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맥 치료 분야가 발전, 세분화되면서 대한부정맥학회가 이사장제로 탈바꿈하여 부정맥 치료율 제고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금년 1월 초대 이사장으로 부임한 오용석 교수(서울성모병원 심장내과)는 돌연사 및 뇌졸중의 주요 원인임에도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치료율이 낮은 심방세동과 돌연사를 일으킬 수 있는 부정맥 질환을 국민 및 의사들에게 알리고 교육하고 표준화된 진료지침을 보급하는 데 중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부정맥, 최근 10여 년간 치료 급발전 및 세분화

“20여 년 전 작은 연구회로 시작한 부정맥학회는 2010년 이후 치료의 급 발전으로 질환이 세분화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전문 의사들이 턱없이 부족할 정도죠. 이에 학회는 역할을 더욱 강화하여 균일화 된 시술 지침과 시스템을 보급해 나가고자 합니다.”

대한부정맥학회는 96년 심장 전문의 20여 명이 주축이 되어 대한순환기학회 부정맥연구회로 창립됐다. 20여 년 동안 부정맥 분야의 발전을 이끌어 오다 2017년 1월 대한부정맥학회로 발전을 이뤘다.

“당시에는 외국에서 공부하고 온 몇 명만 알고 있는 정도였는데, 90년도 초반 전극도자절제술 개발되면서 치료 발전의 한 획을 그었다”며 “전극도자절제술은 심장에 고주파 열을 가해서 부정맥을 일으키는 필요 없는 조직을 없애는 시술로,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질환에서  완치 가능한 질환으로 바뀐 것”이라고.

이후 2005년 아태심방세동 심포지움을 국내에서 처음 개최함으로써 또 한번 발전의 시기를 맞았다. 국제교류가 시작되면서 부정맥 분야가 더욱 세분화되고 학회원이 200여명으로 늘어나 ‘연구회’에서 ‘학회’로 전환에 이어 올해 이사장 중심제로 발전을 거듭하게 된 것.

그러나 아직도 부정맥에 대해서는 국민, 의사 모두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오 이사장.

정상 심장박동은 ‘심방수축→심실수축’의 순서로 반복되며, 분당 60~100회가 정상 수준이다. 운동을 할 때나 흥분 상태에서는 박동 수가 더 올라가고, 안정이나 수면 시에는 내려가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심방 또는 심실의 박동 수가 비정상 적으로 떨어지거나 아주 많이 올라가거나, 심방·심실의 박동수가 서로 다르거나, 불규칙하게 뛰는 모든 심장 박동의 이상을 부정맥(심장부정맥)이라고 한다.

“부정맥 중 가장 흔한 질환인 심방세동은 뇌졸중 발병위험이 5배 가량 높고, 심한 경우 심장마비까지 일으킬 수 있는 중요 질환인데도, 부정맥학회 조사결과 국민 90%가 모르고 있었다”며 “국민 뿐 아니라 타 과 의사들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일반인들이나 의료인들에게 질환에 대해 알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에 학회는 기존에 펼쳐온 대국민 캠페인인 ‘두근두근 캠페인’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정책 제안, 개원의 교육 및 인증을 적극 펼쳐갈 예정이다.

 

뇌졸중 위험군 선별위해 심전도 검사 국가검진 포함돼야

국내에서 심방세동 환자는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의 증가와 맞물려 생기는 심장의 기능 퇴화가 부정맥을 늘어나게 하는 주요 원인이다.

실제 국내 환자 유병률은 2004년 0.5%에서 2013년에는 1.4%로 늘어났으며, 2060년에는 전 인구의 6% 정도가 심방세동으로 고통 받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오 이사장은 “심방세동 환자에게 항응고제 투여, 증상 조절 약물치료 등을 시행하면 뇌졸중 등 연관 후유증 위험을 줄일 수 있다”며 “그런데 심전도 검사를 1년 이내 받은 적이 있는 60대는 32%에 불과했고, 받은 적이 없다고 답한 20대는 70%에 달한다”면서 “심방세동 등 주요 부정맥은 무증상인 경우도 많기 때문에 국가건강검진 시 심전도를 이용한 선별검사를 도입하는 등 대책 마련과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부정맥학회에서는 국가건강검진에 심전도 검사를 포함할 것을 지속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오 이사장은 “단일질환으로 사망률이 가장 높은 질환이 심장돌연사”라며 “저렴한 심전도 검사를 통해 돌연사 위험군을 찾아내서 미리 치료하면 젊은 나이에 사망하거나 뇌졸중에 걸릴 환자들을 훨씬 많이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질환에 대한 관심이나 인식도를 올리기 위해서라도 40세 생애전환기 검사에 심전도 검사가 들어갔으면 좋겠지만, 재정 부담이 있기 때문에 최소한 위험도가 급증하는 65세 이상에서라도 포함해 줄 것을 정부에 제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정부에서도 이러한 심방세동 치료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이 낮다는 것.

일례로 뇌졸중 대책을 위한 공청회에서도 뇌졸중을 골든타임 안에 어떻게 빨리 치료할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 뇌졸중 발생 자체를 막을 수 있는 심방세동 환자를 가려내어 미리 뇌졸중을 예방 치료하는 것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고.

오 이사장은 “심실세동에 의한 심장마비 이후 후유증 없이 회복하는 경우는 6% 밖에 안 된다”며 “젊을 나이에 심장마비가  와서 심장 제세동기를 심고 있으면, 취업, 결혼 등이 매우 어려워지고, 장애 등급도 받지 못해서 생활에 어려움이 많음에도 제도적인 보호를 받지 못한다”면서, 심방세동이나, 심장돌연사를 일으킬 수 있는 심장질환에 대한 심전도 스크리닝의 중요한 이유를 재차 강조했다.

 

국내 항응고요법 사용률 20% 불과…NOAC 인증의 등 추진

“국내 심방세동 환자 대상 항응고요법 사용률이 매우 낮은 편입니다. 특히 개원가에서는 질환을 잘 모르거나, 부작용 우려 등으로 처방이 잘 안 되고 있으므로, 개원의 대상 교육, 인증 등을 추진해 1차 의료기관에서부터 치료율을 높이고자 합니다.”

4-5년 전까지 개원가에서는 기존 와파린의 복잡한 복잡한 용량 조정과 부작용, INR의 측정 때문에 아스피린 정도만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최근 아스피린만큼 안전하고 약물간 간섭이 적으며, 신기능 저하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용량조절도 필요하지 않은 NOAC 계열 약들이 나오면서 치료 환경이 훨씬 좋아졌다.

“처음에는 NOAC이 비싸서 잘 못 쓰는 약이라고 인식했지만, 지금은 급여범위가 뇌졸중 고위험군(CHA2DS2-VASc 스코어 2 이상) 심방세동환자 전체로 확대되어 처방률이 점차 올라가고 있다”면서 “개원의 대상 NOAC 교육 및 심전도 검사 관련 인증을 통해 개원 의사들이 좀 더 정확한 치료와 치료율을 높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뇌졸중에는 골든타임이 있다는 것은 잘 알지만, 그 골든타임 이전에 예방할 수 있는 골든타임 이상의 시간이 있다는 것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를 알리기 위한 부정맥학회의 노력이 암보다 무서운 돌연사와 뇌졸중 예방의 첨병이 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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