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구용 폐암 표적치료제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EGFR 억제제 시장에서는 베링거인겔하임의 지오트립이, ALK 억제제 시장에서는 로슈의 알레센자가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기 때문.

2019년도 주요 경구용 폐암 치료제 처방액 추이(자료:유비스트, 의료정보 재구성)
2019년도 주요 경구용 폐암 치료제 처방액 추이(자료:유비스트, 의료정보 재구성)

최근 발표된 원외처방 보고서(유비스트)에 따르면, 베링거인겔하임의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 폐암 치료제 지오트립은 지난해 성적으로 전년도(56억 원) 대비 84.8% 증가한 103억 원의 처방조제액을 기록했다. 이는 2018년 실적의 2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로써 지오트립은 2014년 보험 급여 획득 이후 5년만에 연 처방액 100억 원을 돌파하게 됐다.

이 같은 지오트립의 성장은 국내 의료진들과 환자들에게 신뢰를 얻은 데서 기인한 결과로 보인다.

베링거인겔하임은은 지난해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에 대한 순차치료(sequential therapy)의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1차 치료제로 지오트립, 2차 치료제로 타그리소를 순차적으로 투여 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후향적 리얼월드 연구 GioTag의 추가 분석 데이터를 발표한 바 있다.

분석 결과, 30.3개월의 추적(중간값) 이후 리얼월드 세팅에서 치료 받은 EGFR T790M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의 전체 생존기간의 중간값은 약 3.5년 (41.3개월)이었으며, 2년 전체 생존율은 80%이었다. 특히 전체 생존기간은 지오트립 치료 시작 시점에 Del19 변이 양성 종양을 가진 환자에서 더욱 긍정적이었는데, 이들 환자들의 전체 생존기간의 중간값은 45.7개월이었으며, 2년 전체 생존율은 82%이었다.

또한, 지오트립을 1차 치료제로, 타그리소을 2차 치료제로 사용한 순차치료의 치료기간의 중간값은 28.1개월이었으며, Del19 변이 양성 종양을 가진 환자들에서 치료기간의 중간값은 30.6개월이었다. 지오트립 1차 치료 후 타그리소 치료 기간의 중간값은 15.6개월이었으며, Del19 변이 양성 종양을 가진 환자에서 타그리소 치료기간의 중간값은 16.4개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저평가를 받아온 지오트립은 GioTag의 추가 데이터 발표로 반전에 성공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월 평균 6억 원대의 처방조제액을 기록했지만, 3분기에 월평균 10억 원, 4분기에 월 평균 11억 원이 넘는 실적을 기록하는 등 연구 결과 발표 직후 처방 실적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EGFR 억제제 시장의 최강자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는 전년도(217억 원) 대비 33.7% 증가한 290억 원의 처방조제액을 달성하며 연 처방 실적 300억 원 고지를 목전에 두게 됐다. 반면 이레사는 전년도(214억 원) 대비 18.3% 감소한 175억 원의 처방조제액을 기록하며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ALK 억제제 시장에서는 알레센자의 활약이 돋보였다. 로슈의 알레센자는 지난해 전년도(24억 원) 대비 146.7% 증가한 60억 원의 처방조제액을 달성, 국내 경구용 폐암 표적치료제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더욱이 지난해 7월부터 월별 처방 실적에서 잴코리를 제치는가 하면, 4분기에는 잴코리의 월 처방 실적의 2배가 넘는 처방조제액을 달성하는 등 올해 순위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ALK 억제제 시장의 최강자인 화이자의 잴코리는 전년도(81억 원) 대비 5.3% 감소한 77억 원의 처방조제액을 기록하며 다소 부진했다. 

다케다의 알룬브릭은 2차 치료제로 보험 급여를 획득했음에도 불구,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알룬브릭의 지난해 처방 실적은 2억 4천만 원으로 ALK 억제제 중 최하위에 자리했다. 다만, 아직까지 기존 임상 연구에 참여한 기관들을 위주로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 지난해 말부터 처방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처방 실적은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한 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 A 교수는 "알룬브릭은 아직까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치료제"라며 "효과로만 본다면 2차 치료에서 가장 우수한 데이터를 보유한 약물"이라고 전했다.

이어 "알룬브릭은 1차 치료에서도 타 약물에 뒤지지 않는 효과를 보유하고 있다"며 "향후 1차 적응증 확대시 알레센자와 함께 ALK 시장을 이끌어 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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