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고령화 진행에 따라 남성의 갱년기 치료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남성갱년기는 그동안 여성갱년기에 비해 관심이 적었지만,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삶의 질이 중요해지면서 치료에 대한 욕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 대한남성건강갱년기학회 문두건 회장(고대구로병원 비뇨의학과)은 갱년기 남성호르몬 치료의 올바른 권고안을 전파하는 한편, 남성건강을 위한 세계적인 운동인 ‘맨즈헬스’의 개념을 널리 알려나간다는 방침이다.  

 

국내 40대 남성 4명중 1명, 50대는 31%가 남성갱년기

“저출산 고령화라는 사회적 위기에 따라 변화하는 인구구조와 환경에 맞는 새로운 진료지침을 알리고자 합니다. 또한 올해 11월 부산에서 개최되는 ‘아시아 남성건강갱년기 국제학술대회’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지난 2013년 대한남성과학회와 대한남성건강갱년기학회가 조사하여 국제성의학회지(Journal of Sexual Medicine)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국내 40대 남성 4명 중 1명(26.9%), 50대는 이보다 높은 31%가 남성갱년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갱년기가 폐경과 함께 급격히 나타나는 것과는 달리 남성 갱년기는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남성들도 호르몬이 떨어지긴 하지만 여성처럼 일정 시기에 전부 다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떨어지고, 안면홍조, 우울증과 같은 전형적인 여성갱년기 증상과 달리 전형적인 증상도 없고 여성보다 개인차가 심하다. 또한 치료 필요 여부도 사람마다 다르다.

문 회장은 “남성 갱년기에 대한 국내 데이터가 거의 없다는 것도 여성갱년기와의 차이”라며 “남성호르몬 수치가 낮고 갱년기 증상이 같이 있는 경우를 조사해야 하는데 남성호르몬은 여러 번 측정해도 그때마다 수치가 일정치 않고 남성갱년기증상도 전형적이지 않아 남성갱년기 유병율 조사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학회에서는 2013년 처음 남성갱년기에 대해 조사해 발표한 이후 계속 설문조사 및 남성호르몬 수치 등을 통해 남성갱년기 현황을 조사하며 이 분야의 학술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대한남성건강갱년기학회는 원래 1999년 남성갱년기의 연구를 위해 연구회로 창립되었으나, 주사용 테스토스테론인 네비도가 국내에 도입되면서 관련 과들과 힘을 합쳐 체계적인 연구와 진료의 틀을 마련하기 위해 2007년 대한남성과학회, 대한가정의학과학회, 대한내분비학회가 참여해 재구성된 다학제 연구학회이다.  

 

남성호르몬 치료, 득실 따져 권고안 맞게 사용해야

남성도 나이가 들면서 호르몬이 부족해지고 갱년기를 맞는다. 갱년기가 되면 기분이 수시로 변하고 짜증과 분노가 잦아진다. 심하면 우울증이 찾아오기도 한다. 신체적으로도 근육량과 골밀도가 줄어들고 성욕이 감소한다.

중년이후 남성갱년기를 극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이다. 그러나 여성호르몬 치료가 유방암 발생을 높인다는 논란이 한참동안 진행됐던 것처럼,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치료도 논란이 있어왔다. 주요 이슈는 심혈관 질환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점과 전립선암 위험이 높인다는 점, 불임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문 회장은 “남성호르몬은 혈관, 심장근육 등 갱년기 증상은 물론, 남성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임에도 무분별한 보충에 대해 여러 논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에는 남성호르몬 치료가 협심증과 뇌졸중 발생 등 심혈관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나오면서 치료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쪽이 우세한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미국에서도 수년간 떨어졌던 테스토스테론 처방률이 다시 올라가는 추세”라고 전했다.

여러 논란과 반박의 연구결과들을 종합하여 현재는 “지난 3~6개월 이내 협심증, 뇌졸중, 심부전이 있었던 경우가 아니면 남성호르몬 보충이 더 이득이며, 전립선암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연구가 대세”라는 것. 단, “불임 부분에 대해서는 신중히 사용해야 한다”며 “가임기 젊은층에서는 테스토스테론을 직접 보충하지 말고 성선자극호르몬을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이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은 권고안에 맞게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문 회장은 “남성호르몬의 득실에 대해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해 주면서 치료하되, 효과와 부작용을 면밀히 평가하면서 사용해야 한다”면서, “그래서 학회 등에서 남성호르몬 강의를 할 때마다 ‘정확히 사용하라’는 타이틀의 강의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사용가능한 테스토스테론 제형으로는 2-3주 마다 주사하는 단기주사제 예나스테론과 3개월 효과가 지속되는 장기주사제 네비도가 있으며, 또한 경피용 젤과 나테스토 같은 비강분무형도 나와 있다.  

이러한 제형의 사용 원칙에 대해 “부작용 발현시 빠른 중단이 가능한 단기작용제를 먼저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고, 부작용이 없으면 순차적으로 단계를 올려 장기형주사제를 비롯해 환자의 니즈에 맞는 제형을 사용하는 것을 권고 한다”고 전했다. 또한 기존의 경피용 겔은 피부트러블이나 소아나 여성에게 전파될 위험이 있어 다소 제한적이며 최근 새롭게 출시된 비강분무형은 기존 경피제형의 불편감이 없고 지속적인 투여가 필요한 경우 주사제에서 오는 불편감도 피할 수 있어 시도해볼만하다고 조언했다.

 

남성건강 정책과 연구 위한 세계적 운동 ‘맨즈헬스’ 전파

“올해 11월 부산에서 아시아남성건강갱년기 국제학술대회가 열립니다. 갱년기에서 나아가 남성건강 전반에 대한 제도적인 관심을 촉구하기 위한 ‘맨즈헬스’ 개념도 전파하고자 합니다.”

올해 11월 13일 부산에서 하이브리드 형태로 열리는 아시아남성건강갱년기 국제학술대회(조직위원장 박남철 부산의대 교수)의 사무총장을 맡은 문 회장은 남성갱년기 개념을 넘어선 ‘맨즈헬스’에 국가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세계적으로 모성건강, 여성건강에 대한 관심과 정책은 많았지만 남성건강을 위한 관심과  정책은 거의 없었다”며 “남성건강에 대한 교육과 보건정책 제도의 마련을 위한 연구와 데이터를 만드는 것이 세계 공통적인 ‘맨즈헬스’ 운동”이라고 소개했다.  

이같이 남성건강을 위한 보건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존 건강검진 프로그램이나 당뇨병 같은 코호트 국가 스터디에 피검사 만으로 가능한 남성호르몬을 함께 넣으면 남성 노화, 건강 지표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면 유엔이나 아시아 통계 같은 우리나라만의 남성건강 및 노화 통계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문 회장은 이러한 내용을 11월 국제학술대회에서 강의를 통해 강조할 예정이다.

사회문화적으로 관심에서 밀려있는 남성건강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는 문 회장의 행보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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