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동맥고혈압 예후, 조기 병용 치료가 관건"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김대희 교수 인터뷰 김태완 기자l승인2021.05.03 00:2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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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공급하는 폐동맥 혈압의 상승으로 발생하는 '폐동맥고혈압'은 점차 폐혈관 저항이 증가해 우심실 후부하가 증가되어 우심실 부전과 조기 사망이 발생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폐동맥고혈압은 다양한 약제들이 개발되면서 최근에는 치료제들의 병용요법을 통해 생존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국내 환자들의 3년 생존율은 50%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일본(92%)이나 미국(68%)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치.

전문가들은 국내 폐동맥고혈압 환자들의 생존율 향상을 위해서는 조기 진단과 전문약제의 적극적인 병용요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국내 폐동맥고혈압 환자들의 병용 치료 비율은 18.4%로, 일본(79.2%)이나 미국(52.4%)에 비해 매우 저조하다.

이에 지난해 10월 발표된 국내 첫 폐동맥고혈압 진료지침에서는 초기 치료부터 강력한 병용요법 활용을 권고하고 나섰다. 하지만 아직까지 초기 약제 병용요법에 대한 보험급여가 인정되지 않고 있어, 국내 환자들은 여전히 초기 병용요법이 아닌 순차적 병용요법으로 치료를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본지는 5월 5일 세계폐동맥고혈압의 날을 맞아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김대희 교수를 만나 폐동맥고혈압에 대한 최신 지견과 조기 병용요법의 필요성에 대해 들어보는 자리를 가졌다.

▲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김대희 교수 인터뷰

Q: 폐동맥고혈압은 어떤 질환인가.

A: 심장은 2심방, 2심실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가 흔히 아는 고혈압은 전신의 혈관과 연결되어 있는 좌측 심장과 연관되어 있다. 폐동맥고혈압은 폐로 피를 보내는 우측 심장의 혈압이 상승하면서 발생한다. 보통 평균 혈압의 압력이 25mmHg 이상일 때를 폐동맥고혈압으로 정의한다. 폐동맥고혈압은 폐고혈압의 일부로, 폐고혈압을 정의하는 국제적인 기준이 1군부터 5군까지 중 1군에 속한다.

폐동맥고혈압은 특정 증상보다는 애매한 여러 가지 증상을 호소하기 때문에 진단이 어려운 편이다. 가장 좋은 스크리닝 방법은 심장초음파 검사다. 심장초음파에서 폐동맥 혈압을 추정할 수 있으며, 확진은 심도자 검사(관을 삽입해 폐동맥 압력을 측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폐동맥고혈압은 전체 폐고혈압 환자의 약 2% 정도이다. 심장초음파로 스크리닝을 해서 폐고혈압 진단을 내리고, 심도자 검사를 거쳐 폐동맥고혈압을 확진한다.

폐동맥고혈압은 우측 심장에 압력이 높아지면서 발생하기 때문에 심장이 무리해서 피를 짜내게 되고, 이 때문에 기능도 떨어진다. 막연한 피로감, 무기력함, 숨가쁨, 기침 등과 함께 우측 심장 기능 저하로 우심실 부족이 나타나게 되는데, 다리나 얼굴이 붓거나 가슴이 뛰거나, 흉통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굉장히 다양한 증상들을 동반하기 때문에 증상만으로는 폐동맥고혈압을 확진하기 어렵다.


Q: 반드시 폐동맥고혈압 검사를 받아야 하는 고위험군은 누구인가.

A: 특정 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1년마다 심초음파 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류마티스 내과 질환 중 전신경화증, 루푸스 등을 비롯해, 간경화증 환자, 선천성심장병으로 시술을 받은 환군도 포함된다. 요즘은 초진 환자라면 심초음파 검사가 보험 적용이 되기 때문에, 의심이 된다면 바로 검사를 받아 볼 것을 권유한다. 심초음파 결과, 폐동맥 압력 수치가 높을 시 상급종합병원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Q: 폐동맥고혈압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

A: 폐동맥고혈압 치료에는 크게 3가지 기전의 약제가 사용된다. 엔도텔린 수용체 길항제((Endothelin receptor antagonists: 이하 ERAs), 비아그라나 시알리스 계통의 포스포디에스테라제-5 억제제(Phosphodiesterase-5 inhibitor, 이하 PDE-5i), 프로스타사이클린 유도체(Prostacyclin analogue) 혹은 프로스타사이클린 수용체 작용제(Prostacyclin receptor agonists)가 있다. 하나의 약제로 시작하거나 적절하게 조합해서 환자의 증상을 개선시키고 생존율을 향상시키는 게 치료의 목표다.


Q: 국내 폐동맥고혈압 환자 생존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이유가 무엇인가.

A: 우리나라, 미국, 일본을 비교해보면 1년 생존율은 별 차이가 나지 않지만, 3년 생존율은 차이가 많이 난다. 우리나라는 생존율이 54.3%, 미국은 68%, 일본은 92%의 3년 생존율을 보인다. 일본 환자들의 3년 생존율이 가장 높은 이유는 초기부터 2가지 혹은 3가지 약제의 병용요법을 강력하게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병용요법을 2016년도에는 18%, 2018년도에는 30% 정도 시행했다. 미국은 50-60%, 일본은 90% 정도가 초기 병용요법을 시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개인적인 소견으로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생존율은 초기부터 얼마나 강력한 병용요법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좌우된다고 본다. 국내에서 초기부터 병용요법을 시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보험 인정 기준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아주 중증의 환자가 아니면 초기에는 1가지 약제만으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3개월 단위로 여러 가지 지표를 바탕으로 환자의 상태를 점검해 증상 악화가 판단이 될 때만 다른 약제를 추가할 수 있다. 초기 병용 요법이 아닌 순차적 병용 요법이다. 이러한 부분이 우리나라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생존율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Q: 폐동맥고혈압 치료에 대한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고 있는 사항이나 최신 치료 지견이 있다면?

A: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저위험(Low-risk) 상태 유지를 위해 적극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다. 보통 환자의 위험도는 1년 생존율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보통 5% 미만을 저위험(Low-risk) 환자군, 5-10% 사이를 중등도(Intermediate-risk) 환자군, 10% 이상을 고위험(High-risk) 환자군으로 정의를 한다. 아주 저위험 환자군이 아닐 경우, 초기부터 2가지 약제의 병용 요법을 권고하는 것이 전 세계적인 추세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약제 조합은 ERAs와 PDE-5i다. 최근에는 프로타사이클린 수용체 작용제에서 셀렉시팍 같은 약제를 ERA 혹은 PDE5i에 병용하거나 혹은 둘을 병용한 환자에서 3제로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보험 상 초기 병용요법이 굉장히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Q: 병용 치료는 5-10%의 중등도 환자군부터 무조건 시행하는게 좋은가?

A: 그렇다. 요즘 세계적인 추세가 중등도 환자군에서 초기에 병용요법을 시작해 3개월마다 환자의 위험도 평가를 해서 3번째 약제를 추가해서 병용요법을 쓸 건지, 주사제로 전환을 할 것인지를 판단하게 된다. 치료를 시작한 지 1년 안에 중등도 환자를 저위험도로 빠르게 만드는 것이 치료 예후를 가장 좋게 하는 방법이다.


Q: 폐동맥고혈압 환자를 진료하는 전문의로서 어려움이 있다면?

A: 앞서도 언급했지만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의 입장에서 가장 답답한 부분이 바로 우리나라의 보험 급여 문제다. 학회 차원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국제 기준에 맞춰서 곧 바뀔 거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현재는 초기 병용요법이 안정치 않은 호흡 곤란을 호소하는 굉장히 진행된 폐동맥고혈압 환자에서만 허용하고 있다.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보험 기준이 국제적인 기준에 맞게 변화하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다.


Q: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이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치료에 미치는 영향이 있나?

A: 폐동맥고혈압 환자들은 한달 만에 오는 환자들도 있지만, 대부분 3개월 간격으로 내원한다. 환자 스스로 치료와 관리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진료를 빠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병원 내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폐동맥고혈압 환자라면 정기적으로 운동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시행하는 6분 보행 검사에서 코로나19 이전 상황에서의 결과와 객관적인 비교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최근에는 폐동맥고혈압 환자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해도 되는가에 대한 문의가 많아졌다.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환자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때 사망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폐동맥고혈압 환자에게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Q: 폐동맥고혈압을 진료하는 의료진과 폐동맥고혈압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A: 환자 중에서는 폐동맥고혈압이 치료가 잘 되고 있음에도, 갑자기 한방에 의존하겠다고 갑자기 치료를 끊고 병원을 오지 않는 환자들이 있다. 저는 환자들에게 폐동맥고혈압을 내리막길과 비유해 설명한다. 우리가 쓰는 치료제는 내리막길의 경사도를 조금 더 완만하게 해주는 방법이지, 내리막길로 내려가는 일 자체를 막을 순 없다. 폐동맥고혈압 치료는 잠시 중단하고 치료를 재개하면 그동안 나빠진 상태를 돌이킬 수 없다. 환자들이 정기적인 병원 치료와 약 복용을 임의로 중단하지 않았으면 한다. 

처방하던 약제를 잘 바꾸려 하지 않는 의료진의 관성을 표현하는 physician inertia라는 말이 있다.  여러 연구를 통해 의료진이 환자의 상황이나 감정 상태에 따라 약제의 증량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주변을 살펴보면 이는 폐동맥고혈압을 진료하는 의료진에게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 수가와 관련되어 ‘3분 진료’로도 일컬어지는 우리나라의 진료 현실이 이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태완 기자  kmedinf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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