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 국내 유행에 관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의 제언

편집국l승인2019.02.07 10:4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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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시작된 국내 홍역 발생이 정부와 의료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범위가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현재 홍역이 대유행 중인 외국 (미국, 일본, 베트남, 필리핀 등)에 비해 그 확산 속도가 빠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민족 대이동이 예상되는 설 명절을 앞두고, 우리나라의 MMR(홍역, 볼거리, 풍진) 백신 접종율이 높아서 홍역의 전국적인 확산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을 하지만, 만일의 상황에 대하여 방역당국과 함께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에서는 이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질병관리본부 보고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유행 중인 홍역은 국외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며 2019년 1월 28일 현재 총 감염자 40명 중 증상이 없는 3명을 제외하고 증상이 있는 홍역 질환자는 37명으로 격리되어 치료 중입니다. 미국의 경우 질병예방 통제 센터는 2019년 1월 29일 현재 349명의 홍역 환자가 발생하였다고 보고하였고, 뉴욕 보건당국 역학 조사 결과 예방주사를 맞지 않은 유대인이 홍역이 만연한 이스라엘을 다녀온 후 감염 되어 확산된 것으로 보고하였습니다. 세계 보건기구는 현재 개발도상국 및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에서도 홍역이 이렇게 유행하는 것은 예방 접종 기피 현상 때문이라고 보고하였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홍역환자 중 증상이 있는 37명 중에서 1명만이 2회의 접종을 모두 시행하였고, 나머지 36명은 접종을 시행하지 않았거나, 불완전 접종, 접종력을 모르는 경우로, 세계 보건 기구 보고와 일맥상통한다고 하겠습니다.

홍역은 열, 기침, 콧물 등의 일반적인 감기 증상으로 시작하지만 4-5일 후 심한 발진이 동반되며, 기관지염 같은 호흡기 합병증, 마비 등을 보이는 신경계 합병증, 아급성 경화 전뇌염 같은 만성 뇌염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결핵 환자나 면역이 떨어진 환자의 경우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1950-60년대에는 우리나라의 홍역의 유병률이 매우 높았고, 홍역으로 인한 사망률 또한 높았습니다. 홍역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부터 홍역 발생율은 많이 줄었으나 2000-2001년 대유행, 일제 예방 접종 이후 2006년 홍역 퇴치 선언, 2010, 2011, 2014, 2018년에 산발적으로 홍역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국내외적으로 홍역이 완전히 퇴치되지 않는 이유는 불완전한 예방접종 때문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1998년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논문이 발표된 이후 백신 혐오가 시작되었는데, 2011년에 이 연구가 조작이라고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이를 빌미로 일부 전문가를 자처한 사람들이 백신의 유해성을 주장하는 경우가 있었고, 그 대표적인 사례가 2016년 안아키 사태입니다. 안아키는 대구의 한 한의사가 2013년 경부터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라는 카페를 운영하면서, “백신은 제약회사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수단일 뿐 건강에는 하등 도움이 안되니 안 맞는 편이 좋다”고 주장하고, 백신을 투여 받거나 의학적 조치를 받는 아이들을 ‘약품에 찌든 약한 아이들’로 폄하하며, 전염력이 매우 강하며 경우에 따라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는 수두의 경우에도 “마음 같아선 전 국민에게 수두파티를 해주고 싶다”라고까지 주장하였습니다. 일부 몰지각한 개인의 카페 운영이라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으나, 그 한의사가 TV 프로그램에 나와서 “항생제의 두 얼굴” 이라는 공중파 방송 다큐멘터리에 나와서 안아키에 대해서 크게 홍보하였으며, 검증되지 않은 약품도 판매하였고, 비의료인을 ‘맘닥터’로 교육하면서 일반인들에게 근거 없는 의학 지식을 설파한 것은 개인의 영역을 크게 벗어난 것입니다. 이에 건강에 큰 위해를 입어 피해를 본 아동들이 많았음은 이미 언론을 통해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바입니다. 논란 이후 복지부 및 시민단체에서 안아키를 고발하였고, 2017년 5월에 대한의사협회에 측에서 방통위와 네이버에 안아키 카페 폐쇄를 요청하여, 카페를 잠정 폐쇄하고 잠적하였으나 2019년 현재 ‘안전하게 아이 키우기’라는 카페가 다시 결성되었고 그 회원 수만 5000여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아동 복지법] 제 71조 제1항 제2호에 의하면 “자신의 보호, 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 양육, 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 행위”를 하는 경우 아동학대에 해당하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있습니다. 논란이 된 ‘안아키’ 의 예방접종 거부 등을 막기 위해 박인숙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당한 사유 없이 예방접종을 거부하면 처벌하는 내용의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였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예방접종이나 진료를 거부하는 일부 부모들의 행위는 접종을 받지 않은 아동의 건강은 물론, 그 아동과 접촉하는 다른 아동들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법안을 발의한 취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홍역 환자 발생이후에 일부 언론들의 선정적인 보도는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였고 방역당국을 불신하게 하였다. 결국 이런 보도 때문에 사회적인 비용도 증가될 수 밖에 없습니다. 향후 감염병 발생이 있을 때 언론은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는 보도를 하여야 하며, 방역당국 역시 언론 보도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홍역 유행에 따른 보건소의 대처도 담당자들의 미숙함으로 인하여 혼란을 가중시켰습니다. 2009년 신종플루 유행, 2015년 메르스 유행이후에도 아직도 방역의 최일선 현장을 담당하는 보건소의 기능은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이를 개선하는 노력을 물론 지자체에서는 감염병 유행 시 전문가들이 방역대책을 수립하는데 있어 참가할 수 있도록 법에 명시하여 제도화해야 합니다.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혼란은 또 반복이 될 것입니다.

메르스 유행 당시 환자가 진료 받았던 병원 공개를 두고 논란이 많았고 이번 역시 정치인이 홍역환자를 진료한 병원 이름을 공개함으로써 문제가 되었습니다. 공개되었던 병원은 진료에 지장을 받았으며 국민들은 잘못된 정보에 또 한 번 더 불안해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지역사회에 유행하는 감염병의 발생할 때는 비전문가들이 국민들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매일 소아청소년을 진료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은 21세기를 사는 현재에도 1800년대에나 유행했던 검증 안 된 믿음을 가지고 있는 부모들을 간혹 접하게 됩니다. 제대로 예방 접종을 시행하고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았으면 건강하게 자랐을 아이들이 큰 병을 앓고, 그로 인한 후유증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을 보면 이 사회의 전문가 집단으로서 회의를 느끼고 무한한 책임감을 가지게 됩니다. 이번 홍역 사태를 비추어볼 때 다시 한 번 감염관리의 기본 수칙, 예방 접종의 중요성, 질병 의심 시 정부와 의료인, 국민들의 협조가 절실함을 알게 됩니다. 돌아오는 설 명절에 홍역, 독감 등의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대한 소아청소년과 의사회가 최선을 다할 것이며, 우리의 미래인 소아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자라나도록 의료 현장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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