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증하고 있는 위식도역류질환에 대해 아시아 전문가들이 함께 진료지침을 만든다.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는 2001년부터 아시아를 대상으로 소화기기능성질환 및 운동질환에 대한 교육 목적의 학술행사인 ‘APNM’을 조직해 아시아권의 활발한 학술교류를 주도해 오고 있다. 이광재 이사장(아주대병원 소화기내과)은 아시아 전문가들의 합의를 통해 서양과 양상이 다른 위식도역류질환의 진료지침을 마련해 2020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시아 전문가들 합의한 위식도역류질환 진료지침, 내년 APNM서 발표

“아시아권 연구자들이 위식도역류질환에 대해 진료지침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지침은 내년 4월 열리는 ‘APNM 2020’에서 발표할 예정입니다.”

위식도역류질환은 과거 서양에서 유병률이 높고 동양에서는 낮았지만, 최근에는 생활환경의 변화에 따라서 아시아 국가에서도 서양과 비슷한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질병 양상은 동서양에 차이가 있어서 서양 진료 지침이 동양인에 안 맞는 부분들이 있으며, 치료에 있어서도 나라마다 여건이 달라서 현실에 맞는 진료지침이 필요했던 것.
 
이 같이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는 일반인들에게 흔한 질환인 위식도역류질환을 비롯해, 기능성 소화불량증, 과민성 장증후군, 변비 질환에 대한 연구회를 중심으로 활발한 연구 및 학술 활동을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이광재 이사장은 지난 4월 부임 후에 4개의 질환 외에 삼킴곤란, 장내세균치료, 식이비만대사에 대한 연구회를 새롭게 신설해 학술활동 분야를 세분화 및 확대해 나가고 있다.

 

소화기기능성질환, 대부분 ‘경증’ 분류로 치료 제한 많아

소화기기능성질환은 과학이 많이 발전했음에도 근본원인이나 기전이 아직도 명확히 확립되어 있지 않은 질환들이 많다. 증상이 만성적으로 반복되지만, 막상 검사를 해보면 원인을 발견할 수 없는 경우가 많고, 만성적으로 반복되지만 일반적으로 완치 방법이 없다.

이 이사장은 “완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반복되는 증상을 줄이려면 약물치료를 근간으로 식이요법, 정신심리치료, 스트레스 관리, 내시경 치료 등 비약물적 치료를 같이 고려해야 한다”며 “그러나 비약물적 치료에 대한 수가나 보상제도가 미비해 이에 대한 개발 노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식이요인에 대한 영양사 상담 및 영양교육, 정신심리요인에 대한 심리분석이나 정신심리 치료, 난치성 변비에 대한 바이오피드백 치료 등은 시간과 인력, 노력이 많이 드는 방법들이지만, 행위 인정이 안 되거나 수가가 매우 적어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급여 인정 부분에 있어서도 소화기능성질환의 대부분이 ‘경증’으로 분리되어 불합리한 부분이 많다.

1, 2차 병원에서 치료가 안 돼서 3차 병원으로 의뢰되어 오는 환자들이 많지만 진단코드는 증상의 경중에 상관없이 모두 같다는 것. “기능성 질환 자체는 삶의 질이 만성 심부전 환자보다도 나쁜 경우가 많고, 일반적인 생활자체가 안 되는 심한 경우도 있는데 모두 경증으로 분류되어 있다 보니 중증환자 비율이 많아야 하는 3차 병원에서는 달가워하지 않을 수  밖에 없다”며 “코드의 세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소화불량증 처방시에 어느 경우나 위장운동촉진제는 한 가지만 보험이 인정되고 있는 것도 치료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3차병원에 오는 환자들은 이미 한 가지 이상을 써보고 치료가 안 돼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러한 환자들에게는 기전이 다른 위장운동촉진제들을 복합해서 사용해야 효과가 있는데 급여가 인정되지 않아서 사용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

위산 분비 억제제인 PPI (proton pump inhibitors) 처방에 대한 제도 개선도 시급하다. 현재 PPI는 위식도역류질환에 대해서는 처방이 인정이 되고 있지만, 기능성 소화불량증에는 인정이 안 되고 있다. “외국에서는 PPI가 당연히 기능성 소화불량증에 1차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적응증이 없어서 기능성 소화불량증이라는 진단명으로는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진료지침이나 문헌근거가 충분한 경우에는 그런 증거만으로도 평가될 수 있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며 “이런 부분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학계, 산업계, 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부 연구 활성화로 세계적 연구 나오도록 노력할 것’

“아시아권에서 임상연구 부분은 우리나라가 매우 우수한 편이지만, 기초연구는 일본, 중국에 비해 부족합니다. 앞으로 세부 주제들에 대한 연구회를 활성화 시켜서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통할 수 있는 연구 업적들을 많이 만들고자 합니다.”

실제 학회 연구회들은 저마다 크고 작은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일례로 기능성 소화불량증 연구회에서는 헬리코박터 제균치료가 소화불량증 환자에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대해 다기관(24개 기관) 연구를 수행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는  세계 각국에서 나온 진료지침 권고안에 의하면 소화불량증으로 내원하여 내시경이나 기본 검사에서 특별한 원인이 발견되지 않은 경우 헬리코박터 감염 여부를 검사해서 감염된 경우에 제균치료를 시행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소화불량증 치료 목적으로 제균치료를 권장하고 있지 않다. 이에 “이번 검증 연구를 통해 국내에서도 소화불량증 환자에서 헬리코박터 감염 검사와 제균치료를 권장할 것인지를 확인해 볼 예정”이라고.  

또한 학회에서 주관하는 국제학회인 ‘APNM’은 2년에 한 번씩 개최하고 있으며, 내년 8번째 학술행사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학회 성장과 함께 아시아 국가들의 소화기내과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APNM에서 교육을 받고, 국내 우수 기관을 견학하는 무료 프로그램을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에도 약 20명의 의료진에게 교육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학회 영문 학술지인 Journal of Neurogastroenterology and Motility는 SCIE에 등재되어 있으며, 2019년 현재 IF 3.179 라는 높은 질을 자랑하고 있고, 아시아 기능성질환·운동학회와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각국 학회의 공식 학회지로 채택되는 등 우수한 학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척박한 임상 환경에서도 높은 학술 수준으로 아시아권의 소화기기능성질환 분야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학회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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