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윤 인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배성윤 인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의료기기 유통에 있어 끊임없이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간납업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의 자리가 마련됐다.

‘건전한 의료기기 유통거래질서 정착을 위한 유통구조 선진화 정책 토론회’가 12일 서정숙, 고영인 국회의원 주최, 의료기기산업협회, 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치과의료기기산업협회 주관으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국내 의료기기 유통에서 간납업체들의 물품 대금의 부당지연, 과도한 납품가 할인, 행정상의 수수료 수취 등 여러 문제점이 동시 다발적으로 생겨나고 있어 의료기기 유통구조의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의료기기산업계는 이러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개선 건의하고 있는 가운데, ‘특수관계의 경영 금지 법제화’, ‘6개월 이내 결제 기한 법제화’, ‘유통보고 책임 전가’ 적발시 책임을 전가한 자를 대상으로 처벌 규정 마련 등 의료기기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지만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배성윤 인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발제한 내용에 따르면 간납업체는 ‘간접납품업체’의 약자로 구매대행업체(GPO)를 표방하고 있다. 간납업체의 역할은 의료기관의 구매, 거래비용 절감, 의료기기 공급업체의 영업 비용 절감 및 안정적인 생산 계획과 사업운영을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균형적 기능 수행이 미흡한 상태이다. 간납업체의 수익원은 구매대행 수수료인데, 여기서 문제점은 공급업체에 수수료 전가, 형태에 따라 정보이용료나 물류비 등을 요구하거나 가치 사슬에서 적정 서비스 제공 없이 통행세를 받는다는 논란과 함께 실거래가 상환제를 무력화 시키고 있는 문제 등이 발생되고 있다.

특히 ‘21년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는 ▲간납업체의 과도한 마진율(9%~21%) ▲결재지연(4개월~2년)으로 인한 금융 비용 등 제조.수입업체에 전가 ▲특수관계 간납업체에 일감 몰아주기 ▲의료기기를 의료기관에 납품하였으나 실제 사용한 수량만큼만 결재하는 가납 등의 문제가 지적되었다. 이에 배 교수는 “일부 의료기기 업체들은 GPO가 없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하면 다른 나라의 간납업체 제도 현실은 어떨까.

우선 우리나라는 수수료 관련 규제가 없는 가운데 3~30%까지 부여되고 있으며 계약기간은 1년, 의료기관당 GPO 이용수는 없거나 1개이다. 반면 미국은 3% 이하의 알선 수수료 인정 규정이 마련돼 있고, 영국은 (정부 조달 하는 경우) 국가가 GPO를 관리하며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계약기간의 경우 미국은 3년 또는 5년이며, 영국은 반영구적이다. 의료기관당 GPO 이용수는 미국은 2~4개, 영국은 1개이지만 실상 여러 가지 구입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다른 나라의 GPO 운영 성과에 대한 연구결과들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2016년 기준 5개의 전국적 규모의 GPO를 포함해 각 지역에 거점을 둔 중소 규모의 GPO가 600여개 존재한다. 미국 헬스케어 GPO 역할과 성과에 대한 2018년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GPO는 공급자와 환자, 납세자를 위한 비용 절감을 실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GPO가 직접 구매 대비 병원 비용을 10~18% 절감하게 해준 것으로 보고 되고 있으며, 헬스케어 조달 서비스 시장에서 경쟁을 촉진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GPO의 순기능적인 역할을 위한 정책 개선 방안으로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첫째는 의료기기 전문 유통회사 관련 법령 제정 및 자격 요건의 강화이다.

이에 대해 “이미 관련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추가로 고민할 부분은 불공정 원인에 따른 근본적인 개선”이라며, “실질적 GPO 역할 수행에 기반한 자격유건 부여, 독점 계약권을 금지해 경쟁입찰을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두 번째는 ‘의료기기 유통 및 거래 실태 조사 정례화 및 사후관리 강화’이다.

실제 심평원 급여등재실에서는 복지부와 합동으로 의료기기 간납업체 관련 의료기기 유통 현황 분석을 위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3년마다 의료기관의 의료기기 구매 현황과 불공정 거래 실태 조사 구조화를 비롯해 적정 마진율 책정, 간납업체 매입가에 기반한 수가 조정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 이외에도 배 교수는 영국같은 공공조달방식 도입 검토도 제안했다.

세 번째는 ‘건강보험 의료기기 유통관리체계 및 마진율 적정화 검토’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건강보험에 적용되는 의료기기에 한해 공공기구를 통해 입찰,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민간합작의 의료기기 유통관리센터를 설립하거나 공공거래소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실거래가 상환제의 도입 취지에 부합하는 제도적 정비’를 꼽았다. 이는 장기적으로 수가 포괄화 및 가치 기반 지불제도로의 이행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과 함께 구체적으로 현재 의료기기 유통질서 문제는 법적 규제 강화 또는 인센티브 도입을 제안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김상일 의사협회 정책이사는 상급종합병원부터 유통구조 개선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간납사 문제는 실거래가 상한제로 인해 병원 경영 어려워지면서 비용 관리를 위해 잘못된 현상이 생긴 것”이라며 “그렇다고 간납사가 없어지면 작은 병원들은 효율적 관리 시스템이 없는 상태에서 구매력이 떨어지고 상황이 힘들어 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지금의 간납사 구조가 아닌 선진화된 구조의 GPO가 필요하며, 이는 의료계에서도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점”이라면서, 상급종합병원을 먼저 타겟하여 유통구조의 선진화할 것을 제시했다. 실제 “320개 종합병원과 43개 상급종합병원의 치료재료 비용이 비슷할 정도로 상급종병의 점유가 막대하다”며 “상급종병부터 병원 지분 소유나 특수 관계 간납 운영 시스템을 없애기 위해 패널티와 인센티브를 유도해 개선을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하태길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장은 큰 제도적 틀에서 고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간납업체의 역기능은 당연히 개선돼야 하지만 작은 부분에서 접근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므로 근본적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

계류 중인 의료기기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의료기기법 개정안에는 특수 관계 문제 등이 많이 지적돼 있고 의약품과의 불균형에 대해 의약품 관리 수준으로 맞추는 부분이 중심”이라며 “물론 이 부분도 중요하지만 좀 더 큰 구조적 문제인 큰 틀에서 고민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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