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학교병원 유방갑상선외과 강상율 교수
전북대학교병원 유방갑상선외과 강상율 교수

최근 세계보건기구가 전세계 유방암 환자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세계 유방암 계획’ 사업을 출범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2040년까지 매해 사망률을 2.5%씩 줄여나가 250만 명의 생명을 구하겠다는 계획이다. 유방암은 전세계적으로 발생률이 지속 높아지고 있어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다행히 국내 유방암 환자들은 다른 국가 대비 낮은 사망률과 높은 생존율을 기록하며 비교적 좋은 치료 예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좋은 예후에도 불구하고 유방암 환자들의 치료 의지를 꺾는 요인이 있다. 바로 높은 생존율 이면에 자리한 높은 재발률이다. 유방암의 암세포는 성장 속도가 느린 경우가 많아 10년이 지난 후에도 재발하거나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초기 유방암 환자의 약 30%는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진단을 받게 된다. 유방암 치료 후 되찾았던 일상에서 벗어나 다시 한 번 투병 생활을 반복해야 한다는 사실이 환자들을 더욱 괴롭게 만든다.

따라서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치료 시에는 환자들이 호소하는 좌절감이나 두려움을 고려하여 환자의 치료 의지를 높일 수 있는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가 느끼는 부담감을 낮출 수 있도록 효과 및 투약성은 좋으면서 부작용은 적은 치료법을 선택해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국내 유방암 진료 권고안에서도 빠른 종양 축소가 요구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병용항암화학요법과 효과는 유사하면서 독성이 비교적 적고 투약 편의성이 높은 단일항암화학요법을 권장하고 있다.

국내에서 진행성·전이성 유방암 치료에 허가된 단일항암화학요법 중 하나로는 에리불린(제품명: 할라벤)이 있다. 세계적으로 전이성 유방암 치료에 권고되는 에리불린은 예비투약 없이 2~5분의 짧은 시간동안 투약하는 방식으로 병원에 머무르는 시간을 줄여, 일상 및 치료의 병행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독성 프로파일이 관리 가능한 수준이며 , 임상연구를 통해 생존기간 연장 효과를 확인하여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치료 의지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본원의 한 50대 유방암 환자는 수술 후 5년 만에 뼈와 간 전이 판정을 받아 항암치료를 시작하였으나, 처음 투여한 항암제의 심각한 부작용으로 인해 치료제 용량 감소 및 투여 연기를 반복했다. 이로 인해 항암제 효과가 반감되면서 환자와 상의 끝에 에리불린 치료를 결정하였다. 에리불린을 투여하면서 부작용이 크게 줄어 용량 감소 및 투여 연기를 할 필요가 없었으며, 입원 없이 항암치료를 진행할 수 있어 환자 삶의 질이 개선되었다. 항암제 반응평가에서도 간 전이 감소를 확인하면서 환자가 적극적인 치료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현재 6개월 넘게 치료와 직장 생활을 잘 병행하고 있다.

현재 국내 유방암 치료 현장에는 진행성 및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게도 유의미한 생존기간 연장과 삶의 질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치료 옵션들이 마련되어 있다. 환자들이 치료 의지를 고취시킬 수 있도록 치료제에 대한 의료진의 충분한 설명과 격려의 말이 필요하겠다. 치료 환경의 개선으로 과거에 비해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게 된 만큼, 환자들 역시 치료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생존기간 연장 및 삶의 질 개선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치료를 이어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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