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성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가 세계적으로 간절제술 최고 전문가에 올랐다.

최근 미국 의학 분야 학술연구 평가기관인 ‘엑스퍼트스케이프(Expertscape)’에서 2021년 간절제술 분야 최고 전문가(expert)로 선정된 것. 최근 복강경 간절제술 영문교과서를 발간한 데 이어, 국군수도병원장 임기를 마치고 분당서울대병원으로 복귀한 그는, 앞으로 간암 및 간질환 극복을 위한 새로운 연구에 도전해 나가겠다는 다짐이다. 

세계 간의 날 맞아 간 절제술 ‘최고전문가’ 선정

“엑스퍼트스케이프에서 올해 10월 세계적으로 진행하는 간의 날을 맞아 최고 전문가로 선정해 주셔서 매우 영광입니다. 이제 복강경 간 절제술은 국내에서 스탠다드로 자리 잡았으므로 간질환 극복을 위한 새로운 연구들에 계속 도전하고자 합니다.”

엑스퍼트스케이프는 세계의 의학자나 과학자를 대상으로 지난 2011년부터 10년간 발표된 연구논문을 데이터뱅크화하여 비교 분석한 결과로 수준을 평가하여 순위를 정한다. 한 교수는 72개의 관련 국제 연구논문을 발표하여 국내 1위, 세계적으로는 관련 분야 전문가 중 상위 0.1%에 해당되어 최고 전문가로 선정됐다. 그는 2019년에도 최소침습수술 권위자로 국내 1위, 아시아에서는 2위로 선정된 바 있다.

한 교수는 간암 수술에 복강경을 도입해 2000년 초 국내 최초로 간 절제술에 성공한 이후 국내 복강경 수술의 역사를 만들어왔다.

2000년 초 당시에 대해 한 교수는 “복강경을 처음 접하고 우선적으로 담낭절제를 해보니 간 절제술에 가장 최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간은 갈비뼈 안에 있어서 절개 부위가 크고, 심지어 가슴 흉강을 절개해야 하는 경우까지 있기 때문에, 복강경으로 수술할 경우 절개 부위가 적어서 출혈이 적고 회복이 빠르며 미용적으로도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후 2006년 복강경 우후구역 간엽 절제술, 2009년 복강경 중앙 이구역 간엽 절제술 등 거의 모든 간 구역에서 해부학적 간절제를 세계 최초로 진행했다. 췌장암 역시 복강경을 이용해 국내 최초로 원위부 췌장 절제술, 췌십이지장 절제술을 시행하기도 했으며, 소아환자에게 세계 최초로 복강경 간 절제술을 시행한 사례가 세계적인 학회지에 소개되며 간암 치료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당시 의료계의 비판도 많았다. 간 수술 자체의 위험성과 제대로 간 절제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에 한 교수는 수술 범위를 확대해 가며 복강경 수술의 우수성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해 나갔다. 우선, 간 부위별로 수술을 넓혀가면서 수술 비디오를 통해 수술이 정밀하고 안전하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보여주었고, 개복과 생존율 비교 연구를 통해 복강경 수술 예후의 우수성을 계속 알려나간 것. 이와 함께 ‘복강경 간수술 연구회’를 만들어 젊은 교수들에게 수술법을 가르쳐 나갔다. 이에 지금은 국내 복강경 간 절제술 수준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으며, 대학병원 절반 이상에서 복강경으로 간 절제 수술을 하고 있는 상황으로 발전했다. 

한 교수는 이러한 수술법을 집대성하여 지난 9월 세계적 의·과학 전문 출판사인 스프링거(Springer)에서 영문교과서 ‘Color Atlas of Laparoscopic Liver Resection(복강경 간절제술 아틀라스, 조재영 교수 공저)’를 출간하여 교육을 세계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간암수술, ‘간 실질 살리고 절제 정확도 높여나가’ 

간암 수술환자 5년 생존율은 국내 및 세계적으로도 50% 가량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은 한 교수와 의료진의 노력으로 5년 생존율을 79%까지 높였다. 특히 췌장의 몸통이나 꼬리 부분에 발생한 암 수술 실적 역시 10%대에 머물고 있는 5년 생존율을 30%로 올렸다.

그러나 간암은 수술 후 5년이 지나면 70%가 재발할 정도로 재발이 많은 암이기도 하다. 재발하면 또 다시 수술을 하거나, 다른 치료를 하는 등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간암은 외과적 치료 이외에 아직 표적치료제들의 뚜렷한 효과가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간암이 재발을 한 경우에라도 색전술, 고주파 치료술, 마이크로 웨이브 등 적절한 치료방법을 선택해 치료하고,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는 환자에게 부담이 덜 가는 복강경 수술 등으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치료하기 때문에 생존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국내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최근의 간암 수술의 경향에 대해서 덧붙였다.

“최근 간암수술에서는 간을 많이 절제하지 않고 간 실질을 보존하면서 출혈을 줄이는 해부학적 절제술의 시도가 화두가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밖에도 ICG(인도시아닌 그린)를 주입을 통해 간 절제 범위를 결정하는 검사 역시 간 절제술에서 주목되고 있는 분야이며, 예전에는 가이드라인에서 수술이 되지 않는 진행된 간암에서도 적극적인 치료가 생존율이 좋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치료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덧붙여 “앞으로 간암 수술은 간 기능 부전을 막기 위해 간 절제를 최소화하고 간 실질을 많이 살리는 쪽으로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간암환자 생존율 높이기 위한 연구 지속

“외과 의사는 수술만 한다고 끝나는 게 아닙니다. 수술 후 환자의 생존율을 최대한 높이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죠. 앞으로 최소침습수술을 통한 정확도를 비롯해 수술환자의 영양치료, 염증 최소화를 통해 생존율을 높이는 연구에도 주력하고자 합니다.”

한 교수는 대한복강경간절제술연구회장, 대한췌장외과연구회장, 대한종양외과학회 이사장, 대한외상학회 회장, 대한복강경내시경외과학회 이사장 등 외과 수술 관련 학회 뿐만 아니라 대한외과대사영양학회 회장, 한국정맥경장영양학회 이사 등을 거치며 수술환자 영양치료에 대한 연구에도 관심을 기울여 왔다. 

“수술 환자 회복에 영양이 중요하다는 것이 최근 췌장암 환자 대상 연구 등 여러 논문에서 입증되고 있다”면서 “환자의 영양을 좋게 하여 빠른 회복을 돕고 합병증을 줄이는 노력은 외과에서 중요한 파트”라고 강조했다. 또한 “염증을 줄이면 암환자의 생존율이 증가된다”며 “이러한 함염증제의 암 효과에 대한 연구 논문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한 교수는 간경화 환자들의 치료를 위한 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한 동물실험도 진행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논문이 내년 초 나올 예정이다. 한 교수는 “앞으로 손상된 간 세포를 회복시킬 수 있는 연구들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외과의사로서 세계적으로 ‘최고 전문가’ 인정을 받은 데 이어, 간암 및 간질환 정복을 위해 다양한 연구에 도전하고 있는 한 교수의 끊임없는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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