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원협회가 정부에 인플루엔자 백신 공급 부족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지난 9월 14일부터 인플루엔자 국가필수예방접종(NIP)이 시작되었다. 생후 6개월부터 만3세까지 어린이 중 2차 접종대상자와 임신부에 대한 접종이 시작되었고, 10월 14일부터는 1차 접종대상자 접종이 시작된다. 역시 10월 12일부터 순차적으로 어르신에 대한 접종도 시작될 예정이다.

그런데 일선 개원가에서는 NIP용 인플루엔자 백신을 구하지 못해 난리가 났다. 지금 백신 제조사들은 병의원과 직거래를 기피하고 다수의 물량을 도매상으로 풀었는데, 예년에 비해 가격이 대폭 오른 것도 문제지만 이들이 병의원에 요구하는 조건이 기가 막히다. 미처 사용하지 못한 백신의 반품은 불가할 뿐만 아니라, NIP용으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칙적인 유통행위의 의도는 뻔하다. 의료기관이 인플루엔자 백신을 구매하여 NIP용으로 접종할 경우 정부가 책정한 금액(2021년 기준 1만천원정도)을 넘어서는 비용은 제약사나 도매상이 환급을 해주어야 하는데, 그것을 해주기 싫다는 것이다. 즉 현재 의약품 쇼핑몰에서 1만 7천~8천 원대로 판매되는 일반 백신을 NIP용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붙여서 판매하여, 환급금만큼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올해는 이런 일반 백신들마저 작년보다 가격이 크게 올라서 제약사들의 담합이 의심되고 있다. 만약 사실이라면 이는 불공정거래행위로서 고발의 대상이 된다. 더구나 비단 올해만의 일은 아니지만 일부 제약사들은 의료기관이 평소에 자사의 의약품을 얼마나 처방하느냐에 따라 물량을 배정하는 식의 갑질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에 백신 제조사나 유통업체들은 작년에 인플루엔자 백신 운송 중 상온노출 사건이나 부작용에 대한 언론의 과잉 반응으로 접종률이 떨어져 손실을 보았으며, 그로 인해 올해 이런 식으로 변칙적인 유통 방법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행위들은 명백히 불법 또는 탈법적인 작태이며,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률을 저하시켜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 방역 실패에서 아직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 방역 시스템을 더욱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또한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일간 코로나 확진자 수가 2천 명을 넘나들고 있는 상황에서, 다가올 겨울을 맞이하여 한시 바삐 인플루엔자 접종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개원가에서 백신을 제때 구하지 못한다면 결국 그 피해자는 국민이 될 것이다. 이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의 사전 대책이 부실한 탓이며 업무 태만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우리는 보건 당국과 백신 관련 업체들에게 다음과 같은 사항을 요구한다.

하나, 백신 제조 유통사들은 반품 불가, NIP 사용 불가라는 비상식적인 갑질 행태를 중단하라.

하나, 작년보다 크게 앙등한 백신 가격이 불공정한 담합에 의한 것이 아닌지 관계 당국은 조사하라.

하나, 정부는 지금이라도 예산을 투입하여 NIP용 백신 금액을 올려 물량 확보를 가능하도록 하라.

하나, 올해의 실패를 거울삼아 내년에는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의료계 의견을 반영하여 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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