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세승 박아현 변호사
법무법인 세승 박아현 변호사

코로나19의 유행으로 환자들이 병원 방문을 자제하고 있는 추세이며 정부 역시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의 경우에는 병원을 방문하기 보다는 선별진료소를 통해 진단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병·의원 등 의료기관 개설자 역시 자신들이 관리하는 시설에 대한 방역을 철저히 하고는 있으나 감염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바,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가 방문하지는 않는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얼마 전 대구 경북 지역에서 대규모 코로나19 감염사례가 확인되면서 의료기관들은 병원 내 감염 예방을 위해 해당지역 방문사실을 사전에 확인하였는데, 이러한 방문 사실을 속이고 입원 후 뒤늦게 확진 받은 사례가 있었다. 물론 환자의 진료 받을 권리는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요즘 같이 감염병이 유행하는 특수한 상황에서는 개인의 권리 보장으로 인해 다수의 희생 야기 될 수 도 있다. 그러므로 경우에 따라서 의사의 진료거부가 허용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바, 아래에서는 의사의 진료거부 금지 의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의료법 제15조 제1항은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고 하여 진료거부 금지 의무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정당한 사유란 무엇일까.

보건복지부는 유권해석으로 ‘정당한 진료거부 사유’에는 ① 의사가 부재중이거나 신병으로 인하여 진료를 행할 수 없는 상황인 경우, ② 병상, 의료인력, 의약품, 치료재료 등 시설 및 인력 등이 부족하여 새로운 환자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 ③ 의원 또는 외래진료실에서 예약환자 진료 일정 때문에 당일 방문 환자에게 타 의료기관 이용을 권유할 수밖에 없는 경우 ④ 의사가 타 전문 과목 영역 또는 고난이도의 진료를 수행할 전문지식 또는 경험이 부족한 경우, ⑤ 타 의료인이 환자에게 기 시행한 치료(투약, 시술, 수술 등) 사항을 명확히 알 수 없는 등 의학적 특수성 등으로 인하여 새로운 치료가 어려운 경우, ⑥ 환자가 의료인의 치료방침에 따를 수 없음을 천명하여 특정 치료의 수행이 불가하거나, 환자가 의료인으로서의 양심과 전문지식에 반하는 치료방법을 의료인에게 요구하는 경우, ⑦ 환자 또는 보호자 등이 해당 의료인에 대하여 모욕죄, 명예훼손죄, 폭행죄, 업무방해죄에 해당될 수 있는 상황을 형성하여 의료인이 정상적인 의료행위를 행할 수 없도록 하는 경우, ⑧ 더 이상의 입원치료가 불필요함 또는 대학병원 급 의료기관에서의 입원치료는 필요치 아니함을 의학적으로 명백히 판단할 수 있는 상황에서, 환자에게 가정요양 또는 요양병원 · 1차 의료기관 · 요양시설 등의 이용을 충분한 설명과 함께 권유하고 퇴원을 지시하는 경우가 있다고 제시한 바 있다.

판례에서도 ① 환자가 해당 병원에서 보험치료가 되지 않는 것을 알고, 일반 환자로라도 치료해달라고 요청하지 않고 다른 병원으로 간 경우(서울지방법원 1993.1.15. 선고 92고합90,145 병합 판결), ②전 원 결정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을 뿐, 당해 병원에서 수술할 것을 요청하지 않은 경우(대법원 2000.9.8. 선고 99다48245 판결), ③ 입원 치료를 계속 받아야 할 필요성이 없어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퇴원을 요구한 경우(서울동부지방법원 2013.7.24 선고 2012가단67345 판결), ④ 의료기관 폐업 과정에서 입원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전원 시킨 경우(창원지방법원 20149.26 선고 2013구합985 판결), ⑤ 대기 중이던 환자들이 호승차량 이동시간에 맞춰 부내에 복귀하는 바람에 부득이 진료하지 못한 경우(헌법재판소 2018.8.30, 2018헌마 176 결정) 에는 진료거부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진료거부에 관한 판례가 많이 축적되지 않아 진료거부가 정당화 되는 경우를 명확히 하기 어려우나 사실관계가 유사하다면 판례의 입장을 참고해볼 만 하다.

진료거부 금지 조항과 관련하여 일각에서는 현실적으로 무용하며 오히려 환자가 의료진을 위협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는 지적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적절한 법해석을 통해 현실에 적용한다면 요즘 같이 특수한 상황에서는 더욱 유용한 법조항으로 거듭 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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