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클리닉 최형기 원장 ('헌집줄께 새집다오' 저자, 연세의대 비뇨기과 교수 역임)
성공클리닉 최형기 원장 ('헌집줄께 새집다오' 저자, 연세의대 비뇨기과 교수 역임)

중견회사 이사인 H(54) 씨는 1년 전부터 의욕이 떨어지고 오후가 되면 눕고 싶은 생각만 간절해졌다.

그 후 두세 달쯤 지나 심한 성욕 감퇴와 발기 부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격무와 과중한 스트레스 때문으로 생각하고 과음과 과로를 피하면서 충분한 휴식을 취했지만 증세는 점차 악화될 뿐이었다. 대책 없이 허약해져 가는 남편을 보다 못한 부인이 원기 회복에 좋다는 보약이란 약은 다 지어 먹였으나 아무런 도움이 안 되었다.

 

그냥 포기하고 지내려다가 마침 일간지에 실린 ‘성 기능 장애, 숨길 병이 아니다’라는 기사를 읽고는 찾아오게 되었다.

여느 환자와 마찬가지로 기본적인 신체검사를 통해 살펴본 결과 H씨의 외부 생식기에서는 별다른 이상을 발견할 수 없었다. 혈액·화학검사 모두 정상이었고, 당뇨나 고혈압 등의 성인병 요인에서도 정상치를 나타냈다. 그러나 호르몬 검사에서 심각한 문제가 노출됐다.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저하된 데다 뇌하수체 호르몬인 프로락틴이 100ng/㎖로 증가돼 있는 등 이상이 발견됐다.

정상인에 비해 다섯 배나 높은 수치가 아닌가.

뇌하수체 호르몬인 프로락틴이 이토록 과다 분비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큰 문제가 발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뇌하수체 전산화 단층촬영을 의뢰하였다.

 

촬영 결과 직경 1㎝ 정도의 종양이 뇌하수체에 꽉 차 있는 것이 틀림없는 뇌하수체종양이었다.

발기부전을 이유로 병원을 찾았는데 진단은 엉뚱하게도 뇌하수체종양으로 나온 것이다.

전산 단층촬영 결과를 들고 신경외과를 찾았다.

“뇌하수체 선종이 틀림없지요?”

“아니, 어떻게 하수도과에서 우리 것을 진단했습니까?”

“아래 대감님과 윗 대감님은 서로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지요.”

 

내분비계의 시상하부-뇌하수체-고환축(Hypothalamo-Pituitary-Gonad-alaxis)은 서로 되먹이기 전으로 남성 호르몬을 조절하는 밀접한 영향을 받는다.

내분비내과, 신경외과와 상의해본 결과 1단계로 약물 치료를 하기로 결정했다. 우선 시급한 일이 자라나는 종양을 억제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려운 수술보다는 암세포 억제제인 브로모크리핀을 투여하면서 관찰하기로 하였다.

다행히 뇌하수체 호르몬인 프로락틴치가 내려가기 시작하고 잘 반응하고 있어 약물치료를 계속하기로 했다.

 

3개월 지나자 마침내 성욕이 서서히 회복되면서 발기력도 조금씩 나아져 갔다.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뇌하수체 호르몬인 프로락틴은 성욕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프로락틴이 과다 분비되면 남성 호르몬이 억제되면서 심한 성욕 감퇴 증상을 일으킨다. 지나친 스트레스, 과음, 과로, 약물 상습 복용 시에도 프로락틴 분비량이 증가하면서 일시적인 성욕 감퇴가 나타난다.

문제는 이러한 증상이 3∼6개월 이상 오래 지속될 때다.

일단 증세가 심한 경우라면 병원을 찾아 몇 가지 검사를 통해 스트레스에 의한 것인지, 내분비 계통의 질병에 의한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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