개발 플랫폼 ‘K-멜로디’…제약 선진국과 격차 줄일 것

노 회장은 신약 개발에서 제약 선진국과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지름길로 ‘인공지능’을 꼽는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선진국에 비해서는 뒤처져 있을지 모르지만, 뛰어난 IT기술과 데이터를 AI와 접목하면 훨씬 빨리 제약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며 “K-멜로디 사업이 큰 기대가 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K-멜로디(K-MELLODDY)는 협회와 정부가 추진하는 프로젝트로, 연합학습(Federate Learning)이라는 AI 기술을 활용하여 공공기관 및 제약기업이 갖고 있는 내부 데이터를 외부에 유출하지 않고 참여기관 모두의 데이터를 한 곳으로 모아 활용한 것보다 더 좋은 성능을 발휘하는 AI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 다기관 참여형 민관협력 프로젝트이다.

22개 제약기업이 참여해 신약개발 데이터를 갖고 실증·실용화하는 사업으로, 연합학습 기술을 넘어 분할 학습(Split Learning)을 적용하여 보안은 강화되고, 성능도 향상되는 더욱 진보된 한국형 AI 신약개발 플랫폼을 구축하는 사업으로 기대가 크다.

이에 대해 노 회장은 “유럽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머크 등 10개 제약기업과 대학, 연구소와 함께 참여한 EU-멜로디(EU-MELLODDY) 사업이 성과를 내고 있다”며 “아직 성과가 크지는 않지만 공동의 목표를 위해 안전성을 갖춘 데이터를 만든 것이 큰 의미”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신약개발에서 AI 활용은 세계적으로도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정보보호나 기술 유출 같은 불신들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 이러한 면에서 K-멜로디는 단순히 EU-멜로디를 차용한 것이 아니라 진일보한 모델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EU-멜로디와 같은 연합학습의 일종이지만, 개별적 참여 기업들의 독자성이 유지될 수 있는 발전된 모델”이라며 “K-멜로디 사업을 통해 이러한 불신을 깨고 결과를 실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케이스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특히 “지난 1일 대통령 주재의 첨단산업 글로벌 클러스터 전략회의에서도 K-멜로디 사업의 중요성이 거론됐다”며, “이 사업을 통해 신약개발의 단계를 줄이고 제약 선진국과 간극을 좁혀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6대 바이오 강국‧제약주권 확립’ 위해 협력과 소통

“정부에서 6대 제약 강국을 만들겠다는 목표와, 협회가 추구하는 ‘제약주권 확립과 제약강국 실현’이라는 목표의 지향점은 같습니다. 이에 272개 회원사들과 함께 끊임없이 소통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지속적 혁신과 협력으로 목표 달성을 위해 뛰겠습니다.”

제약 강국을 위해서는 혁신 신약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고 경계하는 노 회장.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양질의 백신, 치료제들이 없으면 국민 생명을 국가가 지켜줄 수 없다는 것이 입증됐다는 것. “국내 국가필수의약품 자급률이 높지 않은 것은, 원료 의약품을 만들어도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각국에서 의약품 관련 자국우선주의를 추구하는 상황에서 꼭 필요하지만 가격 때문에 생산되지 못하는 약들이나, 양질의 약인데도 오래돼서 가격이 낮아 공급에 차질을 빚는 것들을 정상화 시켜야 제약 생태계가 제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네릭 역시 마찬가지다. “일부에서는 제네릭을 폄하하기도 하는데 제네릭은 특허가 끝나서 싼 값으로 좋은 약품을 국민이 사용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완제 의약품을 만들 수 있는 나라가 많지 않다”면서 “이러한 산업 기반의 가치를 인정하면서 신약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세계와 경쟁하는 것이라 국제적인 오픈이노베이션이 끊임없이 추구돼야 한다면서, 이에 협회에서도 좋은 품질의 제네릭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구상하고 현실화하는 한편, 필요한 부분은 정부에도 건의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정부의 6대 제약 강국과 제약 주권 확립이라는 중대한 임무의 중심에 있는 제약바이오협회의 노력과 활발한 활동을 응원한다.

저작권자 © e-의료정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