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의료와 복지, 사회복귀까지 연계하여 진정한 공공재활의료를 실천해 온 병원이 있다. 올해로 개원 20주년을 맞은 은평구 서울재활병원은 개원 이후 국내 최초 소아 낮병동 개시를 비롯해 국내 처음 장애청소년의 재활의료에서 학교복귀까지의 통합관리 시스템을 시행해오며 커뮤니티케어를 실현해 오고 있는 것. 특히 이러한 모델을 확대해 공공기능을 수행하는 재활전문병원으로 전국으로 확산하기 위한 새 병원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이지선 원장을 만났다.

‘사회적 존재’라는 재활의 본질, 20년간 실천

“지난 20년 동안 한 사람의 기능적 회복만이 아니라 ‘사회적 존재’로서의 재활의 본질을 놓치지 않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전인적 재활치료의 기본을 이어 내년에는 공공재활사업단을 확대해 국가정책의 성공모델로서의 플랫폼을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서울재활병원은 사회복지법인 엔젤스헤이븐이 설립한 재활병원이다. 엔젤스헤이븐은 1959년 전쟁고아를 돌보기 위해 설립, 허름한 군용 천막 두 개를 세우고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해 ’80년대 이후부터는 아동복지 외에도 장애인복지, 지역복지, 국제개발협력으로 사업의 영역을 확대해 오다 98년 서울재활병원을 설립했다. 

당시 세브란스병원에서 근무하던 이 원장은 같은 병원 박창일 교수의 추천으로 서울재활병원 기획과 설립에 함께했다. 그렇게 탄생한 서울재활병원은 개원한 이후 2002년 국내 최초 소아 낮병동 개시, 2012년 재활전문병원 최초 보건복지부 의료기관 인증 획득, 2013년 공공재활사업팀 발족을 비롯해, 올해 개원 20주년을 맞아 새 비전 선포식을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20년 동안 재활치료를 통해 연인원 150만 명에게 재활치료를 시행해 왔으며, 특히 재활의 본질을 실현하기 위해 사회복귀사업, 가족지원사업, 공공진료사업, 지역사회 건강증진사업 등 민간병원에서는 어려운 다양한 공공재활의료사업을 시행해 왔다.

지난 11월에 개최한 20주년 심포지엄에서는 복지부 등 정부 관계자들도 서울재활병원의 작지만 선진적인 행보에 놀라며 ‘공공재활의료의 롤모델이 되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재활의료 자체가 공공성을 내포하고 있어서 의학뿐 아니라 지역사회 복귀까지 책임질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인식도 시스템도 취약하다”며 “우리 병원은 사회복지법인이라 수익을 목표로 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했던 부분이었다”고 전했다.

실제 병원은 타 재활병원에서 수익이 되지 않아 진행하지 못했던 의료서비스 이외에, 심리, 사회, 경제, 가족 문제를 포함한 전인적 토탈케어를 제공하여 가정과 사회로의 성공적인 복귀를 이끌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일례로 재활환자가 퇴원 후 가정에서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가옥 구조를 개선해 주는 사업, 중도 장애 아이들이 재활치료 후 학교로 돌아가 생활할 수 있도록 사회복지사가 학교까지 찾아가 돕는 학교 복귀 지원사업도 병원 차원에서는 국내 처음으로 시행했다. 2000년부터 시행한 가족지원사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에는 장애 아이들을 가진 젊은 부모들이 조기에 장애를 수용하고 건강한 관점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가족지원센터를 만들기도 했다. 내년에는 이 가족지원센터를 더욱 체계화 할 방침이다.

또한 “의사-사회복지사-재활치료사 등이 팀이 되어 지역사회 복귀사업을 운영해 온 공공재활사업단의 협력 범위를 더 넓혀 의료와 복지가 잘 융합된 커뮤니티케어가 실행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 재활 생태계를 구조화 하는 것이 내년 중요한 목표”라고 소개했다. 

공공재활전문병원 모델 전국 확산 위한 새 병원 건립

서울재활병원은 공공기능을 수행하는 재활전문병원으로 전국으로 확산 가능한 모델을 만들기 위해 새 병원 건립을 준비 중이다.

이 원장은 “20년 전 병원 설립당시 엔젤스헤이븐 회장님은 ‘가난한 환자가 올 때 돈이 없다고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는 것과, ‘세계최고의 재활병원을 만들라’는 두 가지 주문을 하셨다”며 “이제 그 두 번째 말씀인 세계 최고의 재활병원을 향한 닻을 올리고자 한다”고 전했다.

새 병원은 연면적 7500평 정도에 총 450병상(입원 300병상, 낮병동 150병상)가량의 병원을 목표로 ▲전인적 재활을 통해 사회적 역할까지 회복하게 하는 병원 ▲더 이상 병원을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삶으로 빠르게 복귀하도록  돕는 병원 ▲장애 아동이 노인이 될 때까지 평생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는 병원 ▲지역사회와 함께 커뮤니티 케어의 모델을 만들어가는 병원 ▲‘장애인건강권법(2017.12월 시행)’을 실현할 수도권 지역 모델 병원 ▲환자의 가족을 위해 특화된 가족통합지원센터 개설 ▲재활의 전문지식과 노하우를 나누는 국제협력센터 구축 ▲선도적 임상연구와 정책연구를 위한 재활연구소 개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원장은 “현재 보건산업진흥원과 미래형 재활병원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연구를 바탕으로 서울시에 부지를 요청하는 브리핑을 진행했다”며 “현재 서울시에는 권역 재활병원이 없기 때문에 우리 병원의 20년 노하우와 200명이 넘는 전문 인력들을 최대한 이용해 주길 고대하며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 원장이 추구하는 병원은 민-관-사-국민이 모두 참여하는 병원이다. 즉, 민은 서울재활병원의 20년 노하우와 근성을, 관은 공공성과 지속성을, 기업에서는 기부로 참여를, 국민은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함께 참여하는 병원으로서 재활의학 발전에 동참하여 국가적 정책을 실현하겠다는 포부다.

북한 및 해외 재활병원 설립도 지원

“서울재활병원은 19개국 해외재활소외지역에 재활시스템을 전파하고 잘 유지될 수 있게 재활 전문가 양성을 진행해 왔습니다. 내년에는 짐바브웨 소아재활센터 설립에 교육 및 소프트웨어를 지원 할 예정입니다.”

해외 재활병원 지원에도 적극 나서온 서울재활병원은 이 원장이 이사로 활동하는 사단법인 선양하나 재단을 통해 내년 개원 예정인 평양 척추재활센터(어린이재활병원)를 지원하고 있다. 또 향후 3년간 코이카와 함께 짐바브웨의 하라레 어린이 소아재활센터의 소아재활 메뉴얼을 구축하고 체계적인 재활치료를 위한 전문인력 양성에도 나설 예정이다.

국내 재활의료체계의 문제점들에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서울재활병원의 순조로운 새 병원 건립으로 더 이상의 ‘재활난민’이 없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혀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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