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영상의학회 오주형 회장
대한영상의학회 오주형 회장

의료인공지능의 포문을 연 '왓슨'이 기대와는 다르게 한 풀 꺽인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영상의학과 오주형 회장(경희대병원)는 8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인공지능과 관련해서 앞으로 의료인공지능 분야의 발전 전망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주형 회장은 “의료 인공지능분야의 발전에서 화두가 되는 것은 결국 안전성, 법적 책임, 사회적 합의 안에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기술이 발전돼야 할 것”이라며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가 도로에서 운행되기까지 수많은 기술 극복이 필요했던 것처럼, 의료현장에서도 궁극적으로는 의사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까지 가려면 현 단계에서는 수많은 기술적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

특히 의료현장에서 인공지능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산업적인 마인드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한영상의학회에서 의료인공지능 분야의 가이드라인 및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박성호 임상연구 네트워크장(서울아산병원)은 ‘의료 인공지능’이라는 한국산문 칼럼에서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인터넷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는 환자의 진료정보를 분석하여 자동으로 진단 내리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의료계를 당장이라도 장악할 것 같은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기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현실과 큰 차이가 있다”며 “이런 과장된 이야기들은 대부분 새로운 기술에 대한 기대와 신비감, ‘인공지능 대 인간’구도에 대한 문화적 충격과 관심, 그리고 이런 분위기를 의료기술의 상업화에 이용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IBM의 야심작이었던 닥터 왓슨의 경우를 들 수 있다. 왓슨의 암 진단이 기대만큼 정확하지 않아 의료 인공지능 포문을 원대하게 열었다는 초반의 분위기가 많이 꺽인 상태라는 것. 미국 최고의 암 전문병원인 엠디 앤더슨은 IBM과 함께 진행했던 인공지능 프로젝트를 별 실적 없이 종료한 후 2017년 초 닥터 왓슨 도입을 취소했고, IBM은 최근 해당 사업부를 절반 이상 줄이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했다.

대한영상의학회 박성호 임상연구 네트워크장
대한영상의학회 박성호 임상연구 네트워크장

박성호 임상연구 네트워크장은 “의료용 소프트웨어는 의약품이나 의료기구와 달리 환자에게 직접적인 위해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다”며 “하지만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내린 진단오류는 환자의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고 불필요한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인공지능 학습에 쓰인 병원들의 자료가 아닌 다른 병원의 다양한 자료를 이용해 평가해야 하며, 이를 반복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러나 현재 개발된 대부분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들은 이러한 임상검증이 되어 있지 않다”고 우려했다.

소프트웨어의 오류 때문에 환자가 피해를 입을 경우 이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의료 용 소프트웨어 개발시 신중하고 엄격한 사전검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특히 산업계에서는 의료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의료기기로 분류되는지, 왓슨처럼 비 의료기기로 분류되는지에 대해 혼란해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서는 “식약처에서 지난해 이를 구분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정했고 학회에서도 이에 자문을 한 바 있다”며 “혼선이 되는 이유는 IBM같이 의료와 관련 없는 산업체에서 참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것.

최준일 보험이사도 기업계와 의료계의 마인드 차이가 이런 혼선을 빚는다고 입을 모았다. “보험적인 측면에서 보면 산업계에서는 환자에게 직접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마인드로 접근하는데, 의료계는 건강보험 시스템이 의료기관에 보상하는 시스템이라는 것도 염두에 두고 개발에서부터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즉, 의료인공지능 분야는 산업체와 의료계, 전문학회, 정부 관련 부서들이 유기적 협조를 통해 발전해 나가야 할 분야라고 학회 임원진들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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