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클리닉 최형기 원장 ('헌집줄께 새집다오' 저자, 연세의대 비뇨기과 교수 역임)
성공클리닉 최형기 원장 ('헌집줄께 새집다오' 저자, 연세의대 비뇨기과 교수 역임)

강남세브란스병원 근무시절, 어느 날 타 병원 S의사에게서 긴급 도움 요청이 왔다.

“교수님, 제가 6개월 전에 세조각 보형물 삽입 수술을 한 환자인데 불평이 많습니다. 한번 봐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6개월이 지났으면 이젠 좋을 텐데 어디가 이상한가요?”

“글쎄 원인을 잘 모르겠습니다. 작동이 충분치 못한 것 같고….”

동료의사가 도움을 요청할 때는 우선적으로 도와주어야 한다. 마침 아들이 세브란스병원의 수석 전공의로 필자 파트를 돌고 있었다. 현장 실습도 시키고 수술 조수도 세울 겸 같이 데리고 갔다. 환자를 만나 면담을 했다.

“어떻게 불편하십니까?”

“수술 후, 아직 한번도 관계를 못했습니다.”

“네에??”

이해가 잘 안 된다.

“발기작동을 시키면 잘되나요?”

“안 됩니다.”

팽창형 수술을 받고 작동이 안 된다면 어딘가 이상이 있는 것이다. 진찰해 보니 보형물이 충분히 끝까지 들어가 있지 않았다. 펌프 작동을 해도 팽창 반응이 잘 이뤄진다.

“음. 좀 이상합니다. 어려운 케이스지만 다시 수술을 해서 열어봐야겠습니다.”

재수술을 해야 한다는 말에 환자는 난감한 표정이다.

“수술하면 좋다고 했는데 왜 이렇지요?”

이럴 경우 환자도 고민이지만 수술한 의사도 그 스트레스가 대단하다. 이럴 때는 경험 많은 의사가 도움을 줘야 한다. 어렵게 재수술 승낙을 받은 뒤 열고 들어갔다 .

열고 들어가보니 아차! 한쪽 해면체 안에 두 개의 실린더가 꼬여 들어가 있었다. 한쪽 해면체의 섬유화가 심했기 때문에 확장이 잘 안 됐던 것이다. 옆길로 새는 바람에 실린더가 남의 집에 비좁게 끼어 있었다.

“억지로 끼워넣기도 힘든데….”

다행히도 뒤쪽을 통해 들어가면서 요도해면체는 건드리지 않았다.

 

희한한 광경을 본 아들이 이렇게 말한다.

“책에서만 배운 ‘중벽 통과’란 것이군요. 처음 보네요. 이렇게 되는 수도 있군요.”

“경험이 많지 않을 때는 해면체 확장이 잘 안 되지. 조금만 샛길로 빠지면 이런 결과가 나올 수도 있네. 남의 일이 아니니 명심하게.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 一見)이라고 이런 케이스를 한번 보는 게 공부가 되는 것이네.”

이 환자에 대해 양쪽 실린더를 다 빼고 해면체를 새롭게 확장한 뒤 새로운 실린더를 삽입하니 수술이 잘 끝났다.

“잘 교정됐으니 이제 잘 회복되기만 하면 정상적인 기능을 할 겁니다.” 환자와 의사의 고민이 동시에 해소됐다.

아들은 “오늘 정말 좋은 구경했네요.”라며 만족해 했다.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고, 열 번 보는 것보다 한 번 해보는 게 더 좋네. 그러니 젊었을 때는 힘들더라도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여러 가지 많은 사례, 특히 합병증으로 어려운 사례들을 많이 보고 함께 고민하면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네. 다른 곳에서 실패한 환자의 도움 요청이 있을 때는 우선 처음 시술한 의사와 충분히 의견을 교환한 뒤 도와주어야 하네.”

유능한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끝없이 많은 공부와 수련, 경험을 쌓아야 한다. 모든 환자 하나하나가 다 스승이다. 의술의 배움에는 끝이 없다. 환자가 행복해야만 의사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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