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사망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암. 바로 '폐암'이다. 다행히도 2010년대 이후 표적치료제나 면역항암제와 약물들이 등장하며 폐암 치료 성적은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수술 영역의 다각화 뿐 아니라, 새로운 방사선 치료법들까지 등장하며 폐암 치료 결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 

다만 이같은 치료 방법의 발전에 비해, 환자들의 치료 성적은 비약적으로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이 원인에 대해 다수의 의료진들은 '다학제 진료의 부재'를 꼽고 있다. 치료 방법들의 발전과 더불어, 이러한 최신지견들로 최상의 치료 결과를 보기 위해서는 상호 시너지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다학제 진료는 수술한 환자들의 재발률을 대폭 줄일 수 있을 뿐더러, 수술을 받을 수 있는 환자들의 수도 증가시킬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우수한 약제와 수술 방법들이 있는 폐암에서는 다학제로 인한 치료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부분. 

하지만 폐암의 다학제 진료를 위해서는 흉부외과,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호흡기내과, 영상의학과 등 폐암의 진료와 치료에 관련된 모든 분과 의료진들이 한 명의 환자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의료진들은 일반 진료에 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고, 이에 대한 수가는 미미하다 보니 다학제 진료를 선택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다학제 진료를 시행하는 일부 의료진들은 시간이 부족해 식사를 거르고 다학제 진료에 참여하고 있을 정도다. 

이러한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폐암의 치료 성적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학제 진료를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의료기관이 있다. '연세암병원'이 바로 그 곳.

연세암병원은 다학제 진료를 시행한 이후 지금까지 다학제 진료 건수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현재 폐암 분과에서는 주 4일 다학제 진료를 열고, 3기 위주로 시작했던 다학제 진료를 병기에 관계없이 시행하고 있다. 더불어 최근에는 새로 폐암을 진단받은 환자에게 초기 치료부터 다학제 진료를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이에 본지는 연세암병원 흉부외과 이창영 교수, 종양내과 김혜련, 홍민희 교수와 방사선종양학과 윤홍인 교수를 만나 폐암 다학제의 필요성과 효용성에 대해 들어보는 자리를 가졌다. 

< 참석자 >

연세암병원 흉부외과 이창영 교수(이하 이)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김혜련 교수(이하 김)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홍민희 교수(이하 홍)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윤홍인 교수(이하 윤)

좌측부터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홍민희 교수, 방사선종양학과 윤홍인 교수, 종양내과 김혜련 교수, 흉부외과 이창영 교수
좌측부터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홍민희 교수, 방사선종양학과 윤홍인 교수, 종양내과 김혜련 교수, 흉부외과 이창영 교수

Q: 최근 다양한 질환에서 다학제 진료 시스템이 도입되는 등 관심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우선 다학제 진료는 어떤 의미이며 또 협진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이: 각 분과별 협진은 일방적인 소통 체계라면, 다학제는 다양한 분과의 의료진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동시에 진료를 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의사소통이나 치료의 방향성이 동일하다. 더욱이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의사소통 할 수 있기 때문에 협진에 비해 훨씬 효율적인 진료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김: ‘협진’은 환자가 각 진료과를 직접 방문해야 한다. 환자가 분과마다 시간에 맞춰서 진료를 보게 되는데, ‘다학제 진료’는 반대로 환자가 다학제실에 오면 해당 질병에 관련된 모든 의료진들이 모이는 시스템이다. 각 전문분야 의료진들이 한 자리에서 최선의 치료를 위한 의사소통을 하고 환자들도 직접 설명을 듣고 질문도 하면서 가장 효율적인 치료 방향을 도출해내는 진료라고 생각이 된다. 

윤: 저희 분과 입장에서는 협진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받는 분과다. 흉부외과나 종양내과에서 협진을 받는 역할을 주로 담당하고 있는데, 다학제 시스템에서는 치료에 대해 상의하는 과정에서 방사선 종양학과도 치료방침을 정하는데에 있어서 함께 참여할 수 있다. 다학제는 분과 입장에서도 긍정적이지만 무엇보다 환자도 처음부터 모든 치료 과정에 대해 설명을 듣고 참여하는 만큼 치료 순응도나 만족도 측면에서 긍정적인 것 같다. 의료진 입장에서도 각 분과의 치료에 대한 최신지견을 다학제를 통해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홍: 최근에 암 진단과 치료가 복잡해졌고 치료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수술기법이나 방사선기법, 새로운 약물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 속에서 어떻게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지에 대한 부분이 복잡해진 상태다. 다학제 시스템은 급변하는 상황에서 각 분과의 전문의들이 한 자리에 모여 논의하고, 어떤 치료 전략을 정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의견을 조율하고 있어서 환자들 입장에서도 최선의 치료 방향을 찾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이 된다. 다학제의 또 하나의 특징은 더블 체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다학제 진료에는 한 분과에서 한 명의 의료진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2~3명이 참여하는 경우도 있어서 여러 명의 전문 의료진이 각자 환자를 체크하는 만큼 치료 과정에서 놓치는 부분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홍민희 교수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홍민희 교수

 
Q: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의 다학제 진료 시스템은 어떠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가. 

이: 폐암센터에서는 영상의학과, 종양내과, 외과, 호흡기내과, 핵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최소 4개 분과의 의료진들이 모여서 일주일에 4일 가량 다학제 진료를 진행하고 있다. 초기에는 대부분 3기 폐암 위주로 다학제 진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작했다. 지금은 3기 폐암 외에도 여러 환자들에게 다양한 옵션을 제공할 수 있게 발전했다. 조기 폐암의 경우에도 무작정 수술을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전신 상태에 따라 수술을 대신하여 방사선 치료를 하는 케이스가 늘고 있고, 최근에는 다학제 영역을 4기 폐암까지도 확장해서 시행하고 있다. 이제는 모든 폐암 영역에서 다학제 진료를 통해 최선의 치료 전략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김: 저희 병원에서 3기 폐암 환자들은 대부분 다학제 진료를 시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3기 폐암은 무엇보다 여러 분과 의료진들의 의견이 굉장히 중요한 병기로, 다학제적인 접근을 통해 치료 방향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를 하고 있다. 다학제 진료 등록도 어느 분과에서든 의료진이 판단해서 다학제 진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등록할 수 있다. 현재는 폐암으로 진단이 된다면 치료 초기부터 다학제 진료를 통해 환자들을 치료하려고 하고 있다. 

 
Q: 폐암에서 다학제 진료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또 다학제 진료를 통해 치료 성과를 얻은 케이스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홍: 다학제 진료가 꼭 폐암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모든 암 종에서 다학제가 필요한데 이 가운데 폐암에서 특히 다학제 진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른 암에 비해 진단도 어렵고 병기 설정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술을 비롯해서 방사선치료와 치료제들도 발전 속도가 빠르다 보니, 이 가운데 최선의 치료를 찾기 위해서라도 다학제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다학제를 통해 치료 성과를 많이 얻고 있다고 생각되는 케이스는 4기임에도 표적치료제나 면역항암제에 대한 약물 반응이 좋아서 원발 부위를 수술까지 할 수 있는 경우들이다. 과거에는 4기 폐암에서 이러한 개념이 없었지만, 현재는 소수전이인 경우에 약물치료를 통해 원발 부위의 종양을 줄인 후 1기 폐암처럼 수술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환자들은 내성 발생 확률도 떨어지고, 5년 이상 아무 문제없이 지내는 분들도 꽤 존재한다. 과거에는 4기 환자들을 수술하라고 하면 외과에서도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다학제를 통해서 약물 치료 후에 수술을 진행하는 소수전이의 4기 환자들도 치료 경과가 굉장히 좋은 분들이 많다. 

김: 폐암환자들의 경우 다른 병을 동반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간질성폐렴이나 진폐증 등 폐와 관련된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들이 많다. 이러한 경우에는 암과 염증성 질환으로 생긴 부위간 구별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영상의학적인 전문 지식이 필요하고, 폐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는 호흡기내과 의료진들의 도움도 필요하다. 또 간질성폐렴이나 폐기능 자체가 좋지 않은 경우에는 무작정 수술이나 방사선치료, 항암치료를 진행하면 환자들이 이를 견디지 못하고 폐기능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암에 대한 부분은 좋아질 수 있지만 이후에 합병증으로 환자들의 예후가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이런 환자들은 다학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3~4년전에 타 기관에서 4기 폐암 진단받은 후 우리 병원을 방문한 환자가 있었다. 그런데 다학제 진료를 통해 확인해 보니 여러 곳에 다발성 간유리음영이 있는 케이스였다. 이런 경우에는 4기로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1기 폐암이 여러 곳에 있다고 진단한다. 결국 이 환자는 일부 부위는 수술을 시행했고 주기적으로 영상검사를 통해 추적 관찰하고 커지는 종양에 대해 부분적 수술 혹은 방사선 치료를 계획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잘 지내고 있다. 이 환자와 같은 분들이 다학제 진료를 통해 효과를 본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이: 폐암은 다른 암종과 다르게 진단부터 치료까지 다양하다. 영상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조직검사에서도 미묘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수술 진행 여부도 외과 의료진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한 부분들에 대해서 한 명의 의료진의 최선의 판단을 내릴 수가 없다. 최근에는 수술의 스팩트럼도 다양해졌다. 예전에는 폐암 환자를 수술하면 1기 환자가 50~60%를 차지했고 2~4기 환자들이 나머지를 차지했었다. 하지만 현재에는 극 초기의 폐암 환자들도 많아졌고 4기 폐암 환자의 비율도 높아져서 다학제에서 다룰수 있는 폐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임상시험을 위해서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 면역항암요법을 동시에 진행하고 수술한 환자가 있는데, 확실히 효과가 좋은 환자들이 있었다. 최근에는 옵디보와 같은 치료제들이 수술 전 보조요법(neoadjuvant)으로 등장하면서 다학제 진료를 통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환자들을 점점 더 많이 발굴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기관에서 2018~2022년까지 수술을 받은 3기b나 4기에 해당하는 환자들은 74명이었다. 예전에는 3기b나 4기에서 수술하는 케이스는 많아야 1년에 5건 안팎이었는데, 약 4년 동안 70명이 넘는 환자들이 수술을 받았으니 1년에 최소한 15명 이상은 수술을 받은 셈이다. 최소한 3배 가량의 환자들이 수술을 받은 것으로 그만큼 수술적 치료를 통해 완치를 목표로 하는 환자들이 다학제 진료로 늘어난 것이다. 

연세암병원 흉부외과 이창영 교수
연세암병원 흉부외과 이창영 교수

윤: 과거에는 폐암 4기 환자에게 방사선 치료는 증상 완화 목적의 고식적 치료가 대부분이었는데, 다학제 진료가 활발해지면서 보다 구제적인 목적의 치료 비율도 늘고 환자들에게 적절한 시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사선 치료 타이밍을 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보람을 느끼고 있다. 

4기 폐암 환자에서 표적치료제로 치료를 받다가 내성이 발생한 환자들이 방사선 치료를 통해 약제를 더 오래 쓸 수 있는 케이스들이 많아졌다. 종양내과와 그런 환자들을 다학제 진료를 통해 치료를 하고 있고, 이런 환자들의 수도 늘어나면서 방사선종양학과도 4기 폐암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무기가 됐다는 생각이 된다. 예전에는 방사선종양학과에서는 치료제가 발전하면 방사선의 역할이 줄어들거라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되니 오히려 방사선 치료의 역할이 더 커진 것이 다학제적 접근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치료제들이 더 많이 발전했으면 좋겠다.


Q: 다학제 진료가 서로 다른 분과들이 모여 있는 만큼, 진단이나 치료 영역에서 다소 겹치는 영역이 있을 것 같다. 이런 경우 어떻게 조율이 이뤄지고 있는가. 

홍: 우선은 대화를 통해서 해결해 나가고 있다. 서로 근거를 제시하면서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각 분과가 생각하는 치료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환자의 연령이나 기저질환들을 고려해서 어떤 치료가 가장 효율적일지에 대해 취합하고 논의하면서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김: 병원마다 다학제를 하는 구체적인 방식이 다르지만, 우리 기관은 서로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있고 이로 인해서 조율이 잘 되어가고 있다. 

이: 현재 폐암만큼 각 분과마다 치료에 대한 구체적인 치료법이 등장한 암 종은 없는 것 같다. 치료제가 2~3개 밖에 없었던 20여년 전에는 외과에서도 수술 외에도 항암치료까지 진행했다. 하지만 지금은 각 분야마다 명확한 치료법들이 많이 등장했고, 하나의 의료진이 그 모든 분야를 정확하게 알고 있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상식적으로 면역항암제나 표적치료제의 경우 대략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부작용이 어느 정도이고 어떤 환자가 최적의 치료 효과를 보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종양내과만큼 인지하기 어렵다. 다양해진 지식 속에서 우리 분야만 명확하게 파악하기도 부족하기 때문에, 각각의 담당 분과 의료진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를 바탕으로 서로 조율해 나가면서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

윤: 서로 담당하는 치료 분야가 명확하게 다르다면 분과간 분쟁이 일어나지 않는 것 같다. 각 분과의 의료진들이 욕심을 부리지 않고 서로 존중하면 갈등은 발생하지 않는다.


Q: 아직까지는 다학제 진료가 필수적인 부분이 아닌 선택적인 요소로 존재하고 있다. 이에 다학제 진료를 시행함에 있어 병원이나 의료진 입장에서 여러 고충들이 있다면. 

홍: 가장 큰 애로사항은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 기관에서는 다학제 진료를 위해 점심시간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점심시간동안 다학제 진료를 하고, 점심시간이 끝나면 외래를 본다. 쉴 수 있는 시간이 퇴근하기 전까지는 없다는 점이 가장 큰 고충인 것 같다. 

윤: 여러 분과들이 모두 가능한 시간을 조율해야 하다 보니 주로 점심시간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외래를 포기하고 다학제 진료만 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한정된 시간내에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시간이 많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김: 일반적으로 환자가 각각 진료를 보는 것보다 다학제는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환자들에게 설명도 하면서 치료 방향에 대해 의료진들 간에 논의도 이뤄진다. 또 환자 뿐 아니라 보호자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도 많기 때문에 한 명의 환자에게 소요되는 시간이 많아 의료진들은 시간에 쫓기며 살고 있다.


Q: 말씀하신 것처럼 다학제는 일반적인 진료에 비해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요된다. 하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오히려 수익이 줄어들게 되고, 의료진 입장에서도 수가가 미미하기 때문에 선호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연세암병원이 다학제 진료를 선호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이: 현재 다학제 진료는 본인 외래 외에 추가적인 부분으로 진행하고 있다. 병원의 수가가 일반 수가 보다는 조금 높지만 의료진들의 노력이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수가 책정이 낮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다학제 진료를 선호하는 이유는 점점 다학제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협진을 통해 다른 과에 의견을 물어보고 싶은 경우 시간이 더 오래 걸릴 뿐더러 정작 궁금한 내용을 듣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폐암에서는 점점 환자들의 치료 범위도 다양해지고, 환자나 보호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다학제 진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윤: 저도 동의한다. 협진만 진행할 경우 주제와 조금 다른 이야기가 오갈 수 있다. 각 분과마다 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협진이 아닌 다학제를 진행하면 이러한 부분들이 해결이 되기 때문에 환자들의 만족도도 올라간다. 결국 그런 부분들이 환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퍼지면서 환자들이 점점 더 늘고 있다. 수가가 낮지만 다학제는 수가만으로 고려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기 떄문이다. 

김: 진단 초기부터 다학제 진료를 통해서 여러 의료진들의 의견을 모은 부분을 환자들에게 설명하면 환자들 역시 의료진들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고, 최적의 치료를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치료 결과에 대해 공통된 의견을 내면서 최상의 치료를 시행하고, 그에 대해 환자도 치료를 잘 따라오면 치료 경과도 당연히 좋아지고 생존율도 늘릴 수 있다는 점이 다학제 진료를 하는 진정한 목적인 것 같다. 


Q: 최근 수술 전, 후 치료에 사용될 수 있는 약제들이 허가를 받았다. 이로 인해 폐암 3기에 해당되는 환자들의 치료법이 상당히 다양진 것 같다. 수술이 가능한 폐암 환자들의 경우 수술 전, 후 보조요법으로 어떤 약물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가. 

이: 수술을 했다는 가정하에는 이후 치료는 정해져 있다. 요새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지나 PD-L1 발현율을 확인해서 약제를 선택하고 있다. 이미 각 약물들이 임상 데이터를 발표했기 때문에 그 데이터에 따라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김: 수술이 끝난 상황에서는 병기가 제일 중요하다. 수술 후 1b기부터 3기까지 환자는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예전에는 백금기반항암제를 사용했는데 최근에는 미리 종양 조직을 이용해서 기본적인 유전자 변이 검사를 한다. EGFR변이가 있다면 수술 후 유지요법으로 타그리소라는 약을 3년간 사용하는데, 그렇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재발률이 3기에서 70% 낮춰준다. NCCN가이드라인에서도 항암 치료 이후 추가적으로 표적치료제를 쓰도록 권고하고 있다. 유전자 변이가 없다면 PD-L1 발현율이 1% 이상인 환자에게는 아테졸리주맙이라는 면역항암제를 사용한다. 아테졸리주맙을 1년간 쓰면 재발율을 30%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결국 환자에게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에 따라 치료가 달라지고 있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김혜련 교수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김혜련 교수

이: 수술의 경우 외과 입장에서의 기술적으로 수술적 절제가 가능한지와, 종양학적 관점에서 수술이 의미가 있고 다른 치료에 비해서 좋은 예후를 보여줄 수 있는지로 나뉜다. 수술 전 치료제로 등장한 옵디보는 우선 기술적으로 수술적 절제가 가능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허가를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PD-L1 발현율이 50%이상인 경우 옵디보 치료 반응이 좋은 것 같다. 기술적으로 수술이 가능하지만 수술의 베네핏이 없다고 보여지는 3기 폐암 환자들이 있는데, 이런 환자 중 옵디보의 효과가 있는 경우에는 수술을 통해 베네핏을 얻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NCCN 등 국제 가이드라인들을 보면 3기 폐암 환자들은 전페 절제술을 피하라고 권고하지만 현장에서는 절반 이상이 수술을 고려하고 있다. 옵디보를 쓰는 환자들은 여러 전이가 있거나 임파선 전이가 2~3센치되는 환자들에게서도 효과를 보인다면 충분히 수술을 진행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옵디보 치료를 하고 수술한 환자가 5명이 있는데, 이 중 3명에서 수술 후 효과가 좋았다. 항암치료를 하고 수술했을 당시보다 반응이 좋다. 물론 반응이 좋지 않거나 병이 진행하는 환자들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서 이러한 환자들을 구분하는 것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 

김: 옵디보의 임상 결과를 보면 수술 후 병리학적으로 암세포가 하나도 없으면 환자 예후가 정말 좋다. 그로 인해서 CR이 나오는 환자들은 재발을 안하는 만큼 장기 생존율이 매우 높다. 이제는 장기적인 예후 예측도 가능한 수준이 됐다. 

홍: 첨언하자면 수술 전 기존 표준치료였던 항암치료만 시행할 경우 병리학적 완전 관해율 (pCR, pathologic complete response)이 2%정도인데, 옵디보는 25%정도로 엄청나게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항암치료+방사선치료+면역항암치료 후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항암치료+방사선치료에 면역항암치료까지 추가한 일부 환자들은 예후가 확실히 좋다. 3~4가지 치료를 받아야 하는 만큼 환자 부담은 크지만 환자에게 어떤 치료가 적정할지를 예측하는 것도 우리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Q: 향후 폐암치료 패러다임이 어떻게 바뀔 것이라고 보는가. 

김: 수술 후 보조요법 측면에서 보면 지금 승인받은건 EGFR과 PD-L1 발현율 1% 이상만 받았는데, 앞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약제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 NGS 검사를 시행하는 단계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만큼, 초기에 환자의 유전자 변이를 알 수 있다면 수술 후에도 유전자 변이마다 각각에 맞는 표적치료제를 확대해 나가는 추세가 될 것 같다. 그 외에 환자들은 대부분 수술 전이나 후에 면역항암제 치료를 시행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 같다. 조기 폐암 환자들도 점차 정밀의료 쪽으로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 생각한다. 

이: 외과적인 차원에서도 예전에는 수술하는 방법이 1~2개 뿐이었는데, 지금은 다양한 방법으로 수술을 할 수 있고 수술이 어렵거나 수술을 거절한 환자에서도 방사선치료를 통해 수술과 비슷한 성적이 나올 수 있는 환자군을 찾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3~4기 뿐 아니라 초기 폐암환자에서도 치료할 수 있는 방법들이 다양해지고 있고 환자에 맞는 최적의 치료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폐암에서 다학제가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서로 각자의 영역에서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세분화된 치료들을 환자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 같다. 그간 폐암 수술의 원칙은 폐엽절제술로 임파선을 같이 박리하는 방법이었는데, 최근에 일본과 미국에서 2cm 이하의 작은 종양이 있는 경우 폐엽절제술의 구엽절제술과 쐐기절제술을 비교하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기존에는 폐엽절제술에 비해 다른 절제술(쐐기절제술 혹은 구역절제술)의 재발률이 3배가 높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이번 연구 결과를 보면 두 수술 방법 모두 재발률이 동일하고 생존율도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수술 영역에서도 환자에 따라서 적합한 절제술을 진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또한 과거에는 수술 전에 EGFR이나 ALK 변이가 있으면 수술 후에 변이에 맞는 표적치료제를 사용해 왔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 표적치료제들은 약에 대한 반응이 항상 일관적이기 때문에, 향후에는 수술 전에 EGFR이나 ALK 표적치료제를 먼저 쓰고 수술의 범위를 줄여서 수술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윤: 방사선은 10년전에만 하더라도 주로 3기나 4기 폐암 환자의 증상완화가 주 목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1기 환자부터에서 역할을 찾고 있고, 4기에서도 더 근치적인 역할의 목적을 찾고 있어서 방사선 치료의 필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 같다. 또한 저희 병원에서 중입자 치료를 시작했는데, 중입자 치료는 기존의 방사선 치료와 완전히 다른 치료법이다. 때문에 이와 연계해서 중입자 치료의 병합 효과가 어느 정도 나타날 수 있는지를 찾는 것도 우리의 숙제다. 폐암 치료를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방사선 치료를 통해 환자들에게 지금보다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윤홍인 교수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윤홍인 교수

홍: 4기에서는 이미 치료제들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앞으로 많은 발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1~3기 폐암이다. 보조요법도 현재 2기에도 쓰이고 있고, 타그리소의 경우 이보다 더 작은 1기 후반의 3~4cm 정도 되는 경우에도 기존 치료보다 더 효과가 좋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현재 4기보다 1~3기에서 더 많은 임상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향후 수술 전과 후의 치료법들이 더 많이 발전할 것이라 생각한다. 연구 결과에 따라서 4기에서 보다 더 약제를 활발하게 쓰게 될 것 같다. 옵디보도 3기 뿐만 아니라 2기에서도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점차 활발하게 사용될 것 같다. 1기 폐암에서도 수술 후 보조요법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어서 향후 결과가 발표되면 치료제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폐암에서는 1기 재발률도 15~20%정도로 높다. 사실 일반적으로 아시아의 데이터가 미국보다 좋게 나오고 있는데, 1기b 혹은 2기에서는 성적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러한 환자들도 어떠한 맞춤치료가 효율적일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다학제 진료 활성화를 위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 다학제 진료를 하고 싶어도 병원의 사정으로 인해 못하는 경우들이 생각보다 많다. 결국은 정부의 수가 현실화가 이뤄진다면 병원들의 다학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방사선이나 종양내과 외과 등 각자의 영역에서 워낙 많은 발전이 이뤄지다 보니 전문가들의 영역이 뚜렷하게 나뉘고 있는 상황이다. 수가는 적을 수 있지만 다학제를 통해 환자에게 주는 도움이나 이를 통해 의료진이 얻는 성취감이 큰 만큼 환자와 의료진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김: 저는 폐암 환자들에게 있어 다학제 진료 유무는 차이가 클 것 같다. 그만큼 환자 예후에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환자들도 다학제 진료를 통해서 좋은 치료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 여러가지 이유로 다학제 진료를 시작하지 못한 의료진들도 다학제가 가진 장점들이 크기 때문에 다학제 진료를 시작하기를 권하고 싶다. 

저작권자 © e-의료정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