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이하 사업단)이 출범 3년을 맞은 가운데, 그간의 성과를 보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3년 전 의료기기 연구개발부터 제품화까지 전주기를 지원하기 위해 발족된 사업단은 그동안 450여 개의 연구개발 신규과제를 지원하고, 그 중 10개의 대표 과제를 선정해 지난 23일 성과보고회에서 발표했다.

오는 5월 30일 제16회 의료기기의 날을 맞아 김법민 사업단장을 만나 국내 의료기기 산업 현실과 발전 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범부처의료기기 김법민 사업단장
범부처의료기기 김법민 사업단장

 

의료기기 연구개발부터 제품화까지 전주기 지원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은 지난 2020년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4개 부처가 의료기기 연구개발(R&D)부터 임상, 인허가, 제품화까지 전주기를 지원하기 위해 출범한 단체다.

지난 3년 간의 소회에 대해 김 단장은 “의료기기 분야에서 대규모 펀딩을 받아 만들어진 기관으로서는 처음인 만큼 상징성은 컸지만, 바닥에서부터 조직을 갖추고 체계를 마련해 나가다 보니 어려움이 컸다”고 말한다.

구체적인 예로, 의료기기 기업들은 신생 기업이 많다 보니 사업화가 옳은 방향으로 수행되고 있는지 점검하는데 많은 인력을 동원해야 했던 점, 식약처를 비롯해, 건보공단, 심평원, 보건의료연구원과 같은 규제기관을 비롯해, 시험기관 및 대구경북·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과 협력체계를 갖춰 효과적으로 기업들을 도와주는 체계를 갖추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는 것. 김 단장은 “지난 3년간 이러한 과정을 거쳐 전문성을 갖춘 PM(Project Manager) 제도 시행 등을 통해 안정화된 전주기 지원체계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었다”면서 “이번 성과보고회는 처음으로 10개의 대표 성과 과제를 선정해 그 성과들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보고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성장 가능성 커…원격의료 서비스도 시급

복지부는 지난 4월 의료기기 글로벌 수출 강국 도약을 위한 4대 전략·12대 중점 추진과제로 구성된 ‘제1차 의료기기산업 육성·지원 종합계획’(2023~2027년)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 수립에 다방면으로 참여한 만큼 내용을 공감하고 있다는 김 단장.그는 특히 미래 먹거리로 유망한 국내 의료기기 분야로 체외진단의료기기 분야를 가장 먼저 꼽았다.

“감염병 분야는 펜데믹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많이 나오면서 성공했지만, 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체외진단 기술들이 나오고 있는 만큼, 지금이 발전에 중요한 시기”라는 것.

이 밖에도 최근 국제 표준 성과가 나오고 있고 규제, 제조, 마케팅 등에서 상당 부분 경쟁력을 확보한 치과 분야 의료기기도 우리나라가 강점이 있는 분야로 꼽았다. 또한 의료영상 분야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내다봤다. “80년대 메디슨이 초음파 영상기기를 만든 이후, 현재 어느 정도 시장을 확보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영상 분야 역시 초음파를 비롯해 MRI, CT 등 다양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밑받침이 된다면 경쟁력 있는 분야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성장 가능성을 강조하는 김 단장은 “기존 IT 기업과 인프라가 잘 만들어지면 수월하게 성공사례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위해도가 높지 않은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에 의료기기의 규제 잣대를 대면 시장 진출 자체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행히 정부가 선진입·후평가 제도를 통해 실사용 근거 창출의 길을 열어준 만큼 곧 성공 사례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최근 국내 디지털 치료기기 2개 제품이 식약처 허가를 받은 상태다. 이런 상황 가운데, 세계 최초의 디지털 치료기기를 만든 미국 기업 페어테라퓨틱스의 상장 폐지 소식이 들려왔다. 김 단장은 이에 대해 “건강한 양상”이라고 평가했다. “국민들이 필요하면 쓸 것이고, 아무리 좋은 것을 만들어도 효용성을 제공하지 못하면 안 쓸 것”이라면서 “지금까지는 시장의 판단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면, 이제는 시장 진입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라면서 고무적인 현상으로 판단했다.

산업 발전에 있어서 원격진료와 관련하여 쓴소리도 했다.

“우리나라는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가 활용되고 있고, 맞춤형 건강 서비스로 나아갈 수 있는 좋은 기술과 인프라를 갖고 있어서 원격진료에 매우 좋은 환경”이라며 “20년간 원격진료 시범사업만 줄기차게 해오고 있는데, 원격진료를 미루면 미룰수록 넘을 벽은 높아질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특히 “최근 아마존이나 마이크로 소프트 같은 기업들의 인수 사례를 보면, 단순한 건강관리를 넘어서 의료 서비스 또는 임상 현장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 디지털 헬스케어에 원격진료를 연계한 공룡기업이 곧 나타나게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도 한시라도 빨리 이러한 서비스가 시작될 수 있도록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R&D 단계서 규제 점검하지 않으면 성공 힘들어’

국내 많은 의료기기 기업들 중 신생 기업이 많다 보니, 규제에 대해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R&D 단계에서 규제를 점검하지 않으면 성공사례를 만들기 어렵죠. 사업단은 이러한 기업들을 돕기 위한창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우리나라 의료기기의 정의는 다른 나라와는 다르다고 강조하는 김 단장. 이에 그동안 의료기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면서 규제를 고민하거나, 반대로 탐색형 임상이 필요한 의료기기임에도, 규제의 고민 없이 R&D를 진행하여 사장 되는 경우도 많았다는 것.

이에 사업단은 규제기관과 기업 간 소통 창구로서 ‘규제기관 전담 데스크 활성화협의체’를 운영해 온·오프라인 상담을 지원하고 있으며, 2022년 기준 192건의 상담이 이뤄졌다. 또한 규제 이슈에 대해 심평원 식약처, 보의연(NECA)과 나눠서 검토하고 필요하면 기업과 기관을 만나게도 해 주고 있다. 이를 통해 올해 총 14개 기업들을 규제기관과 만나게 하는 중개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같이 사업단은 식약처 의료기기연구과와 함께 의료기기 개발자가 기술성숙도 단계별로 규제 관련 준비사항을 자가 점검할 수 있는 마일스톤을 제시하여 홍보하는 등 규제에 관한 여러 방면의 중간 매개 역할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김 단장은 “사업단 설립 취지가 의료기기 R&D가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4개 부처의 각성에 따라 만들어진 만큼 이러한 목적 달성을 위해 집중해 왔다”며 “앞으로 사업단의 이러한 노력이 정부차원에서 지속될 수 있도록 의료기기 R&D 거버넌스가 공고해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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