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이하 ASCVD)은 동맥혈관 내막에 콜레스테롤 찌꺼기가 쌓이면서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죽상동맥경화증이라고도 불린다.

ASCVD의 발생 원인 중 직접적 연관성이 확인된 대표적인 위험요인은 LDL-콜레스테롤(이하 LDL-C)이다. 이미 지난 25년간 LDL-C가 낮을수록 ASCVD 위험이 감소한다는 수 많은 연구 결과들이 발표된 바 있지만, 여전히 LDL-C 목표치 도달율은 미흡한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이철환 교수를 통해 LDL-C 관리의 모든 것을 들어봤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이철환 교수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이철환 교수

Q: ASCVD 환자에게 LDL-C 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A: ASCVD환자에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출수록 상태가 좋아진다는 가설을 실제로 증명하고 확립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1970년대, 80년대 식이요법이나 운동을 통한 ‘콜레스테롤 스톱(stop)’의 움직임도 있었지만 실효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했고, 1992년에는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안 좋지만 낮추어도 소용없다’는 결론이 나오기도 했다.

이후 1994년도에 4S 임상연구를 통해 약물 치료를 통한 콜레스테롤 수치 관리가 ASCVD위험 감소의 주요 인자임이 증명됐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 4,444명을 대상으로 치료를 진행한 결과 약물 치료를 통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면 질환의 증상이나 심근경색,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률이 개선되는 것을 확인했다. 4S 임상연구 후 ASCVD와 콜레스테롤의 상관관계에 대한 가설이 확립됐으며, 이제는 ASCVD와 콜레스테롤 질환이 같다고 여겨진다. 가족력, 흡연, 고혈압 등 부가적 위험인자가 있다면 콜레스테롤은 더욱 잘 쌓이게 되고 ASCVD의 위험이 높아진다.

아포지질단백질B(Apo B protein)가 LDL수용체와 결합해 LDL-C(콜레스테롤)를 신체의 필요한 곳에 운반하는데, 아포지질단백질B가 LDL수용체와 결합하지 않고 혈관에 떠다니게 되면 ASCVD 발생의 원인이 된다. 일반적으로 스타틴을 통해 LDL-C 수치를 낮춰 ASCVD의 위험을 개선할 수 있으며, 최근에는 PCSK9억제제 치료까지 주목을 받고 있다.


Q: 현재 진료 현장에서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환자들의 LDL-C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가?

A: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환자에서 LDL-C 관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고위험군 환자에서 LDL-C 관리에 쓰이는 고용량 스타틴은 수치를 약 60% 가량 낮출 수 있다. 그러나 고용량 스타틴 사용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아 고위험군 환자 중 LD-C수치를 70mg/dL이하로 관리하고 있는 환자는 30% 정도, 100mg/dL이하로 관리하고 있는 환자도 50%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본다.

적극적인 LDL-C관리가 필요함에도 불구, 고용량 스타틴을 사용을 꺼려하는 이유는 스타틴 용량이 증가할수록 부작용의 가능성 또한 증가하기 때문이다. 스타틴 사용 환자 중 5~10%는 근육통 등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으며 예민한 환자의 경우 굉장히 저용량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에제티미브를 사용할 수 있지만, 단독으로 사용할 경우 15~20% 정도 밖에 낮추지 못하기 때문에 스타틴과 병용 처방이 필요하다.


Q: 부작용으로 인해 스타틴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의 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A: 스타틴 치료 이후에도 LDL-C목표 수치에 도달하지 못하는 초고위험군 환자나 근육통, 간 수치 증가 등 부작용으로 인해 목표치에 도달할 만큼의 스타틴 용량을 복용하기 어려운 환자에게는 PCSK9억제제를 권고하고 있다.

혈중 LDL-C 수치를 강하하는 약제 3가지, 스타틴, 에제티미브, PCSK9억제제는 모두 LDL을 흡수하고 분해하는 LDL수용체 활성화를 기전으로 하고 있다. 각 치료제의 차이가 있다면 스타틴은 간세포 속으로 들어가서 간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한다. 간 세포 속의 콜레스테롤 농도가 떨어지면, 콜레스테롤이 필요한 간이 LDL수용체를 활성화시켜 혈청에 떠돌아 다니는 콜레스테롤을 끌어서 소비하게 된다. 에제티미브는 장에서 콜레스테롤 흡수를 억제해 간으로 가는 양을 줄인다. PCSK9억제제의 경우 LDL수용체를 분해하는 PCSK9를 억제해 LDL수용체가 증가하고 LDL제거가 활성화되도록 한다.


Q: 일각에서는 동양인은 서양인과 달리 스타틴 치료만으로 충분하다는 의견도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

A: 아니다. 동양인과 서양인 간 약물 치료 효과에 대한 차이는 크게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FH, Familial Hypercholesterolemia)의 경우 인종과 국가 상관 없이 전 세계에서 유사한 발병률을 보이고 있다. 항생제가 발명돼 감염질환을 극복한 현 시대에는 인류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ASCVD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고, 혈관 건강을 위한 콜레스테롤 수치 관리가 필요한 시대가 왔다고 본다.


Q: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환자들 외에도 LDL-C 관리가 필요한 환자들이 있는가?

A: 많은 연구를 통해서 LDL-C 수치는 낮추고 이를 오랫동안 유지하면 혈관 건강을 지킬 수 있음이 증명됐다.

조기부터 적극적인 LDL-C 관리를 통해 혈관을 오랫동안 건강하게 유지하면서 ASCVD를 예방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해야 한다. 암은 예방할 수 없지만 LDL-C 관리를 통해 ASCVD를 예방할 수 있고, ASCVD로 인한 뇌졸중 등 기타 심혈관질환도 예방이 가능하다. 더욱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약은 거의 부작용이 없는 편인 만큼 적극적인 예방 치료가 중요하다.

특히 PCSK9억제제가 LDL-C 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레파타와 같은 PCSK9억제제는 스타틴의 어느 용량과 사용하든, 에제티미브와 사용하든, 모든 환자에서 약 60~75% 정도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감소시킬 수 있다.

PCSK9억제제는 자연 실험(Natural experiment)에 기반해 PCSK9이 없는 사람과 활성화된 사람들의 자연경과를 관측하고 이를 모방해 개발된, 즉 인간유전체분석을 바탕으로 개발된 단클론항체이기 때문에 치료제 개발의 성공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실제로 2003년 이후 13년 만인 2015년에 대규모 임상까지 마치고 상용화됐다. 본래 혈관질환 약이 허가되는 데 긴 시간이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이렇게 신약 개발을 단축한 것은 매우 획기적인 치료제임을 반증하는 것이다.

FOURIER 임상에 따르면, 레파타 투여군에서 심혈관계 사망사건 위험에 대한 복합평가변수가 위약 투여군보다 20% 감소했다. 꾸준한 치료를 통해 LDL-C 수치를 조기부터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면 그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특히, 선천적으로 PCSK9 기능에 장애가 있어 LDL-C 수치가 위험한 환자들은 젊어서부터 LDL-C 수치를 낮게,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Q: PCSK9억제제에 대해 의료진들의 관심이 높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LDL-C 수치가 몹시 높은 사람들의 경우 고용량 스타틴이나 에제티미브를 사용해도 수치가 강하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고위험군 환자의 경우 고용량 스타틴이나 에제티미브를 최대용량으로 사용해도 LDL-C 수치를 목표치인 70mg/dL이하로 강하하기 어려운데, 현존하는 약물 중에 레파타를 사용하면 큰 폭으로 LDL-C 수치를 강하할 수 있는데 최대75%까지 떨어지기도 한다.

현재 3명의 환자에게 레파타를 처방하고 있다. 그 중 한 환자는 가족성 고콜레스테롤증 환자로서 20년 전 스텐트를 삽입한 뒤 오른쪽 혈관이 막힌 상태였고 나머지 혈관도 상태가 좋지 않았으며, 에제티미브를 사용해도 LDL-C 수치가 170mg/dL을 넘어가고 있었다. 6개월 간 레파타를 사용한 결과 LDL-C 수치가 70% 이상 감소했으며 53~56mg/dL까지 낮아지는 놀라운 결과를 확인했다. 이처럼 기존에 더 이상 사용할 치료제가 없었던 환자들에게 PCSK9억제제는 구세주와도 같다.

PCSK9억제제는 LDL-C 수치를 효과적으로 강하하면서도 그 안전성이 확인된 치료제다. 전문가들은 혈중 LDL-C 수치가 25mg/dL정도면 생리적으로 충분하다고 보고 있으며, 20~30mg/dL 수준을 장기간 유지하더라도 안전하다고 판단한다. 실제로 갓난아기들의 혈중 LDL-C 농도는 25~40mg/dL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FOURIER 임상에 따르면 PCSK9억제제 레파타 치료 후 LDL-C 수치가 10mg/dL 이하로 낮아진 504명을 2년 2개월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6~7mg/dL까지 낮아지더라도 특별한 조치가 필요할 만큼의 부작용이 없었다.


Q: 끝으로 PCSK9억제제를 직접 처방해 본 경험이 있는 의료진으로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A: 질환이 심각한 사람의 경우 PCSK9억제제를 사용할 것을 권한다. 특히, FOURIER 임상에서 치료 대상 환자였던 ASCVD 고위험군 환자들에서도 사용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더 이상의 치료 방법이 없어서 치료를 포기했지만, 좋은 치료제가 있음에도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무엇보다 PCSK9억제제는 항혈소판제나 항응고제와 달리 큰 부작용이 없을 뿐더러, 기존 치료제에서 나타나던 근육통이나 당뇨와 같은 부작용도 없다. 자가주사투여 방식이 약간 불편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인슐린 주사를 매일 맞는 것을 고려하면 2주 1회의 자가투여는 큰 부담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향후 보험 기준 확대 등을 통해 모든 ASCVD 고위험군 환자들을 비롯하여 더 많은 환자들이 PCSK9억제제의 혜택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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