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C형간염 치료에 있어 각광받고 있는 DAA제제. 이 가운데서도 '제파티어(성분명 엘바스비르+그라조프레비르)'는 C형간염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급부상하고 있다.

다수의 치료제들이 존재함에도 불구, 이 같은 호평이 이어지는 이유는 뭘까.

이에 본지는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윤준 교수를 만나 C형간염 치료에 제파티어를 선택하는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윤준 교수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윤준 교수

Q: 국내 C형간염 환자들의 주 연령층과 C형간염 진단 시 환자들의 상태는 어떠한가?

A: 과거 국내 C형간염 환자는 고령층이 많았다. 현재도 50대 이상이 대부분이고, 나이가 많을수록 유병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최근 유병률 그래프를 보면 젊은 환자들도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다. 정확한 이유는 밝혀진게 없지만 젊은층에서 C형간염 감염의 주요 경로인 문신, 침술, 피어싱 등을 많이 하다보니 C형간염 환자가 늘어나는 게 아닐까 싶다. 젊은 환자들은 만성간염 상태에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은 반면, 고령 환자는 진단 시 대부분 간경변을 동반하고 있는데, 전반적으로 50세 이상에서 C형간염 환자 비율이 높다.

 

Q: 약제 처방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A: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완치율이다. 또한 복약순응도와 약물상호작용에 대해서도 고려를 해야한다. 무엇보다 RCT에서의 결과가 실제 진료현장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나는지도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Q: 그렇다면 약제 선택에 있어 리얼월드 데이터가 미치는 영향은 어느정도인가?

A: 리얼월드 데이터는 매우 중요하다. 임상연구처럼 엄격히 통제된 환경에서는 결과가 잘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OPr+D요법(비키라/엑스비라)은 임상 연구 결과 동양인에서 100%의 완치율을 보였지만, 실제 임상현장에서는 해당 약물을 사용할 수 있는 환자 수는 2~3명에 불과했다. 그 이유는 방문하는 환자들의 대부분이 간 이식 수술을 받았거나 신장애,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동반질환을 가졌기 때문이다. 비록 임상연구에서 한국인에 100% 효과를 보인 치료제라고 하더라도 실제 임상현장에서 사용할 수 없다면 의미는 없다. 이런 점에서 리얼월드 데이터의 중요성은 모든 의료진들이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Q: 현재 C형간염 치료제 시장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엘바스비르/그라조프레비르(제파티어)는 어떠한가?

A: 엘바스비르/그라조프레비르는 식사와 무관하게 하루 한 번, 한 알씩 12주 복용으로 복용 방법이 매우 단순하기 때문에 약물순응도는 완벽하다고 생각한다. C형간염 환자는 고령층이 대부분이라 여러가지 약을 다른 시간마다 제각각 복용해야 할 경우 혼란이 올 수 있다. 실제 환자들을 보면 C형간염 외의 동반질환으로 인해 적게는 5가지에서 많게는 13가지의 약물을 복용하는데, 해당 약물들에서 약물상호작용(DDI)이 아예 없는 경우는 없었다. 때문에, 기존에 복용 중인 기타 약물들을 바꾸지 않고 C형간염 치료제를 처방할 수 있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반면 OPr+D요법(비키라/엑스비라)은 많이 처방을 하고 싶었지만 순응도나 약물 상호작용으로 인해 환자 치료에 사용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Q: 그렇다면 기존 치료제들보다 치료 기간도 2/3 가량 줄어들고 복용 편의성도 높인 새로운 범유전자형 C형간염 치료제가 출시된다면 치료 패턴이 바뀔 것으로 보는가?

A: 국내 C형간염 환자 비율은 고령층 9, 젊은층 1이라 볼 수 있는데, 고령 환자들은 간경변증이 진행된 경우가 굉장히 많다. 또한 간경변증이 없다해도 조직검사 등을 통해 환자의 간 섬유화 진행 정도를 확인하고 치료하는데,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여건상 검사를 못하는 의료진들도 있을 것이다. 간경변증의 확진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8주 치료를 진행하기가 굉장히 부담스럽고, C형간염 치료의 보험 급여혜택도 일생에 단 한 번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신있게 8주치료를 결정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때문에, 범유전자형 치료제가 나오더라도 실제 현장에서는 12주치료가 대부분일 것이라 생각한다.

경험상 예를 들면, 소발디+리바비린 병용요법의 경우 12주 혹은 16주 처방을 하는데, 지금까지 환자 1명을 제외하곤 12주치료를 한 적이 없다. 왜냐하면 이미 간 섬유화가 진행된 고령 환자가 많았고, 간경변증을 의심해 실제 간 조직검사를 하더라도 과연 조직검사로 떼어낸 간 일부가 전체 간 상태를 대표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간 일부는 섬유화 진행으로 인해 딱딱해지고 다른 부분은 부드러울 수 있는데, 실제로는 간이 딱딱해도 섬유화가 진행되지 않은 부분에서 조직을 떼어내면 간경변증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소포스부비르/레디파스비르 복합제도 8주치료 얘기가 나오는데, 간경변증 및 이전 치료경험이 없고 HCV RNA 수치가 600만 IU/mL 이하인 환자에서만 해당된다. 현실적으로 이런 조건을 맞추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8주치료보다는 12주치료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하루에 3정 복용하는 글레카프레비르/피브렌타스비르의 경우 12주 치료 시 다른 치료제에 비해 환자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결국에는 유전자형 2형 치료에서만 글레카프레비르/피브렌타스비르 복합제가 많이 사용될 것으로 예상한다. 젊은층에서 간 섬유화가 진행되지 않은 환자들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8주치료가 가능하고, 고령층은 이미 간경변증으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아 12주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Q: 결국 유전자형 1b형에서는 엘바스비르/그라조프레비르 복합제가, 나머지 유전자형에서는 글레카프레비르/피브렌타스비르 복합제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뜻인가?

A: 그렇다. 유전자형 1b형 환자 치료에 있어서 엘바스비르/그라조프레비르 복합제는 하루 한 알만 복용하면 된다는 복용편의성과 약물상호작용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기존에 복용하고 있는 다른 약물을 바꾸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이 크다.

좀 더 구체적으로, 유전자형 1형 C형간염 치료에 있어 OPr+D요법(비키라/엑스비라)은 약물상호작용면에서 실제 임상현장에서 사용하기 어렵고, 소포스부비르/레디파스비르, 글레카프레비르/피브렌타스비르 복합제 또한 약물상호작용에서 완벽하게 자유롭지는 못하기 때문에 의료진의 선호도나 환자와의 논의해서 약제 처방이 달라질 것이다.

결국, 현재 유전자형 1b형 시장에서는 엘바스비르/그라조프레비르 복합제가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험상 엘바스비르/그라조프레비르 복합제는 처방이 간편하고 특히 콜레스테롤 저하제(cholesterol lowering agents)와의 약물상호작용이 굉장이 좋다. 실제 환자들 중에서 스타틴 계열 약물을 쓰지 않는 경우가 굉장히 드문데, 소포스부비르/레디파스비르, 글레카프레비르/피브렌타스비르 복합제는 스타틴 계열 약물과의 상호작용이 문제될 수 있다. 반면 엘바스비르/그라조프레비르 복합제는 로수바스타틴, 로바스타틴, 심바스타틴, 피타바스타틴 등 스타틴 약물과의 상호작용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임상연구에서는 간호사들이 임상 참여자 각각을 전담하면서 스타틴 계열 약물 용량을 조절해주는 등 환자와 긴밀하게 협조하기 때문에 간혹 사용될 수 있지만, 실제 임상현장에서도 가능할지는 의심해야 할 부분이다.

 

Q: 하지만 다수의 환자들은 글레카프레비르/피브렌타스비르 복합제에 큰 기대를 걸면서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다클린자+순베프라 병용요법 vs 하보니 상황과 비슷한데, 이때처럼 치료를 미루고 있는 환자들에 대해서 어떻게 보는가?

A: 경험상으로는 그 당시 닥순요법으로 진료했던 환자들의 약물 순응도가 좋은 편이라 치료실패한 환자는 없었지만, 아무래도 후속약물이 나오면 많은 환자들이 기다리게 된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이제는 높은 완치율을 가진 치료제가 많아졌기 때문에 유전자형 1b형 환자의 경우 대부분은 후속약물을 기다리기보다 엘바스비르/그라조프레비르로 신속하게 치료받는다. 개인적으로도 유전자형 1b형에서는 치료를 미룰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전자형 2형은 얘기가 다르다. 리바비린은 가려움, 빈혈 등의 부작용이 많아 이제는 버려야 할 약이고 실제로도 유전자형 2형 환자들은 글레카프레비르/피브렌타스비르 복합제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Q: 유전자형 1b형인 환자들은 현재 출시된 약물로 빨리 치료를 받는 것이 낫다는 말인가?

A: 유전자형 1형에서는 그렇다. 엘바스비르/그라조프레비르의 리얼월드 데이터는 임상연구 결과와 거의 같고 글레카프레비르/피브렌타스비르 복합제와 비용차이도 거의 없다. 엘바스비르/그라조프레비르와 비교했을 때 글레카프레비르/피브렌타스비르 8주치료 비용이 비슷하지만 12주치료 시엔 비용이 약 1.5배 정도로 높아진다. 고령층이 많은 C형간염 환자에서는 대부분 12주치료를 해야하기 때문에 오히려 비용이 높아지는 셈이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소발디+리바비린 처방 경험을 비춰봤을 때도 12주가 아닌 대부분 16주치료를 했다. 부작용이 없는데 약을 4주 적게 처방했다가 환자가 일생에 한 번 가질 수 있는 치료비 혜택을 놓치는 상황이 오면 안되기 때문에, 많은 의료진들이 8주보다는 12주 처방을 추천할 것으로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C형간염 치료와 관련해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다면?

A: C형간염 치료제 선택에 있어 모든 환경이 철저하게 통제된 임상연구가 아닌 실제 임상현장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지 고려해야 하는데, 유전자형 1b형에 있어 엘바스비르/그라조프레비르 복합제는 12주치료 시 리얼월드 데이터에서 97% 이상의 치료 효과를 보였다. 의료진들은 유전자형별 치료법을 혼동하기 쉽기 때문에, 엘바스비르/그라조프레비르 복용에 있어 ‘하루 한 알’이라는 단순성은 의료진과 환자에게 굉장히 큰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출시된 약물로 치료할 수 없는 나머지 환자군은 소포스부비르, 글레카프레비르/피브렌타스비르, 소보프부비르/벨파타스비르/복실라프레비르로 치료를 해야하는데 환자 수가 매우 적어 경제적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고, 주요 대형병원에서 모두 치료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임상현장에서 높은 완치율을 보이고, 간편하게 사용한 치료제가 마련되어있는 만큼 숨어있는 C형간염 환자들을 적극 발굴하고 대규모 치료를 통해 C형간염 의 감염 위험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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