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수가협상에서 병원, 치과, 한방 유형은 각각 협상이 타결됐으나 의원, 약국 유형은 끝내 결렬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31일부터 6월 1일까지 이어지는 밤샘 협상 끝에 대한병원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조산협회 6개 공급자단체와 2024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협상을 완료했다.

올해 협상은 최근 급격한 물가 상승 등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는 가입자 측과 의료물가 상승에 따른 경영상의 어려움 해결을 위한 과감한 재정 투입을 요구하는 공급자의 시각 차이로 어느 때보다 어려운 협상이 예상됐다.

공단은 작년 제3차 재정운영위원회 부대의견 의결에 따라, 이번 수가 협상 시, 연구용역 등을 통해 수가밴드를 결정하기 위한 참고값을 다양하게 제시(총 5가지)하였으며, 가입자-공급자-공단 소통 간담회를 통해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의견을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또한 그동안의 밤샘 협상을 탈피하기 위해 협상 마지막 날인 지난 5월 31일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 개최 시간을 오후 2시로 앞당기는 등의 노력이 있었지만, 역시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져 결국 밤샘 협상으로 이어졌다.

협상 결과 병원은 1.6%, 치과는 3.2%, 한방은 3.6% 인상에 합의하고 협상을 체결했다. 반면 의원과 약국 유형은 협상이 결렬됐다.

수가 인상 5%를 목표를 내세웠던 의원급 수가협상단인 대한의사협회는 공단 수가협상단이 제시한 1.6%와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결렬을 선언했다. 약국 유형의 수가협상을 맡은 약사회 역시 최종 수가 인상률로 3.6% 제시했지만, 공단 수가협상단은 최종 1.7%를 제시해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최종 결렬을 선언했다.

공단의 협상단장인 이상일 급여상임이사는 가입자·공급자 간 시각 차이 해소를 위해 여러 차례 협의과정을 거쳤으나, 의원, 약국 유형과 결렬된 것에 아쉬움을 전했다. 이어 "공단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기반으로 원활한 협상을 위해 노력해 왔으며,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 필수의료체계 구축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의료 인프라 유지 및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가입자의 부담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협상에 임했다"고 밝혔다.

가입자들은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헌신한 의료계의 그간 노고에 감사를 표하는 한편, 최근 높은 물가 상승으로 인한 가입자의 경제적 부담과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도 함께 고려할 수 밖에 없었음을 강조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협상 직후 입장문을 내고 “지난 2008년 유형별 수가협상이 시작된 이후 무려 10차례나 협상이 결렬되었으며, 지난해 역대 최저수준인 2.1% 수가인상율이 결정된 이후 이번에는 사상 최저치인 1.6% 인상률을 기록하며 의원급 의료기관에 더 깊은 좌절과 배신감을 안겨주는 결과를 낳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건보공단은 높은 물가인상율 및 임금인상율에도 불구하고 종사자들의 고용 유지 등 의료 인프라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의원급의 현실은 외면한 채, 여느 때와 같이 합리적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정한 밴딩 내에서 공단의 SGR 연구결과 순위를 토대로 인상률을 통보하고 수용여부를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방식을 되풀이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총 진료비가 100조를 넘어섰음에도 이처럼 예년과 유사한 밴딩 규모로 공급자간 치열하게 다투는 모습을 조장하는 협상 방식이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그동안 정부는 건보재정이 적자일 때에는 고통 분담을 명분으로 의료계의 희생을 요구해왔고, 흑자일 때는 보장성 강화 등 우선순위가 있다는 이유로 저수가에 대한 책임을 회피했다”고 전했다.

이에 “이제부터라도 적정 수가 책정에 우선적인 재정이 투입될 수 있도록 노력하지 않는다면 또다시 국가적 재난상황 등이 발생할 경우 더 이상 의료계의 희생을 강요할 명분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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