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간세포암에서 다양한 치료옵션들이 등장함에 따라, 유수의 제약사들은 면역항암제를 기반으로 한 병용요법에 대한 연구들을 시도하며 최적의 치료옵션 찾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기존의 TKI제제들이 1차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의견들도 적지 않은 상황.

이러한 가운데 지난 ESMO 2022에서는 새로운 간세포암 1차 치료옵션으로 기대를 받아 온 ‘렌비마(성분명 렌바티닙)+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병용요법의 3상 연구 LEAP-002 결과가 통계적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발표됐다. 대조군인 렌비마 단독요법의 OS값이 기존 연구에서 관찰된 값보다 높게 나타나며 임상에 실패하게 된 것.  

LEAP-002 결과에 대해 의료진들은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간세포암 1차 치료에서 렌비마 단독요법의 효과가 렌비마+키트루다 병용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뛰어나다는 반증'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각에선 간세포암 치료에 있어 면역항암제와 TKI의 병용 뿐 아니라, TKI-면역항암제로 이어지는 순차치료도 하나의 좋은 치료옵션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렌비마는 LEAP-002 연구 외에도, 현재 간세포암 1차 치료 옵션으로 쓰이고 있는 면역항암제 기반 치료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에 비해 치료 효과가 뒤지지 않는다는 일부 리얼월드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기도 했다. 

이에 본지는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성필수 교수를 만나 간세포암 1차 치료에서 면역항암제+TKI 병용요법과 렌비마 단독요법 간의 치료 효용성을 짚어보는 자리를 가졌다.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성필수 교수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성필수 교수

Q: 새로운 간세포암(이하 간암) 1차 치료옵션으로 기대를 모았던 렌바티닙+펨브롤리주맙 병용요법의 3상 임상이 실패로 끝났다. 해당 연구 내용과 이러한 결과가 나온 이유에 대해 설명해 달라.  

A: 최근 진행성 간암 1차 치료에 렌바티닙+펨브롤리주맙 병용요법(Lenvatinib+Pembrolizumab, 이하 LEN+PEM 병용 치료군)의 치료효과 및 안정성 확인을 위한 3상 임상연구 ‘LEAP-002’의 데이터가 공개됐다. 연구 결과 LEN+PEM 병용 치료군의 mOS는 21.2개월, 대조군인 렌바티닙 치료군(이하 렌바티닙 치료군)의 mOS는 19개월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LEN+PEM 병용 치료군과 렌바티닙 치료군의 치료효과 차이가 크지 않아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LEAP-002에서 나타난 렌바티닙의 OS(19개월)는 렌바티닙 허가 임상인 REFLECT 연구에서 나타난 OS보다 수치상으로 5개월 이상 높다. 렌바티닙이 등장한 지 약 5년이 지난 지금 렌바티닙 등장 초기보다 OS가 더 높게 나타난 이유 중 하나는, 약에 대한 의료진의 이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약에 대한 경험과 이해도가 높아지면 의료진은 그 약이 어떤 환자에게 좋은 효과를 내는지, 어떤 환자에게 어떤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는지 예측이 가능해진다. 그 약을 쓰는 환자 관리가 더 용이해지면, 이는 치료 성적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 병원에도 렌바티닙으로 2년 이상 CR(Complete Response) 혹은 PR(Partial response)을 유지하며 치료받고 있는 환자들이 계신다. 이 역시 그동안 렌바티닙을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이상 증상을 잘 조절할 수 있는 노하우가 생긴 덕분이다. 

렌바티닙의 OS가 과거 연구 대비 높게 나온 또 다른 이유는 렌바티닙 자체가 반응률이 좋은 약이기 때문 아닐까 추측한다. 렌바티닙은 항종양 면역 기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약제다. 면역항암제와 병용을 통해 렌바티닙이 그러한 기능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을 거라는 예측 하에 펨브롤리주맙과 병용요법이 시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강력한 종양 축소 효과를 지닌 렌바티닙이 그 자체만으로 상당한 면역 증강 효과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LEAP-002 연구에서 렌바티닙 치료군의 효과가 예상보다 좋았던 것이라 추측된다.

물론 연구 대상 환자 수가 더 많거나, 연구 기간이 더 길었으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렌바티닙 자체가 면역 치료에 반응이 있는 환자에게 좋은 효과를 내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LEN+PEM 병용 치료군과 렌바티닙 치료군의 데이터 차이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Q: 렌바티닙은 또 다른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인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과 비교한 리얼월드 연구도 발표된 것으로 알고 있다.

A: 간암 1차 치료에 다양한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최근 치료제 간 치료효과와 안전성을 비교하는 연구가 등장하고 있다.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병용요법(Atezolizumab+Bevacizumab, 이하 ATE+BEV 병용요법)과 렌바티닙의 치료효과 및 안전성을 비교한 국내 다기관 리얼월드 임상연구도 그중 하나다. 이 연구는 국내 3개 대학병원에서 절제불가능한 간암 1차 치료로서 렌바티닙과 ATE+BEV 병용요법을 투여받은 환자를 선별해, 치료반응과 안전성을 추적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연구 결과, 렌바티닙과 ATE+BEV 병용요법은 절제불가능한 간암 1차 치료에 있어 실제 임상 현장에서 유사한 치료효과가 있음이 확인되었다. 렌바티닙군의 객관적 반응률(ORR)은 31.5%로, ATE+BEV 투여군 32.6%와 유사한 수준이었으며(p=0.868), 질병 조절률(Disease control rate) 또한 렌바티닙군과 ATE+BEV 투여군이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76.7% 대 75.6%, p=0.760). 

또한 지난 12월 ESMO ASIA에서 발표된 연구 중에는 비바이러스성 간암에서 ATE+BEV 병용요법 대비 렌바티닙의 OS 데이터가 더 우월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간암은 높은 이질성을 가진 질환이기 때문에, 면역항암제가 효과적인 경우가 전체 환자의 30%에 불과하다. 그 30%의 환자는 ATE+BEV 병용요법으로 지속적으로 반응이 있고, CR·PR과 같은 상태가 유지될지 모른다. 그러나 다른 70% 환자에서는 반응할 면역 세포 자체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렌바티닙 같은 다중 키나아제 억제제를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Q: 현재 간암에서 면역병용요법은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치료법이지만, 최근 발표된 연구들을 살펴보면 모든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법은 아닌 것 같다. 주로 어떤 환자에서 면역병용치료가 비효율적이라고 보는가.

A: 간암은 대장암, 위암 등 다른 암에 비해 종양의 세포 밀도가 굉장히 높은 편이다. 면역치료는 면역세포가 섬유아세포를 뚫고 종양 조직 안으로 들어가야 면역 반응이 일어나는 것인데, 간암 종양 조직 주변 섬유아세포가 많고 밀도가 높아 면역세포가 침투하기 어려운 구조다. 인체의 면역원성이 좋으면 면역세포가 섬유아세포를 뚫고 들어가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지만, 간암 자체가 면역원성이 좋을 확률이 전체의 30% 밖에 되지 않는다. 다른 70%의 환자는 섬유아세포를 깨줄 수 있는 방사선 치료나 국소 치료가 필요하다. 이러한 간암에서는 IO(Immune Oncology)+IO 병용요법이나 IO 단독요법이 좋은 치료 반응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본다. 

본인의 경우 급성 진행(Hyper progressive disease, 이하 HPD)하는 환자에게도 치료제를 변경하고 있다. 면역병용치료를 진행하면서 급성 진행하는 환자를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질환 진행의 가능성이 높은 환자에게는 처음에 종양 축소 효과가 큰 렌바티닙을 활용하여 치료를 하고 있다. 사실 HPD는 굉장히 분석하기 어렵다. 암이 진행되고 있는 환자보다 더 빠르기 진행되었다는 것을 분석해서 증명해야 하므로 빅데이터 분석을 필요로 한다. 혈액검사 내 특정 수치가 높은 환자에서 HPD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도 있지만, 더욱 연구가 필요한 분야다. 


Q: 면역병용요법 치료가 어려운 환자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또 그러한 환자들에게는 대안으로 어떤 치료제를 고려하고 있는가.

A: 최근엔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 바이러스로 인한 간암이 아닌 알코올성 간경변,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등 비바이러스성 질환으로 인한 간암의 비중이 늘고 있다. 아직 B형 혹은 C형 바이러스로 인한 간암의 비중이 가장 높기는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 국가에서는 이미 비바이러스성 질환이 간암의 주요한 원인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그런데 최근의 리얼월드 데이터나 실제 임상현장에서 살펴본 바에 따르면 간경변이나 지방간염이 간경화로 진행되어 간암으로 이어진 환자의 경우 면역치료제(Immune Oncology, 이하 IO)에 반응이 좋지 않다. 오히려 급성 진행(Hyper progressive disease)하는 경우도 있다.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환자여도 간에 염증이 심하고 비만인 환자인 경우에도 면역치료제의 반응이 좋지 않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이처럼 비만이거나 비바이러스성 질환에 의한 간암인 경우, 정맥류 출혈 위험이 있는 경우 등 면역 치료제가 적합하지 않은 환자에게는 렌바티닙 같은 TKI가 효과적인 치료옵션이 될 것이라 본다. 

Q: 앞으로 간암 1차 치료 옵션은 점점 더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렌바티닙과 같은 TKI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렌바티닙은 크게 두 가지 부분에서 유용성이 있는 약제라 볼 수 있다. 첫번째는 반응률이 높다는 점이다. 렌바티닙은 특히 초기 반응이 좋다. 초기에 렌바티닙을 사용해 종양 부담을 줄이는 것도 환자의 예후를 향상시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반응률 높은 치료제를 써서 초기에 종양 크기가 많이 감소하면, 환자와 라포를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결과적으로 렌바티닙이 많은 환자에게 좋은 반응을 보이는 약제기 때문에, 앞으로도 꾸준히 사용될 수 있는 약이라 본다. 

두 번째는 부작용 조절 측면이다. 렌바티닙도 이제 의료진의 경험이 많이 쌓인 약제가 되어 그 부작용도 조절 가능한 수준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렌바티닙은 환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작용인 손발피부반응(Hand-foot skin reaction)이 다른 치료제 보다 적다. 고혈압이나 단백뇨는 약으로 조절이 가능한데, 손발 피부가 아프면 젓가락 들기도 쉽지 않다. 실제 진료현장에서 봤을 때 다른 TKI 보다 렌바티닙의 손발피부반응이 확실히 적게 느껴졌다. 

추가적으로, 렌바티닙은 다른 TKI에 비해서도 정맥류 출혈 위험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정맥류 출혈 위험이 적다는 것은 이미 여러 메타분석 연구를 통해 확인된 것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정맥류 출혈 위험이 높은 환자에겐 렌바티닙이 유일한 옵션이라 할 수 있다. 


Q: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간암 치료 환경에서 치료제를 선택하는 데 있어 중요하게 고려해야할 것이 있다면.

A: 간암에서는 환자의 ‘간 기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알코올성 간질환이나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환자의 절반은 간 기능이 이미 상당히 저하된 상태에서 간암에 진단된다. 그런 환자들을 치료할 시에는 ‘간 기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최근 면역병용치료를 오래 진행한 한 환자가 CR까지 도달했음에도 간 기능이 악화되어 치료를 중단한 사례도 있다. 또한 간 기능이 저하된 환자에게는 합병증이 발생하는 것을 피해야 하는데, 이러한 환자에게 발생하는 대표적 합병증이 바로 정맥류 출혈이다. 이러한 부분을 고려해 치료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또한 앞으로 국소치료와 병용할 수 있는 치료요법이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방사선 등 국소치료를 진행하면 종양이 축소되어 간 기능이 좋아지는 경우가 있다. 간 기능이 호전되면 전신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기 때문에, 국소치료와 어떤 치료제를 조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 


Q: 마지막으로 간암 치료 관련 의료계나 정부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A: 국내 간암 치료 환경이 간암 환자의 입장을 보다 고려하는 방향으로 변화되었으면 한다. 1차에서 ATE+BEV 병용요법을 사용할 경우 렌바티닙 등 고려 가능한 여러 치료제를 2차에서 사용하는 데 걸림돌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2차 치료제가 대부분의 경우 비급여라는 것이 문제인데, 이것이 해결되지 못하면 의료진이 치료제를 적극적으로 쓸 수 없다. 우리 병원에서도 치료제가 비급여라고 하면 치료를 일단 포기하시는 분들이 많다. 1차 치료 후 질병 진행이 의심되는데도 검사를 피하기도 한다. 질환이 진행되면 비급여로 2차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피해를 받는 약이 렌바티닙이다. 정부에서는 대규모 3상 임상이 없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고통받는 환자 입장을 고려해 주었으면 한다. 

의료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은 치료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환자의 상태나 상황을 고려하여 치료 전략을 수립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간암은 하나의 종양에서도 부위에 따라 이질적인 특성을 갖고 있고, 면역 반응 자체도 한정되어 있다. 바이오마커 연구도 진행이 더딘 편이다. 그럼에도 무턱대고 보험이 되는 약제만을 사용하기 보다, 환자에게 최적의 예후를 가져다줄 수 있는 약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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