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학회가 전국 어디서나 골든타임 내 뇌졸중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나선다.

최근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으로 취임한 배희준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는 이를 위해 국내 70여개 뿐인 집중치료실을 100개까지 확대하는 한편, 심뇌혈관질환관리 중앙지원단 단장을 맡고 있는 만큼 뇌졸중 치료 전·후 시스템 개선을 위한 정책 추진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국내 뇌졸중 집중치료실 100개까지 확대 ‘목표’

“대한민국 국민이 어디서 쓰러지든지 가까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자 합니다. 그러기 위해 현재 70여 개 뿐인 전국 병원의 뇌졸중 집중치료실을 100개까지 만드는 것이 임기 중 가장 큰 목표입니다.”

뇌졸중 ‘골든타임’에 대해서는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뇌졸중 발생 후 병원 도착까지의 평균 시간인 ‘4.7시간’은 오랫동안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뇌졸중 집중치료실을 갖춘 병원이 인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는 배 이사장.

이에 대해 “미국에는 뇌졸중 집중치료실이 2천 여개가 있다. 우리나라도 인구의 5분의 1을 커버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200개는 있어야 하지만 현재 60여개 뿐”이라며 “최소한 100개까지는 갖춰져야 전국 어디서든 신속히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수가다. 뇌졸중 집중치료 수가가 간호간병 수가보다 낮다 보니 집중치료실을 운영하던 병원들도 간호간병 병동으로 돌아가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고. 이에 대해 배 이사장은 “보건과 복지는 다르다”며 “보건은 안 하면 죽는다. 집중치료는 보건 부분이므로 수가 개선의 필요성은 명백하다”면서 “학회에서 이를 정부에 계속 건의하고 있는데, 정부도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건정심 통과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같이 뇌졸중 치료를 집중시키는 시스템은 젊은 의사들 확보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뇌졸중은 당직과 콜, 주말 업무가 많아서 지원이 줄어드는 위기를 겪고 있다”며 “더 이상 옛날 방식으로는 안된다. 센터에 집중적으로 모여서 일할 수 있는 효율적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같이 집중치료실을 갖춘 병원 100여 개가 확보되고 그중 3~40개 정도는 난이도 높은 시술을 하는 병원으로 구분한 뒤, 환자 발생시 병상 조회를 통해 즉시 연계하는 시스템만 있다면 국내 뇌졸중 사망률은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배 이사장.

특히 “즉시 병상과 수술 가능한 병원 조회하고 연계하는 테크놀로지로는 현재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므로 감염 관리처럼 정부가 시스템을 구축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현재 심뇌혈관질환관리 중앙지원단 단장을 맡고 만큼 이 같은 정책들을 함께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골든타임 연장 등 치료 발전…병원 전·후 시스템은 미흡

뇌졸중 치료의 발달로 3시간이었던 혈전 용해제 사용 가능시간이 4시간30분으로 연장되면서 골든타임이 늘어났다. 또, 혈전 용해제 치료에 실패하거나 치료효과가 미진하면 혈관중재술로 혈전을 제거하거나 혈관스텐트로 막힌 혈관을 재개통할 수도 있다.

특히 “2015년 1월 경동맥 혈전 제거술이 등장한 이후 관련 치료가 발전하면서 큰 혈관이 막히는 경우 10명 중 3~4명은 뚫으면 되고, 시간도 6시간에서 24시간까지 가능해졌다”며 “이 밖에도 영상 테크닉을 이용해서 치료의 골든타임이 지나도 치료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등 골든타임을 늘리는 치료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약물 치료도 발전하고 있다. “환자 발생후 병원 도착이 늦어도 119에서 약물 투여를 통해 신경을 보호해주는 치료가 연구되고 있으며, 이러한 치료가 더 발전하면 환자 혜택이 많을 것”이라고. 신경 회복을 시키는 치료도 큰 관심사다. “이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는데, 현재 확실한 방향은 고위험군에서 항응고제인 NOAC과 아스피린 병용에 혈전 막는 제제를 하나 더 추가하여 위험을 더 낮추는 치료가 가시권에 있다”면서 “이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도 조만간 나올 것”이라며 “고위험군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인구 고령화로 뇌졸중 이후 치매 발생이 늘고 있어, 이 같은 인지기능 저하 등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배 이사장은 “이러한 급성기 치료가 발전하면서 아웃컴이 좋아지고 있지만, 문제는 여전히 병원 도착까지의 평균 시간이 4.7시간에서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학회에서 이러한 이유를 분석해 논문을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환자들이 약을 잘 복용하지 않는 점도 치료율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지적했다.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뇌졸중 환자가 3년째 약을 잘 먹는 비율은 3분의 1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안 먹거나 덜 먹는다”며 “이는 미국도 같은 현상인데, 이 때문에 치료 환자의 4분의 1에서 재발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며 “약은 당뇨, 고혈압처럼 평생 먹어야 하며, 그래야 재발이 적고 재발을 해도 증상이 가볍다”고 강조했다.

이같이 병원에 신속히 도착하도록 하는 시스템과 고령환자들의 경우 약을 제대로 먹도록 하는 치료 전·후시스템은 심평원 등 국가에서 해주어야 할 부분이지만, 학회에서도 이를 돕기위해 캠페인 등을 펼쳐 나갈 계획이다.

협회 설립 및 뇌졸중 인증센터 인센티브 시범사업 추진

“오프라인 학술 활동 복원, 뇌졸중협회 설립 등 그동안 코로나19로 진행하지 못했던 사업들을 본격 진행해 나가려고 합니다. 뇌졸중센터 인증에 따른 인센티브 시범사업도 추진하여 병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겠습니다.”

코로나19로 지난 2~3년 동안 화상회의, 온라인 강의 위주로 돌아가던 학술 교류 활동을 복원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배 이사장. 이에 경주에서 열리는 춘계학술대회와 가을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리는 국제학술대회를 오프라인으로 진행할 계획을 하고 있다고.

또한 오래전부터 추진해 오던 뇌졸중협회 설립도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환자들이 참여하는 뇌졸중협회는 세계뇌졸중학회에서도 권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이와함께 질병청을 도와 국내 전무한 뇌졸중 발생률 조사를 진행해 조만간 도출해 낼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2018년부터 학회가 진행해 오고 있는 뇌졸중센터 인증사업에 대한 인센티브도 추진한다. 현재 정부가 권역, 지역별로 묶어서 인센티브화 하는 시범사업 계획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해서도 적극 협조할 계획이다.

전국 어디서나 골든타임 안에 뇌졸중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나가는 학회의 적극적인 행보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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