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근 의원(서울 도봉갑, 보건복지위원회/여성가족위원회, 더불어민주당)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의약품 및 의료기기의 해외 의존율에 대한 분석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일무역갈등이 장기화되면서 특정국가에 수입을 의존하는 것이 국가와 산업에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경각심이 확대되고 있다. 이는 의약품 및 의료기기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일례로 식약처는 올해 초 고어사(社)의 소아용 인공혈관 공급 중단 사태로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중국과 무역갈등을 겪고 있는 미국에서도 자국 내 항생제의 97%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의약품 및 의료기기의 해외 의존율을 파악할 수 있는 구체적 자료는 없는 실정이다. 다만 의존율을 추측할 수 있는 몇 가지 데이터만 있을 뿐이다.

인재근 의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원료의약품 국내자급도는 26.4%였다. 지난해 약 2조5,616억원의 원료의약품을 국내 생산했고, 이 중 약 1조7,468억원이 수출됐다. 수입규모는 2조2,672억원이었다. 원료의약품은 생산과 수출, 수입 모두 2014년 이후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고, 2014년과 2018년을 비교해보면 생산(119.8%), 수입(117.9%)보다 수출(140.4%)의 증가폭이 더 컸다.

항생제의 경우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약 6조9,417억원이 생산됐고, 2,445억원이 수입됐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가 항생제를 가장 많이 수입한 상위 5개 국가는 영국(약 851억원), 이탈리아(약 523억원), 일본(약 247억원), 호주(약 218억원), 미국(약 200억원)이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14년 항생제 수입 상위 5개국은 영국, 이탈리아, 일본, 미국, 프랑스였지만, 5년이 지난 2018년에는 영국, 이탈리아에 이어 호주, 일본, 미국이 이름을 올리면서 3~5위 국가가 바뀐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호주의 경우 5년 사이 96배 이상 수입실적이 늘었다.

수입비중이 크지 않은 항생제와 달리 항암제의 수입비중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항암제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에서 약 1조5,981억원이 생산됐고, 약 3조3,008억원이 수입됐다. 생산과 수입만을 비교했을 때 생산은 32.6%, 수입은 67.4%의 비중을 차지했다. 마찬가지로 최근 5년간 항암제를 가장 많이 수입한 국가를 나열해보면, 스위스(약 1조1,540억원), 미국(약 5,649억원), 영국(약 5,306억원), 일본(약 2,799억원), 프랑스(약 2,264억원)였다. 2014년과 2018년을 비교해보면 1~4위는 스위스, 미국, 영국, 일본으로 동일했지만, 5위가 독일에서 프랑스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항암제 수입실적 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진 나라는 스웨덴으로, 2014년 대비 지난해 80배 넘는 실적을 보였다.

인재근 의원은 “의약품 및 의료기기 산업에 어떤 변수가 발생할 수 있는지 파악하고, 이러한 변수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각 품종별 해외 의존율을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올해 고어사 사태에서 우리는 상대방의 선의(善意)에만 기댈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목격했다. 희귀·필수 의약품 및 의료기기부터라도 해외 의존율을 파악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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