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을 받고자 하는 사람과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대상

교정수술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의 문제는

1) 대상자의 눈이 수술을 해도 안전한지

2) 환자가 원하는 눈의 상태 혹은 교정 목표치가 그 수술로 충족될 수 있는지 여부로써 결정된다. 대상의 문제도 결국은 '안전과 효과' 문제로 집약된다고 볼 수 있다.

 

명백한 대상과 명백한 비대상

소제목을 이렇게 달아보았지만 사실 시력교정수술에서 '명백한 대상'이라는 것은 없다. 어떤 수술의 목적이 치료라고 한다면 그 치료가 꼭 필요한 명백한 대상이 있을 수 있지만 (이를 테면 불편이 없더라도 제거수술을 꼭 받아야 하는 종양), 시력교정수술은 삶의 질 내지는 편의를 위해 대상자의 선호에 따라 선택하는 성격의 수술이어서 명백히 대상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시력교정수술이 치료적 목적으로, 즉 고도의 굴절이상으로 인하여 약시의 위험이 큰 소아에게서 교정수술이 시행되는 경우가 있고, 또 조절성내사시에 대한 치료로 활용되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그 이유가 자명해 보일지라도, 수술을 결정하기 전에 수술을 생각하는 구체적인 동기를 환자에게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수술만하면 완벽한 눈을 가지게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시력교정수술은 실상 굴절교정수술이며, 굴절이상으로 인한 불편만을 해소하는 수술임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시력은 모두 다,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라식이나 라섹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으로 기대하고서 병원을 찾는 이들이 꽤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를테면 안경이 불편한 이유가 (굴절이상과는 직접 상관없는) 노안 때문인데도 레이저시력교정수술을 받으면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꼼꼼히 문진해서 환자가 원하는 요구사항이 교정수술로 개선될 수 있는 종류의 것인지, 더 적합한 다른 수술 방법은 없는지 성실히 찾아야 할 것이다.

레이저시력교정수술에서 명백한 대상은 없어도 명백한 비대상은 있다. 눈의 조건이 수술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대상은 명백한 비대상이다. 예컨대 심한 각막 반흔이 있거나 원추각막이 의심되는 눈을 두고 레이저시력교정수술을 생각하는 의사는 드물다. 문제는 수술해도 안전한 눈인지를 판별하는 것일 테다. 안전에 대한 논의는 별도로 다룰 예정이므로 여기서는 명백한 비대상은 아니되 그럼에도 가급적 수술에 들어가지 말아야 하는 대상, 혹은 수술 결정에 더욱 신중해야 하고 또 수술 후 경과 시에도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대상 위주로 살펴보고자 한다. 예컨대 헤르페스 각막염을 앓은 병력이 있으면 수술 후 사용하는 스테로이드가 국소면역을 떨어뜨려서 각막염이 재발할 위험이 있으므로 수술 결정에 신중해야 한다. 다만 병력은 있으되 병변이 관찰되지 않을 정도이거나 미미한 상태라면 수술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이 때 수술 후 경구 및 점안 항바이러스제의 예방적 투약을 고려해야 한다.

레이저시력교정수술은 안 되지만 다른 종류의 시력교정수술을 적용하면 얼마든지 교정할 수 있는 눈들이 있다. 대상에 따라서는 안내렌즈삽입술(ICL)이나 노안수술과 같은 종류의 수술이 레이저시력교정수술보다 굴절교정수술로서 오히려 더 안전하고 효과적일 수 있다. 이 경우 이들 수술법이 대안을 넘어 주 교정법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 얘기를 하는 것은 ‘시력교정수술=라식 라섹’으로만 여기는 분들이 꽤 많다는 점도 생각한 것이지만, 안과 병원에서조차 자신들이 안내수술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라식이나 라섹이 안 되면 아예 수술이 안 되는 대상으로 치부해 버리고 마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서다.

절실히 필요한 사람에게 다른 대안이 있음을 알려주는 것 또한 의사의 의무 중 하나일 것이다. 레이저시력교정수술과 더불어 안내수술까지 적용한다면, 굴절이상으로 인한 불편을 수술로 해소할 수 없는 대상은 사실 드물다.

 

라섹은 가능하지만 라식은 곤란한 대상

각막두께가 교정량에 비해 충분치 않을 때는 침범 깊이가 얕은 표면연마가 더 안전할 수 있다. 형태에서도 너무 가파른 각막의 경우, 마이크로케라톰으로 절편을 제작하는 동안 구멍의 위험이 있으므로 라섹이 더 안전할 수 있다. 물론 이 경우 펨토초레이저가 마이크로케라톰보다 더 안전할 수 있지만 가파른 것 자체가 그렇지 않은 각막에 비해 구조적 안정성에서 떨어진다고 볼 수 있으므로 절편을 만드는 도구와 무관하게 라식보다는 표면연마인 라섹이 더 안전할 수 있다. 반대로 너무 편평한 각막은 마이크로케라톰으로 절편을 만들 때 유리 절편의 위험이 따르는데, 이 역시 라섹에서는 없는 위험이다.

투명각막가장자리변성도 도난시와 더불어 각막이 편평한 것으로 발현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수술 자체가 안전하게 시행된다 해도, 수술 후의 안전까지 고려한다면 눈에 외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은 대상은 절편이 있는 라식보다 라섹이 더 안전하다. 외상은 꼭 과격한 운동(예컨대 격투기나 축구 같은 스포츠 활동)에서만 동반되는 것이 아니다. 사소하지만 날카로운 외상이 오히려 더 위험하다.

필자의 경험상 가장 위험한 것은 아이들의 손인 것 같다. 아이를 돌봐야 하는 주부가 아이의 손에 눈을 다쳐서 내원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있다. 만약 라식을 받은 눈이라면 가슴이 철렁한다. 라섹은 껍질에 상처가 생길지언정 사고 가능성은 수술 전과 다름이 없다. 깊은 눈, 작은 눈, 이전에 녹내장 수술을 받아서 여과포를 가지고 있는 눈, 공막돌륭술을 받은 눈, 망막에 병변이 있는 눈, 시신경 드루젠, 안구건조증이 있는 눈 등에서도 라섹이 더 유리하다는 것은 그나마 덜 부각되는 비교점이다. 아벨리노각막이상증은 여러 차례 매스컴을 탄 덕분에 많이 알려진 이슈인데, 아벨리노를 가진 것이 확인된 대상이라면 수술에 들어갈 리 없지만 만에 하나 놓치는 경우 라식이 훨씬 더 위험하다는 것이 필자의 결론이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자세히 다루겠다.

 

라식은 가능하지만 라섹은 신중해야 하는 대상

위의 ‘라섹>라식’과 대칭되도록 제목을 붙여 보았다. 그렇지만 라식만 가능하고 라섹은 안 되는 대상은 사실 거의 없는 것 같다. 몇 가지를 찾아낼 수 있는데, 그나마도 과거와 달리 크게 완화된 제한점들이다.

켈로이드 체질은 라섹과 관련해서 주의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던 대표적인 예이다. 그렇지만 여러 문헌과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M-라섹을 적용하면 켈로이드 체질에서도 문제없이 라섹을 시술할 수 있다. 고도근시안의 경우, 예전에는 혼탁 발생을 우려해서 필자도 절편을 얇게 만드는 방식의 라식을 (각막 두께가 허용된다면) 상대적으로 더 권하는 편이었으나, 지금은 엠라섹으로 거의 대체했다. '혼탁 발생이 고도근시안에서조차 매우 드물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이다. 스테로이드 반응성에 대한 우려에서도 엠라섹을 하면서부터는 스테로이드의 투여량과 기간이 라식과 차이가 없게 되었다.

한가지, 눈병을 앓고 난 후 상피하 혼탁이 미만성으로 깔려 있는 눈에서는 라섹보다 라식이 더 나을 수 있다. 상피를 걷어 내는 과정에서 상피하 혼탁이 점점이 파일 수 있다. 수가 많지 않으면 국소적 상피과증식으로 메워지므로, 문제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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