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암 중 증상이 명확하게 나타지 않아 조기 진단이 어려운 '난소암'. 1기나 2기의 경우 5년 생존율이 60~90%에 달할 정도로 높지만, 3기 이상으로 진행되는 경우에는 5년 생존율이 20~40%로 낮아져 부인암 가운데 예후가 좋지 않은 암 종으로 꼽힌다. 

특히 난소암은 완전 관해가 비교적 쉽게 나타나지만, 재발률이 80%가 넘어 후속 항암치료를 통한 재발률 감소가 무엇보다 중요한 질환이다. 실제 완전 관해를 경험한 난소암 환자들의 약 85% 이상에서 5년 이내에 암이 재발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될 정도. 

그간 난소암의 보조요법 및 1차 항암치료 옵션으로는 항암화학요법이 주로 사용되어 왔으나, 재발률 감소 효과는 크지 않았다. 이후 2010년대 들어 항암화학요법 대비 난소암 재발률을 감소시키는 PARP저해제가 등장, 현재까지 표준치료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PARP저해제 '린파자(성분명 올라파립)'가 난소암 1차 치료 임상 연구인 SOLO-1의 7년 장기 추적 연구 결과를 발표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는 PARP저해제의 난소암 임상 가운데 가장 긴 추적관찰 기간으로, 사실상 난소암 완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OLO-1 3상 연구의 7년 추적 결과, 2년간 린파자 복용 후 7년 시점에서 린파자의 전체 생존율은 67%, 위약군은 46.5%로 나타났으며, BRCA 변이 양성 진행성 난소암 신규 진단 환자를 대상으로 린파자군은 위약군 대비 사망 위험을 45% 감소시켰다. 또한 린파자 복용 환자 2명 중 약 1명은 연구 시작 7년 후에도 재발로 인한 후속 치료를 받지 않았다. 첫 번째 후속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의 비율은 린파자군에서 45.3%, 위약군에서 20%였다.

이러한 린파자의 장기 연구 결과는 재발률이 높아 완치가 어려운 난소암 환자들과 의료진 모두에게 희망적인 소식일 터. 

이에 본지는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박정열 교수를 만나 SOLO-1 장기 추적관찰 연구 결과의 의미에 대해 들어보는자리를 가졌다.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박정열 교수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박정열 교수

Q: 난소암은 치료가 까다로운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상피성 난소암의 치료가 까다로운 이유는 조기검진 방법과 증상이 없어서다. 또 환자의 80%가 3-4기로 분류되는 진행성 암 상태로 발견된다. 때문에 치료 성적도 낮고 부인암 중에 사망률도 가장 높다.


Q: 재발이 잦은 난소암의 장기적인 치료 목표와 전략은 무엇인가?

A: 3-4기에 발견되어도, 종양감축술을 통해 대부분의 종양을 제거하고 표준항암치료를 하면 80% 정도의 환자에서 완전관해가 나타난다. 치료 종료 이후에 영상검사 종양표지자검사에서 암이 없어 보인다고 바로 완치 판정하는 것은 아니다. 최소 5년 이상 완전관해로 유지되어야 한다. 상피성 난소암은 수술과 항암치료로 완전관해 가능성은 높지만 80-90% 이상의 환자가 5년 이내 재발을 경험한다. 최근에는 재발 억제를 위한 유지요법이 새로운 트렌드가 됐다. 가장 대표적인 약이 린파자와 같은 PARP저해제다.


Q: 난소암 재발율이 높은 것이 다른 암 대비 미세 잔존암이 많기 때문인가?

A: 완전관해는 임상적으로 잔존암이 없다고 판단하는 상태다. 그럼에도 완전관해를 보였던 환자들에게서 재발이 발생한다. 세포 하나만 있어도 향후 재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암세포가 인체의 면역 작용을 피해 숨어 있다가 나중에 활성화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므로 재발방지에 있어 유지요법이 합리적인 치료법이라고 생각된다.


Q: 최신 해외 및 국내 진료지침에서 PARP저해제가 난소암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잡고 있다. PARP저해제란 무엇인가?

A: PARP저해제는 인간의 DNA 손상 복구에 관여하는 ‘PARP’라는 효소를 억제하여 암을 치료하는 기전이다. 세포분열과 복제가 계속되는 과정에서 DNA에서는 필연적으로 유전적인 오류가 발생한다. DNA 두 가닥 중에 한 가닥이 절단되는 단일 나선 절단(Single Strand Break, SSB)이라 불리는 DNA 손상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DNA를 복구하는 메커니즘에 관여하는 효소 중 하나가 PARP다.

PARP를 억제하면 DNA 오류가 누적돼 두 가닥이 다 끊어지는 이중 나선 절단(Double Strand Break, DSB)이 발생한다. 이중 나선 절단 발생 시에는 상동 재조합 복구(Homologous Recombination Repair, HRR)라는 메커니즘이 작동하며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유전자가 BRCA다. 다시 말해, BRCA 변이 유전자를 보유한 난소암 조직은 상동 재조합 복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PARP만 DNA 복구에 관여하게 되는데, 이때 PARP저해제를 사용하면 두 가지 DNA 복구 시스템을 모두 마비시켜 암세포를 사멸에 이르게 할 수 있는 것이다.


Q: PARP저해제의 등장 이후 국내 난소암 표준 치료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A: 일단 기본적인 치료 패러다임이 수술 후 표적항암요법에서 ‘PARP저해제 유지요법’까지 그 범위가 확장됐다. 과거에는 항암요법 후 경과를 지켜보는 입장이었다면, 지금은 적극적으로 재발을 억제하는 유지요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치료 비용이 증가하고 있지만 생존율에서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고, 이미 일부 환자에 대해 보험급여가 적용되고 있어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은 크지 않다.

BRCA 변이가 있는 환자에게만 급여가 적용된다는 점은 아쉽다. PAOLA-1 연구를 보면 BRCA 변이 환자뿐 아니라 HRD(상동 재조합 결핍) 양성 환자에서도 린파자-베바시주맙을 병용하면 생존율이 유의하게 향상된다는 결과가 있다. 그러나 아직 국내에서는 HRD 양성 환자에게는 보험 확대가 이뤄지지 않았다. 전체 난소암에서 BRCA 변이 환자가 20-25% 정도를 차지하고, BRCA 변이는 없지만 HRD가 있는 환자가 25%를 차지한다. 두 환자를 합치면 전체 환자의 50%가 약제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보험급여가 필요하다고 본다.


Q: 지난 유럽종양학회(ESMO 2022)와 최근 임상종양학회지(Journal of Clinical Oncology)에서 PARP저해제 린파자의 SOLO-1 7년 추적 연구 데이터가 발표됐다. 이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달라.

A: SOLO-1 연구에는 진행성 난소암, 나팔관암, 원발성 복막암이 포함되어 있지만 사실상 모두 난소암이라고 보면 된다. 이 환자들에게 린파자 유지요법의 효과를 평가했다. 올해 7년 데이터가 발표됐는데, 린파자군에서 데이터를 측정할 만큼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아 최종 분석 시점은 더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난소암 치료에서 지금까지 없던 결과다. 지금까지는 빠르게 재발하는 환자가 많아 연구 결과 또한 빠르게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린파자는 생존율이 너무 높아 최종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결과를 살펴보자면 린파자 환자군은 67%의 생존율을 보였고, 린파자를 복용하지 않은 환자는 46%의 생존율을 보였다. 사망 감소율로 보면 45%정도다. 최종 확정된 결과는 아니지만 끝까지 지켜보아도 유의한 차이를 보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Q: SOLO-1 연구의 사망위험 감소율이 5년차에 67%였는데, 7년차에 45%로 급격히 줄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SOLO-1 5년 추적 데이터는 재발 및 사망 위험에 대한 ‘무진행 생존율’이고, 이번 7년 추적 데이터는 ‘전체 생존율’이다. 원래 전체 생존율은 무진행 생존율보다 대조군 대비 차이를 크게 벌리기 어려운 지표이다. 때문에 무진행 생존율 개선은 입증해도 사망률 개선 효과는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생존율에서 45% 정도의 개선 효과를 보였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난소암에서는 생존율에서 10-15%라도 유의하게 차이가 나면 좋은 약이라고 보고 있었는데 린파자는 유독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아직 전체 생존율 중앙값, 즉 50% 환자의 사망 시점이 오지 않았는데, 난소암 환자가 7년 시점에 50% 이상 살아있다는 것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엄청난 결과다.

Q: 일반적으로 다른 암종의 경우 5년간 재발이 없으면 완치 판정을 내린다. 린파자가 7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데이터를 추적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임상연구에서는 미리 계획된 분석 결과만 인정한다. SOLO-1은 데이터 숙성도가 60% 정도 되는 시점에 분석을 하겠다고 미리 정해 두었기 때문에 데이터가 축적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임상 계획 당시에는 기존 난소암 치료 경험으로 지금보다 빠르게 데이터가 축적될 것이라 예측했을 거다. 7년 정도면 완치를 판단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인정하기 때문에 계획보다 조금 더 빨리 중간 분석을 했다.

특정 시점이 되면 60% 정도의 환자에서 재발이나 사망이 발생할 것이라고 추정했지만, 약효가 너무 좋아서 지금까지도 재발이나 사망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끝까지 사망자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위약군에서도 재발했을 때 린파자로 크로스오버를 많이 해서 시험약의 효과가 희석될 수 있음에도 이정도 효과를 보인 것은 큰 차이다.

난소암 무병 생존 몇 년째에 완치로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문도 있다. 어떤 논문에서는 9년이라고도 하는데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개인적으로도 난소암은 5년 이상 무병 생존하면 완치로 판단한다. 그래서 7년이나 추적 관찰한 SOLO-1 연구 결과를 어느정도 확정적이고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생존율 향상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Q: 린파자의 SOLO-1 연구 7년 데이터가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는가.

A: 난소암 치료제들은 대부분 재발률을 낮추거나 무진행 생존 연장을 목표로 연구를 해왔다. SOLO-1은 오랜만에 눈에 띄는 전체 생존율 개선을 보여준 좋은 연구라고 생각한다. 암 환자의 전체 생존율까지 향상시켜주는 약은 드물다. 이전에 생존율 향상 효과를 보였던 치료는 하이펙(HIPEC)이라는 온열항암요법, 복강내 항암요법 등 새로운 약이 아닌 사용 방법의 변화였고, 해당 치료는 아직 표준요법에 진입하지 못했다. 따라서 새로운 방식의 새로운 약제로써 난소암 환자의 전체 생존율을 높인 ‘린파자’가 가지는 의미는 아주 크다고 본다. 항암제가 표준요법에 진입하려면 사용이 쉬워야 하는데, 린파자 유지요법은 사용이 쉽고 부작용이 크지 않아 표준요법으로 진입해 잘 쓰이고 있다.


Q: 실제 진료환경에서 린파자의 효과가 궁금하다. 

A: 실제 진료 현장에서의 사용 경험을 실사용증거(Real World Experience, RWE)라고 한다. 어떤 약은 임상연구에서는 좋은 결과를 보였지만 실제로는 그만큼 효과가 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린파자는 실제로도 상당히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 린파자가 최초로 도입되었을 때부터 사용한 서울아산병원에서의 환자 사례를 소개하겠다. 린파자정으로 2년 동안 재발 없이 잘 치료하고 현재는 약을 중단했다. 린파자는 2년 투약 만으로도 약효가 지속되므로 그 이상 먹을 필요가 없어 투약을 중단했고 투약 종료 6개월이 넘은 현시점에서도 잘 지내고 있다.


Q: 난소암은 대표적인 여성암 중 하나로 치료를 통한 ‘삶의 질’ 개선이 중요한 질환이다. 린파자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A: 환자들도 수술 후 항암치료만 하면 재발률이 높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불안이 크다. 이제는 유지요법을 사용하겠다고 먼저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을 만큼 환자의 니즈(Needs)도 크고 약물 순응도도 좋다. 린파자의 약물 순응도는 97-98% 정도다. 약을 중단하는 케이스가 2-3% 정도밖에 없다는 뜻이다. 임상연구보다 리얼월드(Real World)에서 순응도가 훨씬 좋게 나타나고 있다. 부작용 면에서는 90% 정도의 환자가 문제없이 잘 투약하고 있고, 10%의 환자에서 경미한 부작용이 나타나는데, 대부분 잘 견디고 극복하시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한다.


Q: 린파자에 대해서 추가적으로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면.

A: 린파자는 난소암 1차 치료, 재발 후 모두에 사용이 가능하다. SOLO-1 결과와 PAOLA-1 결과가 아주 잘 나왔기 때문에 앞으로는 앞단계에 더 많이 쓰일 것이라 생각한다. 나중에는 린파자 사용 이후 재발한 환자들을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에 집중할 것 같다. 아스트라제네카와 MSD도 이러한 목적으로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Q: SOLO-1 결과와 PAOLA-1 결과를 보면, BRCA 변이가 있는 환자의 경우 린파자 단독보다 린파바와 베바시주맙 병용의 효과가 더 좋을 수도 있을 것 같다. 

A: SOLO-1과 PAOLA-1을 간접비교한 논문을 보면, 유의한 차이는 아니지만 린파자 단독보다는 린파자-베바시주맙 병용요법이 2년 생존율 개선에 이점이 있다고 나타났다. 린파자-베바시주맙 병용요법이 위험도를 30% 정도 줄여준다는 결과다.

PARP저해제 중 니라파립을 연구한 PRIMA라는 논문도 있다. SOLO-1, PAOLA-1, PRIMA 연구를 간접비교한 논문을 보면, 린파자-베바시주맙 병용요법군의 생존율이 가장 높게 나타난 것으로 알고 있다. 린파자-베바시주맙 병용요법이 PARP저해제 단독요법보다 치명률 개선 측면에서 효과가 좋지 않을까 추정하고 있지만 국가에서 보험 급여를 해주지 않으면 사용하기 어려워 아쉬움이 있다.

이와 관련해 HRD(상동 재조합 결핍) 환자에 대한 관심도 높은 편이다. 해당 환자들에게 린파자-베바시주맙 병용요법이 생존율 향상 효과를 보이고 있음에도 급여가 되지 않고 있다. PAOLA-1 전체 생존(OS) 결과가 새롭게 나왔으니 회사에서도 급여를 재신청하지 않을까 싶지만, HRD 검사가 상용화되고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린파자-베바시주맙 병용요법이 잘 쓰일 수 있도록 급여를 확대하고 HRD 검사도 잘 활용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주면 좋지 않을까 싶다. 학회에서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보험 적용 여부 관계 없이 HRD 환자에서도 린파자-베바시주맙 병용요법을 사용하겠다는 니즈가 있었다.


Q: HRD 검사가 얼마나 시행되고 있는가.

A: 최근에 늘고 있는 추세다. 국내에서 시행 가능한 HRD(상동 재조합 결핍) 검사는 세가지이며, 곧 출시를 앞두고 있는 검사를 포함하면 여섯 종류가 있다. 비용은 220-600만원으로 다양하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HRD 검사가 비급여이기에 환자 부담이 높은 실정이며, 이를 위해 해당 검사 급여화를 추진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부 HRD 검사는 BRCA 1,2 변이 여부와 HRD 뿐만 아니라 많은 유전자 변이 여부를 함께 확인하고 있어 검사 비용을 낮추기 어려운 상태다. 이에 HRD와 BRCA 변이 여부만을 확인하여 비용을 낮추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심포지엄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BRCA 변이가 없는 환자들에게 HRD 검사를 하겠다는 의료진의 답변이 많았다.


Q: 마지막으로 난소암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진행성 난소암으로 진단을 받으면 우울해하고 치료 의지를 상실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유지요법으로 재발률을 많이 줄일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니 낙심할 필요 없이 희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e-의료정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