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간세포암 치료는 표적치료제로만 전신 약물 치료가 이뤄져 왔다. 하지만 최근 치료 효과가 입증된 면역항암제 기반 치료가 속속 등장하면서 간세포암 치료의 패러다임 변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먼저 지난해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이 간암 1차 치료제로 국내 허가를 획득했다. 이어 최근에는 여보이+옵디보(성분명 이필리무맙+니볼루맙)가 사전신청요법으로 일부 병원내 2차 약제로 처방이 가능해진 상황.

면역항암제는 반응이 좋은 환자들에게서 지속적인 치료 효과를 나타내며 장기 생존이 가능하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완전 관해를 통한 완치의 길을 기대할 수 있어 많은 의료진과 환자들이 기다려온 치료제다.

이 때문에 면역항암제들로만 구성된 여보이+옵디보 병용 요법의 등장이 주목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일 터. 더욱이 이로 인해 변화를 맞게될 간암 치료 전략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이 치료법이 현재까지 발표된 간암의 후속치료 결과 가운데 가장 강력한 효과를 보였기 때문.

이에 본지는 현재 여보이+옵디보의 3상 임상인 CheckMate-9DW 연구에 참여 중이며, 진료 현장에서 처방을 시작한 분당차병원 종양내과 전홍재 교수를 만나 여보이+옵디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분당차병원 종양내과 전홍재 교수
분당차병원 종양내과 전홍재 교수

높은 반응률과 완치 가능성 보유

2019년 미국임상암학회(ASCO)에서 1/2상 임상 CheckMate-040 연구 결과를 발표한 여보이+옵디보 병용 요법은 지난해 3월 미국 FDA 신속 승인을 획득, 이후 12월 국내에서도 사전신청요법을 획득했다.

CheckMate-040 연구는 A군(3주마다 옵디보 1mg/kg + 여보이 3mg/kg * 4회 치료 후 2주마다 옵디보 240mg 치료(n=50)), B군(3주마다 옵디보 3mg/kg + 여보이 1mg/kg * 4회 치료 후 2주마다 옵디보 240mg 치료(n=49)), C군(2주마다 옵디보 3mg/kg + 6주마다 여보이 1mg/kg 치료(n=49))으로 나누어 진행됐다.

연구 결과 여보이+옵디보 병용요법의 전체 반응률은 31~32%로 각 군에서 모두 높았다. 영상학적으로 병이 완전히 사라지는 완전관해율은 A군이 8%, B군이 6%, C군 0%로 나타났으며, 평균 생존 기간은 A군이 22.8개월, B군이 12.5개월, C군이 12.7개월이었다. 이에 FDA에 승인된 약물의 용량과 투약 스케줄도 A군과 동일하게 결정됐다. 특히 치료 반응을 보인 환자들의 70% 이상이 3년 이상의 장기 생존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전홍재 교수는 "여보이+옵디보는 현존하는 간암 2차 치료제 가운데 가장 높은 치료 반응률과 생존기간 중앙값을 기록한 약물"이라며 "아직 1/2상 결과에 불과한 만큼 과대 평가를 하기는 어렵겠지만, 현재 진행 중인 3상 연구 CheckMate-9DW에서도 좋은 효과를 보여준다면 또 하나의 강력한 간암 치료 옵션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현재 2차 약물로 쓰이고 있는 면역항암제 단독 요법의 반응률은 15% 내외로, 여보이+옵디보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TKI제제인 스티바가(11%)나 카보메틱스(4%), 사이람자(5%) 등도 이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 평균 생존기간에서도 여보이+옵디보는 23개월을 기록하며 면역항암제 단독 요법(13~15개월), TKI제제(8~11개월) 대비 월등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여보이+옵디보의 가장 큰 강점은 완전관해율(complete response)이다. 여보이+옵디보는 1차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에서 8%의 완전관해율을 기록, 이는 환자 약 12명 당 1명은 완치에 가까운 치료 효과를 나타냈다. 이는 면역항암암제 단독요법(1~3%)이나 1차 치료에서 5.5%의 완전관해율을 기록한 티쎈트릭+아바스틴 보다 높은 수치다. 이에 미국에서는 여보이+옵디보에 대한 처방 비율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전 교수는 "옵디보 단독치료의 경우 효과가 있는 환자들에게 큰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첫번째 반응평가에서 병이 악화되는 환자도 40% 정도로 적지 않다. 하지만 티쎈트릭+아바스틴은 투약 후 첫 반응 평가에서 병이 악화되는 환자의 비율을 20%미만으로 낮추었으며, 병용치료임에도 부작용이 적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여보이+옵디보는 전통적으로 면역항암제에 기대했던 치료 효과를 증폭시켜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며 "기존의 면역항암제 단독 치료들에 비해 반응률은 2배 가까이 올려주면서 치료효과가 있는 환자에게는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여주는 것이 강점"이라고 평했다.

여보이+옵디보 병용 요법이 관심을 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CTLA-4 억제제인 여보이의 효과다.

그간 면역항암제들은 주로 PD-L1의 치료 효과를 중요시 했다. CTLA-4 억제제는 독성으로 인해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고 평가받았기 때문. 하지만 CheckMate-040 연구 결과가 발표된 후, 간암 치료에서는 고용량 CTLA-4억제제의 치료 효과를 재조명하고 있다.

전홍재 교수는 "CTLA-4억제제는 수지상세포가 면역 사이클 초반부를 건드리다 보니, 전신 면역 반응을 폭넓게 유발시켜 독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단점이 존재한다"며 "이렇다 보니 '굳이 고용량의 CTLA-4억제제를 간기능의 보존이 중요한 간암 치료에 사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CheckMate-040 연구에서 고용량의 CTLA-4억제제를 투여한 환자군에서 치료 결과가 가장 좋았고, 또 다른 다국적 제약사(아스트라제네카)의 CTLA-4억제제와 PD-L1 병용 임상에서도 CTLA-4억제제인 트레멜리무맙 고용량 투여군은 PD-L1 및 CTLA-4 억제제 단독 치료군이나 저용량 CTLA-4 투여군 대비 반응률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존기간 중앙값도 고용량 CTLA-4 억제제 투여군은 18.73개월로 타 치료군(13.57개월, 15.11개월, 11.3개월)에 비해 높았다"며 "이러한 일관된 결과로 고용량 CTLA-4억제제는 최근 간암 치료 영역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독성·비용·추가 임상 등은 넘어야 할 산

이렇듯 여보이+옵디보 병용 요법이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지만, 일반적인 표준 치료로 자리매김 하기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먼저 우수한 효과만큼이나 주의해야 하는 독성은 여보이+옵디보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힌다.

전홍재 교수는 "옵디보는 타 약제에 비해 부작용이 크지 않지만, 여보이 병용치료로 인한 독성은 적지 않을 수 있다"며 "무엇보다 간암 환자에게 있어 간기능은 매우 중요한 지표인데, 여보이로 면역력이 과하게 증가하면서 간수치 상승이나 호르몬 불균형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비율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CheckMate-040 임상에서도 3-4등급의 이상반응은 B군(29%), C군(31%) 대비 A군(53%)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관리가 가능한 수준의 독성이었지만, 코호트 내 13명의 환자(8.9%)는 치료 중단으로 이어지는 등급의 치료관련 이상반응을 보였고 8명(5.5%)은 3-4등급의 치료관련 이상반응으로 치료를 중단했다.

전 교수는 "여보이+옵디보는 부작용이 적지 않기 때문에 치료 중 발생하는 독성을 잘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특히 간내 병변이 클 경우에는 암세포가 제거되면서 발생하는 물질들도 많아 여러가지 반응들이 나타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비용적인 부분도 간과하기 어렵다. 일반적인 고형암에서 여보이 1mg/kg를 투여하는 경우가 많으나, 간암의 경우에는 3mg/kg을 투여하기 때문에 한번 치료로 3배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전 교수는 "고가의 여보이를 3배 높게 투여하는 비용적인 측면에서 환자들에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며 "비록 초기 4회까지만 여보이를 투여한다 하더라도 타 약물에 비해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틀림없다"고 전했다.

FDA 신속 승인을 받았지만 3상 연구를 비롯한 다양한 임상 결과의 부재도 넘어야 할 산이다.

과거 간암 치료에 도전했던 다수의 약물들이 3상 임상에서 실패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1/2상 연구 결과만으로 여보이+옵디보의 효과를 결론짓기는 이른 감이 있다고.

이에 더해 현재 국내에서의 제한점은 여보이+옵디보 병용 치료가 넥사바 치료 이후에만 가능하다. 결국 1차 치료로 티쎈트릭+아바스틴이나 렌비마 치료를 받은 환자는 반드시 넥사바 후속치료를 받아야만 여보이+옵디보로 치료가 가능한 셈이다. 하지만 넥사바를 후속치료로 사용하게 될 경우, 환자들은 이를 비급여로 부담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전 교수는 "1차 치료제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 치료 이후에 여보이+옵디보 병용 치료를 하는 경우, 어느 정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임상 연구 결과는 아직까지 없다. 다만 기전상으로 본다면 여보이+옵디보와 티쎈트릭+아바스틴은 서로 다른 병용 치료라고 볼 수 있다"며 "이는 향후 리얼월드 데이터를 통해 1차 티쎈트릭+아바스틴, 2차 넥사바, 3차 여보이+옵디보와 같은 새로운 시퀀스의 결과가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까지 넥사바가 아닌 다른 약제로 1차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후속치료에 넥사바를 비급여로 사용해야만 다음 약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제한점이 있다"며 "하루 빨리 이러한 제한점이 해결되어 더 많은 환자들에게 다양한 치료의 기회가 제공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e-의료정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