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8천여 명의 신환이 발생하는가 하면, 사망률 상위 암종 중 하나로 꼽히는 췌장암. 특히 조기 진단이 어려워 환자의 절반 가량은 수술이 불가능한 전이성 췌장암으로 발견이 되고 있어 항암제 치료가 주요한 실정이다.

그간 췌장암은 '폴피리녹스(FOLFIRINOX, 옥살리플라틴+이리노테칸+플루오로우라실+류코보린)'와 '젬시타빈 기반 치료(젬시타빈 단독 혹은 젬시타빈+아브락산 병용(이하 AG요법))', '오니바이드' 등의 약제들을 교차 처방하는 방법으로 치료해 왔다.

NCCN가이드라인에서도 1차 치료(젬시타빈, 폴피리녹스, AG요법) 이후 2차 치료로 오니바이드와 함께 이들 약제의 교차 처방을 권고하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교차 처방시 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고가의 약제비를 환자가 모두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표준화된 치료법은 아니었던 상황.

하지만 최근, AG요법의 보험 급여 확대 소식이 전해지며 국내 췌장암 치료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대해 분당차병원 종양내과 전홍재 교수는 "AG요법이 2차 치료제로 급여가 확대되어, 보다 보편적으로 후속 치료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며 "췌장암 환자들은 약제 비용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더 많은 치료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이번 급여 확대의 의미에 대해 전했다.

분당차병원 종양내과 전홍재 교수
분당차병원 종양내과 전홍재 교수

전 교수에 따르면 "AG요법과 폴피리녹스는 췌장암 치료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약물들로, 1차 치료로 어떤 약물을 사용하든 서로 교차 처방하는 것이 전세계적으로 가장 보편화되어 있는 치료법"이라며 "약제가 부족한 췌장암에서 환자 치료를 이어나갈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에서도 1차로 폴피리녹스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비급여인 상태에서 2차 치료로 AG요법을 사용해 오고 있다"며 "비용 부담이 크지만, 폴피리녹스 후속 치료로 AG요법의 치료 효과가 우수하다는 점은 이미 여러 국가들에서 진행된 리얼월드 연구를 통해 입증된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2020년 초에 열린 ASCO GI에서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폴피리녹스 이후 AG요법 치료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연구 결과 AG요법 2차 치료시 OS(생존율)는 9.8개월, PFS(무진행생존기간)가 4.6개월로 나타났다.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지만 1차 치료 시점부터 환산해 본다면 폴피리녹스 치료 이후 전신 상태가 괜찮은 환자는 OS가 20.9개월, PFS가 13.9개월로 늘어나게 되는 셈이라고.

한편 정부는 AG요법에 대해 폴피리녹스 이후 치료에 대한 보험 급여 확대와 함께, 수술이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췌장암 치료에 대해서도 보험 급여를 확대했다.

전 교수는 "췌장암은 환자의 절반이 전이가 된 상태에서 병이 확인되고, 30~40% 가량은 전이가 안되더라도 혈관 침범으로 인해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진단이 되고 있다. 3기에 해당되는 국소 진행성 췌장암 환자들은 당장 수술은 불가능하지만, 항암 치료를 통해 혈관 침범이 개선되면 수술의 기회를 가져볼 수 있다"며 "그간 국소 진행성 췌장암에는 폴피리녹스만이 보험 급여가 적용되어 왔는데, 이번에 환자의 전신상태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처방 가능한 AG요법에 대해서도 급여가 확대됐다. 70세 이상의 고령 환자들이 많은 췌장암에서 보다 많은 국소 진행성에 해당되는 환자들이 수술을 통해 완치 가능성에 도전해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10년전만 하더라도 생존율이 개선되지 않아 환자들에게 치료를 받으라고 자신있게 권유하기가 힘들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치료 반응이나 생존기간이 과거에 비해 대폭 증가했고 치료비에 대한 부담도 대폭 줄어들게 된 만큼, 환자와 보호자 모두 절대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으라고 권유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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