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정부는 "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응급실, 중환자실 의료진부터 법적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힌데 대해 의협이 필수의료에 사망선고를 내렸다"고 비판했다.

의협 측은 "28일 업무개시명령에 따르지 않았다고 하여 10명의 젊은 의사를 고발한 것에 이어 법적인 압박을 이어가겠다고 예고한 셈"이라며 다음과 같이 밝혔다.

필수의료의 정의는 명확치 않으나 일반적으로 전통적인 주요 과목인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과 중증환자가 많은 신경외과,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등의 과목을 포함하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를 일컫는다.

이러한 분야는 다른 의학분야보다 더 높은 책임감과 정신적·신체적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밖에 없는 특징이 있다. 또한 환자의 생사의 갈림길에 함께 서게 되므로 사고나 소송의 위협 또한 높다. 따라서 정상적인 나라라면 이러한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는 사회적으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인정받아 그에 맞는 존경과 인센티브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라는 것.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이 분야들은 대표적으로 의료수가가 낮으며 그래서 병원들도 채용하기를 꺼려하고 그 결과 일자리는 적다. 또, 힘들고 어려운 것에 비해 보상은 적으며 소송은 많이 당한다. 그래서 '기피과', '비인기과'가 되어 버렸다. 과목마다 차이가 있으나 모든 의학분야의 기본이며 근본인 내과마저도 정원을 채우지 못해 4년제 수련과정을 3년으로 단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일방적이고 폭압적인 정책 추진에 맞선 젊은 의사들을 탄압하는 과정에서 이들 필수의료 과목의 의료진을 우선적으로 통제하고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니 어쩔 수 없다고 하겠지만 이것은 안 그래도 쓰러지고 있는 필수의료에 국가가 공인하는 '사망선고'를 내린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필수의료과목 의사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거운 책임, 적은 보상과 낮은 처우, 높은 사고와 소송 위협을 견뎌야 한다는 것에 더하여 '국가의 통제와 처벌 대상 1순위'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게 되었다.

사회를 유지하기 위하여 꼭 필요하고 중요한 일을 할수록 정부의 일방적인 '명령'을 받고 '복종'해야 하며 따르지 않으면 '처벌' 받게 되는, 현대화된 문명사회에서 믿을 수 없는 장면을 지금 2020년 대한민국에서 두 눈으로 똑똑하게 목도하고 있다.

이러한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수많은 의대생과 미래의 의사들이 어떤 생각을 할 것인가. 과연 책임감과 소명의식만으로 지금 대한민국의 야만적 풍경을 몸으로, 마음으로 견뎌낼 수 있을 것인가. 과연 이러한 상황에서 필수의료를 전공하는, 그야말로 "슬기롭지 못한 의사"가 기꺼이 될 수 있을 것인가.

2020년 8월 30일은 대한민국 필수의료에 종지부를 찍은, 대한민국 필수의료가 사망선고를 받은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또한 그 사망선고를 내린 당사자는 대한민국 정부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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