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세승 변호사 한 진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 한 진

입원실이나 응급의료센터를 두고 있어 24시간 운영이 불가피한 의료기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노무 문제에 대해 최근 사례를 바탕으로 살펴보겠다.

수도권 소재 A병원은 준종합병원으로서, 입원실과 응급의료센터를 두고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병원에 근무하는 인력 중 의료진에 대해서는 당직근무자를 따로 채용하거나 3교대 근무를 도입하였고, 그 외 원무과, 관리과 등 직원들은 최소 인원만 근무를 하되, 심야시간에는 6시간의 공식적인 휴게시간을 부여하는 등 나름 합리적인 방법으로 운영하였다.

한편 병원은 위 직원들에 대해서 휴게시간과 함께 휴식장소도 제공하였으나, 핸드폰 메시지를 통해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업무를 시켜왔다. 그 업무의 내용을 살펴보면, 10~20분 정도 소요되는 단순 업무(병동 물품 지급 및 교체, 고장 점검, 출입문 관건 등)이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건은 주간 업무로 인계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이들의 심야 휴게시간에 대해서 분쟁이 발생하였다. 그 요지는 ‘심야 휴게시간에 수시로 병원의 업무를 수행하였는바, 휴게시간이 제대로 보장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근로시간으로 보아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법원은 위 쟁점과 관련하여, ‘휴게시간이란 근로시간 도중에 사용자의 지휘ㆍ감독으로부터 해방되어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말한다.’고 정의하면서, ‘근로자가 작업시간 도중에 실제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ㆍ수면시간이라 하더라도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ㆍ감독을 받고 있는 시간이라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법원은 위 법리를 바탕으로 아파트 경비원들의 야간근무 사례에 대해, ‘야간휴게시간에 근무초소 내의 의자에 앉아 가면상태를 취하면서 급한 일이 발생할 시 즉각 반응하도록 지시한 점, 야간휴게시간에 근무초소(경비실) 내의 조명을 켜 놓도록 한 점, 야간휴게시간에 피고의 지시로 시행된 순찰업무는 경비원마다 매번 정해진 시간에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로 인하여 나머지 휴게시간의 자유로운 이용이 방해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근거로 문제된 야간휴게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보았다.

반면 법원은 같은 경비업무임에도 ‘휴게시간 동안 장소적으로 독립된 공간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는 점, 해당 근무 장소에는 1차적으로 경비 업무를 담당하는 무인전자경비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어 무인전자경비시스템이 작동되면 할 일이 거의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사용자인 피고가 근무 중에 원고에게 개별적ㆍ구체적으로 경비 또는 순찰을 지시하거나 근무상황을 감독하거나 별도의 보고를 요구한 흔적이 없는 점’ 등이 인정된 사례에서는 야간휴게시간을 근로시간이 아니라고 보았다.

결국 매번 구체적인 사실관계을 따져서 휴게시간 인정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다. 다만, 본 건의 경우, ‘문제된 직원의 심야 휴게시간 중 업무 요청이 전체 업무요청횟수의 삼분의 일에 달하고, 매번 실제 업무를 수행한 점, 핸드폰으로 수시 업무지시를 받았고, 업무내용이 기록되기도 한 점, 휴게시간 중 업무내용이 기재된 지시서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근로시간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있다. 아직 최종 결론이 내려진 것은 아니지만, 만약 근로시간으로 인정될 경우, 전체 휴게시간에 대해 임금을 지급하여야 하고, 미지급시 근로기준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으며, 형사처벌에도 불구하고 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근로자가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노무 이슈는 모든 의료기관 경영자들이 겪고 있고, 대부분 쉽게 풀어내기 어려운 난제이다. 최근 고용노동부, 수사기관, 법원 모두 노무 문제에 대해 엄격하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고, 사례 역시 누적되고 있는바, 각 병원으로서는 본 기고문의 내용을 참조하여 분쟁 소지가 있는 인력운영에 대해서는 선제적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점검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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